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꾼들은 너무 긴 한라산둘레길 코스에 아쉬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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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꾼들은 너무 긴 한라산둘레길 코스에 아쉬움 많다.."
  • 고현준
  • 승인 2020.08.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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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둘레길탐방)처음 걸어 본 수악길..자연미 물씬, 피곤할 겨를 없어

 

 

 

숲길이었지만 비가 내린 다음날이라 그런지 후텁지근했다.

땀은 비오듯 흐르고 대지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온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운 여름이라..숲속이 걷기에는 좋았다.

우리 일행이 처음 선택한 둘레길 코스는 5.16도로에서 들어가는 수악길이었다.

수악길은 돈내코탐방로에서 사려니오름 입구까지 이어지는 16.7km의 구간이지만 우리는 중간에서 들어가 같은 곳으로 걸어 나왔다.

여름철이라 올레길 걷기를 포기하고 둘레꾼이 되어 산속으로 들어간 둘레길 걷기..

둘레길에서 처음 만난 느낌은 자연미였다.

인공이 가미된 곳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푼 마음으로, 기대에 찬 가슴을 안고 둘레길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나무뿌리가 넓다랗게 길을 한가득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나무와 돌에는 푸른 이끼가 가득 했다.

우리가 흔히 보아 왔던 야자수매트나 돌가루가 깔린, 그리고 데크라는 것이 전혀 없는 천혜의 자연이 그곳에는 있었다.

숲이 깊어서였을까.

썩어가는 나뭇가지에는 버섯들이 가득 자라고 있기도 했다.

그런 숲이 주는 안정감이 정말 좋은 곳이 둘레길이었다.

둘레길의 또하나의 특징은 올레길과 달리 관광객보다 제주도민이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1일 처음으로 둘레길을 걸을 때도 관광객은 거의 없었고 모두 도민들을 만나 인사를 하곤 했다.

 

 

 

올레길은 다양한 제주도를 만날 수 있다.

마을도 보고 오름도 오르고, 바다와도 만난다.

제주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올레는 제주를 깊숙이 만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다.

하지만 둘레길은 숲속을 걷는다.

다행인 것은 둘레길을 알리는 가느다란 노란 줄과 둘레길 리본이 길을 안내한다는 그 점이 좋았다.

길을 잘못 들어가면 십중팔구 길을 잃기가 쉬운 코스가 둘레길이다.

그래서 노란 줄과 리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난전 강법선 선생과 친구 고광언과 셋은 그렇게 처음 찾은 둘레길을 한시간여 올라 가 처음 만나 계곡에서 잠시 쉬었다.

그 계곡에는 산행모임인 산악회 회원을 만나 잠시 대화도 나누었다.

 

 

 

처음 걷는 둘레길이라 무리하지 말고..

맛만 보자고 시작된 둘레길 걷기..

첫 번째 만난 계곡 입구에서 “종점까지 가는 길어 너무 멀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둘레꾼들과 만났다.

이들 둘레꾼들은 “계곡을 3개나 지나 다녀오는 길”이라며 “다시 출발지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둘레길은 벌써부터 산악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길이지만..

“코스가 잘못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제주의 오름 저자이며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다 올라 이에 대한 책까지 쓴 김승태 선생은 “올레도 그렇지만..둘레길의 분기점은 대중교통을 타고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내려오도록 코스를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끝까지 걷기에는 너무 멀고, 중간중간 버스를 탈수 있는 곳으로 코스를 다시 만들어 둘레꾼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영실에서 법정이 사이를 보면 대중교통이 나오는 구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1100도로의 경우 서귀포휴양림을 분기점으로 만들면 좋다는 의견도 주었다.

"그곳에서 둘레길을 걸으면 천아수원지까지 이어지는데 너무 멀다"며 "중간에 1100휴게소로 길을 내면 된다"는 조언이었다.

또 "천아수원지에서 다시 1100도로까지 나오게 길을 만들어준다면 둘레꾼들이 걷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

결국 산악전문가들과 함께 중간중간 대중교통이 다니는 길로 내려올 수 있도록 코스를 다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한라산 8부 능선에 만들어 놓았다는 군용 ‘하찌마끼도로’가 한라산둘레길의 원조이지만..아직 그 길까지는 만들어놓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다.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가끔 맷돼지와도 만나고 들개와도 마주치는 길이 둘레길”이라며 “둘레길에서 만난 들개는 아직 집에서 기르던 개들이라 사람을 보면 도망을 가지만 이들 중 2-3세가 태어나게 된다면 그때는 진짜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걱정을 전했다.

산악인이기도 한 김 회장은 “둘레길을 걸을 때는 산악용 지팡이에는 앞에 뾰족한 날이 서 있어 반드시 지팡이를 갖고 다니는 게 좋다”며 “위험에 처했을 때 일종의 방어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팁을 전해주기도 했다.

“한번 맷돼지가족을 만났는데..가만히 서 있었더니 그냥 지나가더라”며 “만약 배가 고팠다면 공격을 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둘레꾼이 되어 처음 걸어본 한라산둘레길..

한 여름 산속에 있으니 그 숲이 주는 안도감에 계곡에 앉았는데..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이날 처음 만난 한라산둘레길의 숲길의 여러 모습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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