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와 꽃창포,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촌극..허위사실 유포 아니면 명예훼손(?)"
상태바
"창포와 꽃창포,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촌극..허위사실 유포 아니면 명예훼손(?)"
  • 박대문(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 승인 2020.06.18 0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단오와 창포, 그리고 꽃창포

단오와 창포, 그리고 꽃창포

 

창포 (천남성과), 학명 Acorus calamus var. angustatus)

 

 

올해의 봄은 예년과 달랐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회나 모임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탓에 갑자기 삶의 흐름이 느려지고 멈추는 듯한 시간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혼자서 가까운 야산의 봄꽃을 찾아 자연과 주변을 유유자적하며 살펴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한가한 여유 속에 쫓기듯 스쳐 지나지 않고 천천히, 찬찬히 풀숲을 보노라면 평소에 지나쳤던 풀꽃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6월의 햇살이 열을 내뿜기 시작한 한낮에 풀숲이 짙게 우거진 개울가를 지나다가 아기 손가락처럼 쏙 내민, 꽃봉오리 비슷한 것을 보았습니다. 힘차게 쭉쭉 솟아오른 풀숲 속에 숨어 있듯, 풀줄기 끝도 아닌 가운데에 붙어 있었습니다. 여러 번 이 길을 지났지만 보지 못했던 창포 꽃이었습니다. 화려하지도 않은 연한 녹색의 꽃이 초록빛 풀줄기 가운데에 찰싹 붙어 있으니 쉽게 눈에 띌 리가 없습니다.

창포! 하면 바로 민속 명절인 단오(端午)가 떠오릅니다. 음력 5월 5일인 민족의 전통 명절 단오가 올해는 6월 25일, 딱 일주일 남았습니다. 일 년 중 가장 양기(陽氣)가 강한 날로도 알려진 단오는 조선 시대에 설날, 추석, 한식과 함께 4대 명절에 속했습니다.

단오의 대표적 풍습은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는 것입니다. 단옷날 창포물로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하면 액운을 막고 머릿결이 곱고 윤기가 있으며 피부도 부드럽고 깨끗해진다고 믿어왔습니다.

창포 뿌리에는 아사론(asarone)이라는 방향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이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 시원할 뿐만 아니라 은은한 향기도 난다고 합니다. 창포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어 지금도 욕실용 향수나 입욕제, 화장품, 비누 등 제품에 이용하고 있고 한방에서는 다양한 약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창포는 예전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민가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지 정리, 하천 미화사업, 제초제 사용 등으로 자생지가 훼손, 소멸되어 희귀식물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단오와 같은 민속 명절도 잊혀 가고, 창포물 대신에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사용에 편리한 샴푸의 등장으로 창포가 우리의 생활 속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단지 그 이름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창포와 꽃창포를 구별하지 못하여 생긴 웃지 못할 일화도 많고 무지(無知)의 소치(所致)로 부끄러운 일도 생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근래 들어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공원이나 정원 그리고 도심 가로변에 외래종을 주로 한 많은 풀꽃을 심습니다. 그 덕분에 꽃이 화려한 꽃창포나 노랑꽃창포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꽃이 있는 둥 마는 둥 하여 눈에 띄지 않는 창포는 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있는 것조차 제거하거나,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고 맙니다.

그 결과 점차 창포의 모습은 잊혀가고 어렴풋이 이름만 기억하다 보니 창포와 꽃창포는 전혀 다른 식물임에도 꽃창포를 창포로 오인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꽃창포(붓꽃과)                                      노랑꽃창포 (붓꽃과)
꽃창포(붓꽃과) 노랑꽃창포 (붓꽃과)

 

 

창포는 천남성과(科)의 식물이고, 꽃창포는 꽃봉오리가 붓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붓꽃과(科)의 식물입니다. 꽃창포는 잎이 창포와 비슷하게 생겼고 화려한 꽃이 피므로 ‘꽃이 피는 창포’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일 뿐 향기와 꽃 모양은 창포와 전혀 다릅니다. 꽃창포 중 노란색의 꽃을 피우는 종(種)은 노랑꽃창포라 하여 이름을 달리합니다.

창포를 꽃창포로 오인하고 있는 상품 광고가 많습니다. 샴푸를 맨 처음 시중에 내놓은 모 회사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며 현재도 이와 비슷한 제품이 같은 우(愚)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창포 담은 샴푸’라는 설명과 함께 제품 병에 꽃창포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공공단체나 법인체의 단오 풍속이나 문화, 꽃 설명 광고에 창포가 아닌 꽃창포 사진을 싣고서 내용은 창포를 설명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창포와 꽃창포를 구분하지 못하여 생기는 촌극입니다.

많은 정성과 돈을 들여 만든 회사 제품에 당치도 않은, 아무 상관도 없는 꽃 사진을 붙이고 이를 ‘창포를 담은 샴푸’라 하면 허위사실 유포이며 왜곡하는 일이 아닌가요? 이러한 상황이 그대로 지속되어 오고 있는 햇수가 1~2년이 아닙니다.

수년이 흘렀습니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창포를 꽃창포로 개명하여 표기하고 있는 것은 허위사실 유포일까요? 아니면 명예훼손에 해당할까요?

시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거나 일부의 다른 사실이 밝혀질 수 있는 역사적 사실도 국가가 당대의 시각으로 정의(定義)를 내리고 이에 반하는 극소수자의 주장을 허위, 왜곡이라 하여 처벌하기 위한 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하물며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사실, 창포를 꽃창포라고 하는 허위 선전, 왜곡 행위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2020. 6월 단오를 앞두고 창포를 보며)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