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어두운 연말연시를 맞이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그 해가 좋았든 괴로웠든 상관 없이 연말연시는 모두가 유해지고 축제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만남을 자제하고 서로를 경계 아닌 경계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지인과의 만남이 항상 친분관계의 유지 같은 ‘담백’한 만남이면 좋겠지만, 우리 공직자는 항상 ‘부탁’ 또는 ‘청탁’의 위험 앞에 놓여 있다. 사적인 만남에서의 작은 부탁이 나중에는 공사 계약건 같은 큰 청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나, 둘 부탁하는 걸 들어주고 그에 따른 답례를 주고 받고 하다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된다.
강제적으로 거리두기를 하게 된 지금, 코로나19는 각자 인간관계의 ‘가름’을 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된다. 지금은 여기저기 불려다니기보다는 꼭 필요한 만남, 가야하는 자리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인간관계를 이해득실만 따져 유지하는 건 옳지 않지만, 적어도 공직자의 꿈인 정년퇴직을 위협하는 불편한 요구를 하는 나쁜 관계는 끊어 버려야 한다.
바둑에 ‘기자쟁선’이라는 말이 있다. 돌 몇 점을 사석으로 버리더라도 큰 것을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직생활도 대국과 같다. 사건사고 없이 정년으로 퇴직하는 것이 대승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각자 가정의 작은 승리 정도는 될 것이다.
바른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그 승리로 가는 길이 될 수 있다. 바둑돌이 무한하지 않듯이 우리는 시간도, 돈도 무한하지 않다. 본인이 실로 득이 될 자리에 놓여야 한다. 진정한 고수는 ‘사석’을 잘 쓰는 사람이다. 끊어야 할 것을 제때 끊지 않으면 대마가 죽어버린다. 부패한 공직자의 말로를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공직생활의 승리로 가기 위해서 올바른 자리에 놓인 돌이 되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