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습지에 맷돼지나 노루가 아닌, '야생 소'가 살고 있다고(?)..
상태바
한라산 습지에 맷돼지나 노루가 아닌, '야생 소'가 살고 있다고(?)..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0.08.02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포커스)숨은물뱅듸 람사르습지보호구역에서 야생 소 발자국과 배설물 등 존재 확인
한라산에 야생 소가 살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야생 소의 배설물이다

 

 

한라산에 야생소(野生牛)가 살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실재하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을 끌고 있다.

한라산에 멧돼지나 들개들이 서식을 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라산에 야생소가 살고 있다고 하면 쉽게 믿기 어려운 일이다.

한라산에 야생소가 살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숨은물뱅듸 탐사결과 이같은 내용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뚜렷한 소 발자국

 

그동안 멧돼지나 들개들은 한라산이나 오름, 곶자왈, 들판 등을 탐방할 때 어쩌다 마주칠 때가 있다.

특히 곶자왈에서 멧돼지와 들개들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몇 년 전 지인과 함께 저지곶자왈을 탐방하다가 송아지만큼 큰 멧돼지를 만난 적도 있다.

멧돼지를 숲속에서 만나니 등골이 오싹했으나 뒤로 물러 설 곳이 없는 곶자왈이라서 어쩔 도리 없이 선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멧돼지를 노려봤다.

한참을 노려봤더니 멧돼지가 먼저 숲속으로 몸을 감추어서 위험한 순간을 모면했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해진다.

“만약 멧돼지가 배가 고팠거나 새끼와 함께 있었다면 저돌적으로 덤볐을 것”이라고 지인과 이야기를 하면서 곶자왈을 벗어난 적이 있다.

또한 오름 탐사를 마치고 야트막한 평지로 나오는데 “으르렁 컹컹” 개 짖는 소리가 들려 앞을 보니 들개 때들이 새끼노루 한 마리를 잡고 자기들 아지트인 풀숲으로 끌고 가는 중이었다.

야생소의 배설물

 

그러나 우리 일행과 마주치니 끌고 가던 노루를 팽개치고 바로 옆 숲으로 피한 뒤에 자기들이 잡은 노루이므로 가져가면 안 된다는 듯 컹컹 짖어대는 것이었다.

개들을 보니 사람들이 기르다 버린 유기견인 모양으로 사람들이 무서워서 덤벼들지는 않았으나 이들이 2세, 3세로 내려가면 야생성이 강해져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오름이나 곶자왈을 탐방할 때는 위급시에 사용할 수 있는 지팡이나 몽둥이를 준비하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처럼 예기치 않은 곳에서 야생화 된 멧돼지나 들개들은 만날 수가 있지만 한라산에 야생소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모두가 처음 듣는 이야기이므로 수궁하기가 힘든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한라산에 야생소가 살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이번 한라산 습지 현장에서 확인을 했다.

야생소가 서식하는 장소는 한라산 국립공원지역에서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습지보호지역으로 보호를 하고 있는 숨은물벵듸 습지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야생소들은 대략 3마리 정도”라고 습지보호를 위해 이곳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알려 줬다.

이 활동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야생소 5~6마리가 보였는데 겨울을 지내고는 3~4마리만 확인이 된다”고 했다.

일설에 따르면 "이들 야생 소들은 한라산에서 방목 중인 소들이었으나 방목 중에 길을 잃은 소들이 겨울철 집으로 내려가지 않고 산에 남아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야생소들은 1세대가 지난 2, 3세대 이후 소들이어서 완전히 야생화가 이루어진 소들"이라고 한다.

야생소들은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거나 사람 냄새를 맡게 되면 숲속 깊은 곳으로 도망을 치는데 이들이 아지트가 되는 깊은 숲속은 청미래덩굴로 얽혀있는 숲이라서 천적들이 함부로 범접을 할 수 없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이곳에 서식하는 새나 야생동물들을 관찰하기 위해 설치된 CCTV에도 야생 소들이 모습이 관찰된다고 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최근 이곳 습지에는 큰비가 내려 이곳을 오간 야생동물들이 발자국들이 모두 지워진 상태인데 2일 이곳을 탐사할 때 이곳 습지 물가에서 선명하게 찍힌 소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발자국과 소의 배설물을 보고 바로 오늘 아침에도 이들 야생 소들이 물을 먹으러 다녀 간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곳 습지활동가에 따르면 “숨은물벵듸 습지가 람사르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로는 이곳에는 소나 말 등 모든 짐승들이 방목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숨은물벵듸 습지에 야생소가 둥지를 틀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숨은물벵듸 습지가 어디에 있고 어떤 곳인가에 대해 알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금물이다.

 

 

제주에는 오름과 곶자왈, 넓은 들판 사이마다 물이 고여 있는 습지들이 여러 곳 있다.

이중에서 람사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다섯 군데나 된다.

습지(濕地, wetland)란 영구적 혹은 일시적으로 습윤한 상태를 유지하고 그러한 환경에 적응된 식생들이 서식하는 장소를 말하는데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에서는 습지를 간조(干潮)시 수심 6m를 넘지 않는 곳을 포함하는 늪, 습원(濕原), 이탄지(泥炭地), 물이 있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 협약은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으로 약칭으로 '람사르 협약'이라고 부른다.

이 협약은 1975년 12월에 발효되었고 우리나라는 1997년 7월 28일 101번째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했는데 이 협약에는 현재 170여개국이 가입돼 있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습지보호지역에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곳은 22곳이며 그 중에서 제주는 물영아리오름, 물장오리오름, 1100고지습지, 동백동산 습지, 숨은물뱅듸 등 5곳이 지정돼 있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숨은물벵듸는 우리나라 습지 중 21번째로 지정된 습지다.

숨은물벵듸 습지는 해발 1000m 고지(高地)에 있는 습지로 제주시 애월읍 삼형제오름 부근에 위치해 있는데 습지 주변에는 삼형제오름, 살핀오름, 노로오름 등 오름들로 둘러싸인 곳에 웅덩이 형태로 형성된 습지다.

숨은물벵듸란 ‘숨어 있는 물이 있는 넓은 들판’이라는 뜻을 가진 제주어로 물웅덩이가 깊지는 않지만 연중 언제나 땅 표면이 흠뻑 젖어 있다.

숨은물벵듸 습지 주변에는 크고 작은 숨골과 동굴들이 있어서 이곳으로 물들이 스며들어 아무리 큰비가 와도 습지에 물이 넘치질 않는다고 한다.

숨은물벵듸 습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식물과 멸종위기종 동식물 등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수생식물(水生植物)의 보고이다.

숨은물벵듸 습지는 우리나라 람사르습지 중 2군데만 지정이 된 고산지대(高山地帶) 습지로 비나 안개 등의 수분에 의해 약산성(弱酸性) 빈영양상태(貧營養狀態)의 토양을 형성하고 있는 고층습원형(高層濕原形) 습지라고 한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장윤석)은 한라산 습지보호지역인 '숨은물벵듸'를 정밀 조사한 결과 물이끼와 곤충을 포충(包蟲)하는 멸종위기식물인 자주땅귀개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4종, 고유종 15종 등 모두 528종의 야생 생물들이 서식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2018.10.21.)

 

 

숨은물벵듸 습지는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지역안에 있어서 일반인들이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지역이다.

숨은물벵듸 습지로 가는 길은 하늘을 뒤덮은 원시림들이 울창한 지역인데 이곳에도 조릿대가 번창하여 숲을 잠식하고 있었다.

숨은물벵듸 습지는 원시림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기후조건이 온화하여 동식물들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곳이고 야생소들이 언제든지 물을 마실 수가 있어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소중한 야생 소들이 멧돼지나 들개처럼 생각해서 포획을 한다거나 밀렵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한라산 야생 소의 개체수가 올해는 지난해 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사람들이 기르던 소나 말, 낙타, 양 등 동물들이 야생화 되었을 경우 이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관계당국에서는 이곳에 살고 있는 야생소들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대책을 세워 야생 소들도 한라산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보호를 해야 한다는 주문을 해본다.

 

야생 소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