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되면 들판에 나가 제일 먼저 보춘화의 안부부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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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 되면 들판에 나가 제일 먼저 보춘화의 안부부터 묻는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0.05.2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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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13)봄에 꽃이 피는 난초 ‘보춘화(報春花)’..제주 산하에서 거의 다 사라져

 

난초과 식물들 중에서 봄이 왔음을 맨 먼저 알려주는 식물이 있다.

2016년 3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박보환)에서 기후와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계절 알리미 생물종' 50종을 선정했다고 발표를 했다.

'계절 알리미 생물종'은 식물, 곤충, 양서류, 조류 등 계절에 따라 적응하는 동식물들로 이들 생물들을 계절의 변화와 기후변화를 체감하는데 표본을 삼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계절 알리미 생물종은 식물 28종, 곤충 10종, 양서류 4종, 조류 8종이다.

계절 알리미 생물종은 초봄, 봄철, 초여름, 여름철, 초가을, 가을철 등 6개의 계절로 나누어서 선정하였다고 한다.

 

초봄에는 히어리, 노루귀 등 13종이고 봄철에는 보춘화, 호랑나비 등 10종이며 초여름에는 물레나물, 모시나비 등 8종이고 여름철에는 왜솜다리, 제비나비 등 8종이며 초가을에는 고려엉겅퀴, 고추잠자리 등 6종이고 가을철에는 구절초, 늦반딧불이 등 5종이다.

이들 생물 중 식물은 초봄에는 히어리, 노루귀, 변산바람꽃, 복수초, 생강나무, 얼레지, 진달래이고 봄철에는 보춘화(춘란), 산벚나무, 피나물, 한계령풀, 할미꽃, 현호색이며 초여름에는 물레나물, 백운산원추리, 일월비비추, 큰까치수염이고 여름철에는 왜솜다리, 무릇, 산수국, 참나리이며 초가을에는 고려엉겅퀴, 금강초롱꽃, 쑥부쟁이고 가을철에는 구절초, 꽃향유, 산국, 억새다.

이 식물들 중에서 제주와 연관된 식물로는 초봄식물로 새끼노루귀, 변산바람꽃, 세복수초, 진달래가 있고 봄철에는 보춘화(춘란), 산벚나무, 가는잎할미꽃, 현호색이 있으며 초여름에는 물레나물, 큰까치수염이 있고 여름철에는 무릇, 산수국, 참나리가 있으며 초가을에는 갯쑥부쟁이가 있고 가을철에는 꽃향유, 감국, 억새가 여기에 해당되는 식물들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앞으로 '계절 알리미 생물종'에 대한 조사 자료를 분석하여 기상 요인과의 상관성, 생물종 생활주기 변화 연구 등에 활용하고 국립공원 생물보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후변화와 계절변화에 민감한 계절 알리미 생물종들의 생태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적인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도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 되면 생기가 도는 들판에서 맨 먼저 보춘화의 자생지를 찾아 보춘화의 상태를 살펴본다.

상록으로 한겨울에도 싱싱한 잎이 보존된 보춘화들은 먹을 것이 부족해진 한겨울철에는 노루들이 뜯어 먹는 노루들에게는 겨울철 구황식물이기도 하다.

보춘화(報春花)는 춘란(春蘭)이라고도 부르는 식물로 춘란(春蘭)은 봄에 꽃이 피는 난초라는 뜻으로 ‘보춘화(報春花)’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보춘화를 비롯한 난초과 식물들은 고결한 선비를 상징하는 식물로 사군자(四君子)중 하나다.

보춘화는 잎이 댓잎처럼 생겨 길게 늘어지고 꽃을 곱게 피우는 난초과 식물이다.

사군자(四君子)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일컫는데 이는 동양화에서 고결함이 군자와 같다는 뜻으로 문인화의 대표적 소재가 되는 식물을 말한다.

원래 사군자(士君子)는 덕행이 높고 학문이 깊은 사람을 말하는데 조선시대에 사군자(士君子)는 올바른 선비들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선비들이 사군자(士君子)와 문인화(文人畫)에서의 사군자(四君子)가 음이 같고 내용도 비슷하다하여 사군자(士君子)와 사군자(四君子)를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경향들이 있었다.

수많은 난초과 식물들 중에서 사군자(四君子)에 속하는 식물은 제주한란과 보춘화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제주한란과 보춘화가 사군자(四君子)에 속하게 된 것은 외형적으로도 아름답지만 한 겨울에도 상록을 유지하는 식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 본다.

사람들은 우아하게 생긴 난초의 꽃과 향기, 곡선이 아름다운 잎에 시선들이 많이 가기 때문에 난초를 더 사랑했던 것이라고 단정을 해본다.

그중에서도 보춘화는 엄동설한(嚴冬雪寒)을 몸으로 이겨내고 봄에 난초과 식물들 중에서 맨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꽃’이라서 더 정감이 가는 식물이다.

보춘화는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므로 사람들에게 더 다정한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보춘화 꽃은 다른 난초과 식물들의 꽃에 비해서 화사하지도 않도 수수한 모습으로 이는 형색은 남루하지만 성품이 곧고 어진 옛 선비를 보는듯한 식물이다.

보춘화는 관상용으로 많이들 기르므로 사람들 중에는 이 식물을 원예종 식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제주도에서는 숲이 우거진 곳이나 곶자왈 등에서 자라는 자생식물이다.

이른 봄 낙엽으로 땅에 뒤덮였던 낙엽이불을 들춰내고 가늘고 기다란 잎을 내밀며 다시 꽃대를 높게 올린 후 수줍은 듯 고개를 아래로 늘어뜨려 핀 꽃을 보면 누구라도 시인(詩人)이 되고 화가(畫家)가 될 것이다.

난초과 식물들 중에 유일하게 온대지방에서도 자생하는 추위에 강한 식물이 보춘화다.

보춘화는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을 하는 유일한 난초과 식물이다.

제주에서는 난(蘭) 동호회를 중심으로 난(蘭)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가을철에는 난(蘭)중 으뜸이라는 한란(寒蘭)전시회가 열리고 봄철에는 동양란인 보춘화 전시회와 새우난초 전시회가 열린다.

동양란 전시회장에 가보면 갖가지 모습의 보춘화들이 전시회 관람객들을 반긴다.

동양란 전시회에 나오는 보춘화들 중에는 변이와 돌연변이를 일으킨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변이와 돌연변이가 된 보춘화는 보춘화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에서는 인기가 높아 전시회가 아니면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재화(財貨)가치가 높은 난(蘭)이라고 한다.

보춘화는 한라과 함께 동양란을 대표하는 난으로 “소박한 마음”이 꽃말인데 꽃말처럼 수수하면서도 정갈한 멋이 깃들어 있는 난초다.

 

옛날 선비들은 사군자중 하나인 난초를 즐겨 그렸는데 그림의 소재로는 현재 날이 갈수록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보춘화 보다는 한란을 대상으로 더 많은 그림들을 그렸다.

선비들이 즐겨 그렸던 난초화를 보면 꽃이 여러 개가 그려져 있는 것과 꽃이 한개만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볼 수 있는데 꽃이 한개만 그려진 그림은 보춘화를 대상으로 그린 그림이고 꽃이 여러 개가 그려진 그림은 한란을 대상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는 식물이 특성상 보춘화는 꽃대 하나에 꽃이 한 개만 피지만 한란은 꽃대하나에 꽃이 여러 개가 피기 때문이다.

난초과 식물 중에서 보춘란속에 속하는 식물을 동양란이라고 부른다.

동양란에 반하는 식물에는 서양란이 있다.

서양란은 식물체가 크고 길며 꽃은 화려한데 향기가 풍기지 않는 게 특징이지만 동양란은 작지만 날렵한 모습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 잎과 꽃의 다양한 모습들이 특징이다.

난초를 영어로 `Orchid'인데 이는 그리스어의 `Orchis'에서 인용된 말로 “고환(睾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난초과 식물의 구근이 동물의 고환(睾丸)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난초과 식물들의 보고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난초과 식물들은 모두 98종인데 그중에서 80여종이 제주도에서 자생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약 3만종이 난초과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난초과 식물들은 열대지방이나 아열대지방에서 자생을 하고 있다.

모든 식물들이 그러하지만 특히 보춘화는 음지식물이지만 온도, 햇빛, 습도가 알맞고 바람이 잘 통해야만 잘 자란다.

보춘화는 4월중에 꽃대가 올라와 연한 황록색 꽃을 피우는데 꽃은 세모꼴 얼굴을 가진 작은 요정이 혀를 쏙 내민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제주의 숲속에서 흔하게 보이던 보춘화들이 지금은 볼 수가 없다.

매년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이젠 거의 다 사라졌다.

사람들이 분(盆)에 심어 그윽한 난향(蘭香)을 맡으려고 하거나 판매를 위해 모두 뽑아가 버렸다.

야생에서 자생을 하고 있는 보춘화는 이제 손가락 다섯 개로 꼽을 정도로 제주의 서식지가 모두 파괴된 상태다.

남아있는 개체수도 몇 개체수가 남지를 않았다.

관계기관에서는 제주한란은 철 울타리를 치고 CCTV 등을 달아서 적극적으로 자생지를 복원하고 보호를 하는데 보춘화에 대해서는 드글이 사라지던 말건 관심이 없다.

“계절 알리미 생물종”에 보춘화가 선정된 사실도 모르는 모양이다.

손발이 안 맞는 전시행정이 표본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유유님은 꽃노래라는 시집에서 “보춘화의 수난”이라는 시를 썼다.

 

보춘화의 수난

 

옮거니 딱 걸렸네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 속죄양이 필요했는데

전생에 지은 죄 탓으로나 원망해라

무슨 죄

봄이 와서 봄이 왔다고 알렸다는 것이 죄인가

차라리 그냥 죽이고 싶어서 그랬다고 해라

그러기에 조용히 있었어야지

일찍 일어나 봄을 알리는 꽃이 어디 하나둘인가

왜 쓸데없이 나서서 매를 자초하난 말이다

솔직히 난초의 고상함은 물론이요 향기 또한 별로지만

그런데 그렇다고 하며 노루까지 못살게 군다.

참으로 미칠 노릇이다

더러운 세상.

 

(유유님의 시 “보춘화의 수난”을 옮기다.)

 

유유님이 절규하면서 쓴 “보춘화의 수난”을 읽으면서 자생지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보춘화들이 언제 또 수난을 당하고 사라질지 맘이 조린다.

“계절 알리미 생물종”으로 선정된 보춘화가 제주 땅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제주 환경이 인위적으로 얼마나 파괴를 했는지에 대한 반증자료가 될 것이다.

제주 땅에서 보춘화가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제주인의 자부심을 걸고 모두가 지켜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새봄이 되면 들판에 나가 제일먼저 보춘화의 안부부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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