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그저 자기 모습만 보여 주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바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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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그저 자기 모습만 보여 주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바다를 본다.”
  • 고현준
  • 승인 2020.06.0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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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제주5코스 남원포구-쇠소깍 입구, 제주바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코스

 

 

 

비자림로의 나무들이 무참히 잘려나갔다.

그곳에는 보호할 만한 새나 짐승이 없다는 설명과 함께..

그리고 그 비자림로 공사는 하루만에 중단됐다.

환경부에서의 조류 등 서식지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런 생태계 파괴에서 온다는 지적이 수없이 있어 왔음에도 원희룡 제주도정은 이같은 우려를 아랑곳 하지 않고 숲을 마구 파괴하고 있다.

이제 곧 우리에게 닥칠 운명은 이러한 무분별한 벌채로 인한 또다른 바이러스의 출현을 기다려야 한다는 슬픈 현실이다.

개발론자들은 그저 몇몇 개발업자의 이익을 위해 제주도민의 생명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꼴이다.

야금야금 개발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듯, 제주도 산하는 이처럼 하나씩 둘씩 사라지는 중이고..

우리 제주도민들은 언제 또 나타날지 모르는 무서운 바이러스 창궐을 걱정해야 한다.

 

 

이같은 현상은 바다도 마찬가지다.

최근 녹색연합은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바닷속 국내 최대 천연기념물인 해송이 집단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산호초의 폴립 하나가 만들어지기 까지는 1만년이 걸린다고 한다.

수백만년은 됐을 산호초가 이처럼 제주바다에서 소리없이 사라지는 중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은 축산폐수와 매립장 오염수 등이 원인일 경우가 많다”고 전하고 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그 바닷속 어딘가로 더러운 하수를 버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제주바다는 늘 푸르게 아름답지만 그 바다속을 생각하면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다.

개발론자들은 비자림로가 ‘대한민국 아름다운 도로 100선’에 뽑혔건 말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산호초 폴립 하나가 만년이 걸려서 생기건 말건 그들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아름다움이고 뭐고 닥치는 대로 부수고 허문다.

그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그들을 제외한 우리들이 다 감당해야 한다.

 

 

제주올레를 걸으며 만나는 모든 제주바다는 겉으로는 파랗고 푸르게 빛나고 있지만 이렇게 썩어가는 바다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도내 곳곳에 나무가 잘리고 흙이 드러난 토지를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누가 우리의 바다를 죽여가는 것일까.

누가 우리의 소중한 땅을 마음놓고 파괴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특히 환경을 걱정하는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제주환경을 망가뜨리는 모든 것들에 비난을 가하며 환경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모든 목소리를 무시해 버리듯 무심해 한다.

예산이 생기면 써야 하고..그 쓰여지는 예산은 환경을 지키는 일이 아닌, 제주환경을 파괴하고 개발하는 일에 쓰이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보목리에만 자생하던 백년초군락지가 소리도 없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돌담과 방파제 사이에 있던 백년초군락 위로 시멘트를 처발라 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제주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던 백년초군락지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 모두가 이곳에 해안도로를 만들기 위해 서귀포시가 추진한 일들이다.

이처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환경파괴가 지속되는 한 제주환경은 지켜질 수가 없다.

하루가 지나면 또 하나의 보물이 제주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 16일과 23일에는 제주올레5코스를 하프로 나눠 걸었다.

제주올레 5코스는 무엇보다 제주바다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다.

보여지는 모든 바다가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다.

자연이 주는 제주의 모든 바다가 이곳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남원포구에서 시작되는 올레5코스는 위미리 동백꽃군락지를 지나 공천포해안과 망장포를 거쳐 예촌망이라는 절해의 절경과 만나고 곧 쇠소깍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은 제주바다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며 그곳에 있다.

 

공천포에 살고 있는 김성호 선배와 함께..

 

공천포 해안에는 또 고등학교 선배인 김성호(전 제주MBC보도국장) 선배가 그림처럼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몇 번이나 그 앞을 지나며 들러봐도 만나지 못했던 김 선배가 이날은 마침 집에 있었다.

오랜만에 조우하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텃밭을 가꾸며 집필에 열중하고 있는 김성호 선배를 참 오랜만에 만나 좋았다.

이후 예촌망 입구에 들어섰을 때는 길을 잘못 들어 숲속으로 들어가 사람의 발길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절벽길로 들어서 버렸다.

마치 지금은 모두 사라진 강정마을의 구럼비바위같은 곳이  숨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이곳 해안에는 괭생이모자반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치울 생각도 없는 듯 했다.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치울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모습만 봐도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발견은 그곳에 아름다운 비경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함께 해안가 바위위를 헤맸던 난전 강법선 선생은 “마치 그리운 금강산 같다”고 호평할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이 그곳에 숨어 있었다.

겨우 낚시꾼들이 다니는 길을 찾아 남의 귤밭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비경을 숨기고 있는 예촌망 해안은 절벽길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낭떠러지행이 될 것이다.

암벽등반을 하듯 땀을 뻘뻘 흘리며 나갈 수 있는 오솔길을 찾아 오르고 또 올라 결국 이날의 목적지인 쇠소깍다리에 도착했다.

5코스 종점이자 6코스 시작점이다.

지난 5월30일에는 올레를 다 걷고 성산읍 섭지코지 입구에 있는 신양해수욕장 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미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는 파래가 쌓이고 쌓여 파래가 모두 이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 파래를 치우는 게 아니라 오래된 하얀 파래를 땅속에 묻어버린 광경이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눈에만 안보이면 된다는 그 잘못된 의식이 문제다.

이 모두가 거의 서귀포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심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지사가 서귀포시에 자주 가지 않아서 그럴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이같은 행태는 분명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올레를 걸으면 그런 제주도의 내밀한 문제들이 보인다.

바다를 노래한 아름다운 시로, 울적한 마음을 달랠 수 밖에..

 

 

바다에서 ...

-시인 안상근

 

칼바람 부는 땅 끝 섬

안개에 묻힌 오름

비 오는 바닷가

언제나 그 자리에

나는 없고

춥고 배고픈 가슴만이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

그 너머의 시간,

 

바다는

그저 자기 모습만 보여 주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바다를 본다.

 

(서정시 제주도에서..)

 

난전 강법선 선생(왼쪽)과 올레꾼 고광언이 5코스 출발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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