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칠 문화칼럼)길과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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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문화칼럼)길과 추억
  • 강문칠 기자
  • 승인 2012.06.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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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전 제주예총회장,음악평론가 작곡가)

 

 

길을 걷는다.

이 길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기간이 40년도 더 넘는다) 그 때는 너무나 멀고 지루 했던 길 위에 내가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걷는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나에게 일어난 것일까? 말로 다 할 수 없는 많은 일들,

 

그 때나 지금에도 변함이 없는 오름들과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선의 매력들...
나는 그 매력을 잠시 잊고 있었다. 어린 시절엔 곧잘 바다에 가길 좋아 했었지, 그리곤 어쩌면 묵상엘 잠기곤 했었다. 왜 그랬을까?

 

오래전, 친한 벗들과 같이 걸었던 길을, 지금은 혼자서 길을 걷는다. 그 길에서는 숱한 생각들이 펼쳐지고 묵상으로 시간을 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출발할 시작점에서는 잠시 시끌벅적 대화가 오가지만, 어느 새, 각자로 돌아가 깊은, 서로가 대화 없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다.

그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때 갖는 행복감, 걸어가는 주변의 변화가 있는 장면과 생각의 겹침이 항상 새로움을 준다.

 

한가로운 시간들 위에 자리 잡은 묵상의 시간들, 그러한 여유를 갖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면서, 일손과 따스한 온기를 기다리는 밭과 들을 보며 생각들을 정리를 해 본다.


한가로운 말들의 움직임도 나에게는 생각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모든 것들에서 깨달음과 부딪치는 생각의 만남들이 반복되는 그 사이에 사람들은 어느 새 목표한 지점에 이른다.

해안선이 참으로 부드러운 곳에 다다르면 걸음을 멈추어 길가에 앉는다. 아직 해안가에는 사람이 없다. 차가운 바람, 온기가 내려간 오후의 시간, 바다에는 사람이 없다. 길을 걷는 몇몇의 사람들만이 경치 속에 빠져 자연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혼자서 만끽하는 자연과의 호흡,

 

땀을 식히며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두산봉의 바위가 마치 병풍을 두른 듯 나를 압도해 온다. 오늘 반나절 걸어 온 길 위에 내가 뿌린 상념의 조각들, 그 흔적들도 다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오늘의 여유로운 길과 나의 걸음에 감사한다.

오늘도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우리는 그 추억과 함께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모든 길은 한 사람의 추억이 바다와 하늘이 되어서 사람에게는 여유로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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