"제주의 산야에서 나리난초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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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산야에서 나리난초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0.04.2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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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9)나리난초도 그들이 자생하고 있던 땅에서 자라게 해야 한다.

 

 

도곡(陶穀)이라는 사람이 지은 『청이록(淸異錄)』에 “난(蘭)이 피면 꽃향기가 실내에 가득차서 열흘이 되어도 향기가 그치지 않는다.”라고 썼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난(蘭)을 시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리기를 좋아했다.

사군자(四君子)는 “고결함이 군자와 같다.”는 말로 선비사회에서 최상위로 여기던 덕목(德目)이다.

또, 사군자(四君子)는 동양화(東洋畫)에서 많이 그려지던 소재로 매화(梅花), 난초(蘭草), 국화(菊花), 대(竹나)무를 일컫는 말로 문인화(文人畫)의 대표적 소재가 되는 식물이다.

사군자(四君子) 중 하나인 난초(蘭草)는 우리나라 문헌(文獻)에는 10세기 고려 말에 등장을 한다.

 

고려 말 충신 정몽주(鄭夢周)의 초명이 몽란(夢蘭)인데 어머니가 난(蘭)분을 깨뜨린 태몽(胎夢)을 꾸고 낳았기 때문에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이거인(李居仁)이라는 사람은 난(蘭)을 재배했다는 내용이 문헌에 실려 있고 조선 초의 강희안(姜希顔)은 우리나라 자생란(自生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묵란화(墨蘭畵)의 시초는 우리나라에서 난(蘭)을 재배하기 시작한 고려 말기로 추정되는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는 조선 초기 강세황(姜世晃)의 그린 「필란도(筆蘭圖)」가 있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흥선대원군 이하응(興宣大院君 李昰應), 김응원(金應元), 민영익(閔泳翊) 등은 묵란화(墨蘭畵)의 대가들이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난초(蘭草)는 자손의 번창과 관련 있는 것으로 여겨 경기지방에서는 난초꽃이 번창하면 그 집안에 식구가 는다고 하였고 충청지방에서는 꿈에 난초(蘭草)가 보이면 자손이 번창(繁昌)하며 난초꽃이 피면 미인을 낳는다는 속설(俗說)도 전해지고 있다.

 

예부터 난초(蘭草)는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식물이다.

얼었던 산하(山河)에 봄기운이 퍼지면 봄의 전령(傳令)인 야생화(野生花)들도 하나 둘 기지개를 켠다.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온 세복수초, 변산바람꽃, 흰괭이눈이 맨 먼저 제주에 새봄이 왔음을 알린다.

이를 계기로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새끼노루귀, 광대나물, 별꽃, 쇠별꽃, 벼룩나물, 뽀리뱅이, 개쑥갓, 자주괴불주머니, 장딸기, 제비꽃, 큰개불알풀, 황새냉이 등이 앞 다투어 얼굴을 내밀고 꽃을 피워 제주 땅을 화려하게 수를 놓는다.

매일 달라지는 봄기운으로 먼저 핀 꽃들은 자리를 양보하면서 새로운 꽃들이 다시 제주 섬을 꽃밭으로 만든다.

 

들꽃들은 계절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봄이 깊어질수록 새로운 꽃들이 피고 새로운 꽃들이 피면 자연은 또 다른 세상이 된다.

이 시기가 되면 난초(蘭草)들도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봄이 되면 제일먼저 꽃이 피는 보춘화(報春花)를 필두로 새우난초, 금난초, 은난초, 꼬마은난초, 은대난초, 비자란, 차걸이란, 콩짜개란, 금자란이 피고 이어서 나리난초, 옥잠난초, 갈매가난초가 꽃을 피우면서 그 다음 시기에 꽃이 피는 난초꽃들에게 인계를 하며 겨울 초입까지 난초들은 꽃이 핀다.

이처럼 제주는 초봄부터 초겨울까지 80여종이 야생 난초들이 꽃이 피는 난초꽃 꽃밭이다.

 

난초(蘭草)는 전 세계적으로 약 2만8,000여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자생종 난초(蘭草)가 약 139종이 서식(난곡 이경서가 쓴 “새로운 한국의 야생란”을 참고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초(蘭草)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꽃을 피우는 한란(寒蘭)은 제주도와 남해안의 섬 등 따뜻한 곳에서 자생하지만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식물로 우리나라 식물 가운데서 유일하게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멸종위기종으로도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식물이다.

난초과 식물들은 꽃 모양이 특이하고 번식방법도 특이하다.

난초과 식물들은 꽃잎이 여섯 장이지만 이중 석장만이 꽃잎이고 나머지 석장은 꽃받침이다.

꽃받침도 꽃잎처럼 화려한 색깔과 모양을 하고 있어서 꽃잎과 꽃받침을 바로 구별하기가 어려운 난초(蘭草)들도 있다.

난초과 식물들의 씨는 싹이 잘 트지 않는다.

싹이 틀 때 이용되는 양분이라 할 수 있는 배젖이 난초과 식물의 씨에 들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난초과 식물들이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난초과 식물은 곰팡이와 공생을 하여 곰팡이가 양분을 공급해 줄 때에만 싹이 트므로 난초과 식물들은 까다롭고 어려운 종족번식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난초과 식물들은 다른 식물들에 비해서 개체수가 적은 편이다.

개체수가 적은 난초과 식물들은 사람들이 재화(財貨)로 여기는 풍조(風潮)가 있다.

난초(蘭草)를 키우는 걸 큰 영광(榮光)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난초(蘭草)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이라면 이름이 유명한 난초(蘭草)에서부터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대상이 아니었던 난초과 식물에 이르기까지 자라던 자연 현장에서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자생종 야생 난초(蘭草) 대부분은 현재 멸종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난초(蘭草)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멸종위기식물이다.

이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난초과(科) 식물 자체를 국가 간 이동 금지 품목으로 정하여 야생 난초는 어떤 종이든지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 되어 있는 이유 때문에 어떤 야생 난초(蘭草)는 억(億), 억(億)을 준다고 해도 매물이 안 나온다고 난초애호가들이 말을 한다.

 

제주는 섬 전체가 난초과 식물들이 보금자리를 이루어 살아오고 있는 야생 난초(蘭草)들이 보고(寶庫)다.

봄이 되면 다양한 난초 중에서 나리난초도 제주자연의 일원으로 해마다 꽃을 피워 벌, 나비들을 불러 모은다.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다.

나리난초를 비롯하여 갖은 시기에 꽃이 피는 옥잠난초와 갈매가난초 들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난초(蘭草)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흔하게 보이던 난초(蘭草)들이 하나 둘 제주의 자연에서 보이질 않는다.

 

이제는 나리난초를 야생(野生)에서 쉽게 보기는 매우 어려워졌다.

사람들이 난초라는 이름 때문에 하나 둘 뽑아 가버려 그 많던 제주의 산야에서 나리난초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몰래 캐가는 것은 불법채취에 해당된다.

불법채취는 제주의 자생 난초들을 멸종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아름다운 꽃과 향을 선사하는 야생식물들은 그들이 살아오던 자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대로 두는 것이 최상이 방법이다.

나리난초도 그들이 자생하고 있던 땅에서 자라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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