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 웃음과 수다, 젊은 날 추억이 있는 곳..북촌리 고지불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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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 웃음과 수다, 젊은 날 추억이 있는 곳..북촌리 고지불턱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1.04.12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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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8월~9월은 소라들의 산란기라 누구든 바다 출입을 금하고 있다

북촌리 고지불턱

 

위치 ; 조천읍 북촌리 고지불턱은 북촌리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북촌초등학교 옆길→북촌포구 서쪽 다리→개인 주택 뒤
시대 ; 미상(조선시대 추정)
유형 ; 어로시설(잠녀편의시설)

북촌리_고지불턱

 

불턱은 제주해녀들의 쉼터이자 담화 공간이었다.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언 몸을 녹이고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지친 해녀들을 위로했던 소중한 문화공간이지만 해녀의 감소와 탈의실 사용으로 이제는 이용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고지불턱은 북촌리 1동에서 6~70대 해녀 15~20명이 사용하는 불턱이다. 북촌리 해녀수는 총 200명 정도(등록된 해녀수는 122명)이고, 대부분 다려물질(다려도 물질)을 나간다. 마을근처 바닷가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은 나이가 들거나 물질 기량이 낮은 사람들이다.


고지불턱 주변은 해녀들의 활동공간이다. 어쨌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군이든 하군이든 물에 들어가는 시간과 나오는 시간만큼은 똑 같다. 즉, 다려도에서 물질을 하든, 고지불턱에서 하든 북촌리 해녀들의 작업시간은 똑같다는 것이다.

고지불턱에서 한 쪽 다리라도 먼저 물에 담갔다가는 그 즉시 호각소리는 물론 욕설이 퍼부어진다고 하니 무섭다.


고지불턱에서 김민자(1934년생, 여), 문순옥(1936년생, 여), 이옥례(1936년생, 여), 안인숙(1943년생, 여) 씨가 이야기 봇짐을 풀었다.


매해 8월~9월은 소라들의 산란기라 누구든 바다 출입을 금하고 있다. 외부사람들을 못 오게 막고 있어서 물질 없는 날도 보초 서러 나오고 있다.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소라 채취기이고, 5~6월은 성게, 보말, 9월은 붉은 성게가 잡힌다.

옛날에는 7월이면 오분자기가 많았는데, 이젠 보이지 않는다. 오분자기나 솜은 사라지는 바다작물이다. 소라나 전복, 해삼은 씨를 배양해서 바다에 뿌려 키워서 잡기도 한다.


북촌은 다려해녀가 많다. 물질하다가 작은 것이 잡히면 공동어장에 풀어주는데, 공동어장은 북촌 해녀들이 전체로 작업을 하는 장소이다.

고지불턱은 역사가 깊다. 할머니의 할머니부터 사용했다. 까부리(모자)에, 작은눈(안경)을 쓰고 물소중만 입어서, 물에 들면 추워서 대여섯 번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고. 그때는 물적삼도 안 입었을 때다. 물안경을 쓰고 들어가면 물건이 크게 보여서 신나게 잡아서 보면 쪼그만 해서 어이가 없어.


추워서 불턱에서 불 쬐다 보면, 열로 다리가 벌겋게 되면, “저 다리 꽃 잘 피난 물질도 잘 헴저.” 허멍 한바탕 웃어 제끼고…. 불턱에서 짠물을 끓여 놔뒀다가 고무옷을 벗을 때 그 물을 끼얹으면서 벗어야 잘 벗어졌다.

그렇지 않으면 살갗이 벗겨진다. 물질하러 올 때는 땔나무 등에 져서 오고, 구워먹을 감자나 고구마도 가져 와서 구워 먹는다. 옛날 바다는 물건은 많은데 추워서 못했고, 지금은 더 하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 얼마 못한다.


고지불턱(현대식 탈의장) 앞에는 최근에 시멘트로 만든 불턱이 있다. 오래된 건 큰 불턱, 최근 건 작은 불턱이다. 작은 불턱은 지금도 사용 중에 있다. 바다가 세서 작업을 못하면 수입이 적고, 밭일도 하고 잠수일도 하지만, 바다일은 부업 정도의 수입밖에 안 된다.


불턱은 웃음과 수다, 젊은 날의 추억이 있는 곳, 그래서 해녀에게 불턱은 휴식처이자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여성전용공간이다.(제주의소리 2010년 4월 16일 김은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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