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산행기) 삼의악(새미오름) ~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 따라, 자연의 품에 안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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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산행기) 삼의악(새미오름) ~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 따라, 자연의 품에 안기니..
  • 김경애
  • 승인 2021.06.22 11: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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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흥사단 YKA산악대 김경애(제주흥사단 통상단우)

 

 

자연의 품에 안기고, 흥사단의 품에 안기고······.

2021년 6월 20일, 자잘한 흰 구름이 움직임 없이 하늘에 붙어 보이는 맑은 날 아침.

 

김경애(제주흥사단 통상단우)

 

늘 그렇듯이 매달 셋째 주 일요일은 YKA산행을 가는 날이다. 제주흥사단의 월중 행사이지만 나에게 있어서의 산행이란 어쩌다 한 번 자연이 보고플 때, 그리고 큰마음을 먹고 가는 연중행사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렇기에 산행가자고 연락이 와도 시큰둥한 반응으로 갈 수 있으면 가고 어쩌면 못 갈지도 모른다는 시원치 않은 답변을 내놓으며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한 마음을 감추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도 김선희 산악대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하지만 어제는 야근을 계획하고 있었고 새벽에나 집에 갈 예정이어서 동행하기 어렵다는 확실한 답변을 드렸다. 그리고 계획대로 새벽 두 시까지 일을 하다가 집에 도착한 시간은 2시 20분. 막상 잠을 자려고 했지만 웬지 잠은 들지 않고 뒤척이다가 아침에 눈을 떴다.

‘비 보약 잔뜩 먹은 산수국들이 수줍게 자태를 뽐내며 기다리고 있는 곳. 6월을 위해 아껴두고 싶었던 그곳으로 갑니다.’

어쩌면 산악대장님은 산행장소만 공지를 해도 될 걸 이렇게 좋은 글귀로 정말 가고 싶게 만드는지······.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오늘 갈 일정을 확인하다가 보게 된 이 문구가 머릿속에 머무르며 떠나지 않았다.

 

 

 

‘그래 6월은 수국이 한창 피어오르는 시기이지.’

몇 년 전 가족들과 휴양림에 놀라갔다가 여기저기에 많이 피어오른 수국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있었던지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불을 걷어차고 준비를 서둘렀다. 집결시간이 30여분 남은 시간. 산악대장님께 전화를 드려 가도 될지 물어보았다. 안된다고 하지는 않을 걸 알면서도 간식을 챙길 엄두가 나지 않아 물만 챙기고 가겠다는 염치없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함이었다.

09시 02분 제주흥사단 단소 앞. 여러 단우님들께서 단소 앞 정자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장 어린데 가장 늦게 도착한 나. 뭐라 하시는 분은 없지만 조금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배짱을 부릴 용기를 내야만 그 분들을 마주할 수 있는 이 머쓱한 느낌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산행장소까지 이동할 차를 정하고 3-4명씩 나누어 차를 탔다. 오늘은 삼의악(세미오름)에 오르고 아라동 역사탐방로로 이어지는 트레킹코스다.

이동거리는 한 30분쯤. 제주에는 오름이 많고 그 만큼 오름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차를 태워줘야 하고, 설명을 해줘야 하는, 마치 제주사람이 아닌 듯한 느낌의 제주사람이 바로 나다. ‘그러면 어떠랴? 이왕 이렇게 나온 거 오늘은 자연을 느끼고 자연에 몸을 맡겨보지 뭐.’ 하고 생각하는 동안 삼의악(세미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삼의악은 오름에서 샘이 나온다고 해서 세미오름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단다.

오름에서 샘이 나온다고? 오름 이름이 예쁘고 특이하다 생각하면서도 기대감이 생겼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산수국은 마치 우리를 반기듯 손을 흔들며 한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나오는 역사유적지 진지동굴. 이런 유적지라면 고영철 제주문화유산답사회의 회장님이 빠질 수가 없지. 태평양 전쟁 때 만들어진 이 동굴은 길이가 100m가 훨씬 넘는 길고 큰 동굴이라며 들어갔다

온 적이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제주흥사단 단우님들 또한 이런 유적지에 한 번 쯤 가보지 않으신 분이 없기에 몇 분을 제외하고는 들어갈 생각을 하시지 않았고, 나 역시 얼른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를 바랐기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코스다. 가파르고 좁은 오르막길이다. ‘아~ 역시 오름은 힘들구나.’ 생각하면서도 ‘잠시겠지’ 하고 생각을 바꿨다. 해봐야 오름 정도지 산이 아니니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고 속으로 생각을 하는 동안 나의 체력을 알고 있는 성영희 조직국장님은 연신 나를 챙기신다.

앞에서 말 걸어주시고 뒤에서 호위를 해주시며 내가 지루하지 않게 혹시라도 지치는 건 아닌지 챙겨주셨다. 그렇게 가다가 보이는 벤치. 기쁜 마음에 벤치에 앉으려는 순간 성영희 단우님은 앉지 말라고, 앉으면 더 힘들어진다면서 나의 손목을 잡아 일으키셨다.

‘하아~’ 잠시 서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이동. 그 이유를 알기에 나는 성영희 단우님의 사진을 찍어드렸다. 좋은 경치만 보이면 ‘여기서 사진 찍어드릴게요.’ 하며 연신 카메라를 들이댔고 자연의 경치를 보고 말하는 재미와 사진 찍는 재미에 힘든 것은 많이 사그라지기도 하였다.

그렇게 어느덧 오름 정상에 올랐고 훤히 내려다보이는 시내풍경에 감탄을 자아내며 또다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댔다.

 

여러 단우님들께서 가져오신 간식을 먹고..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산에 오면 막걸리를 먹지만 오늘은 좀 취할 것 같은 느낌에 막걸리를 사양했다. 그런데 웬걸 산악대장님께서 막걸리를 먹으라고 강요를 하시네.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 것도 못하게 하고, 막걸리는 강제로 먹으라고 하니 자유 없는 산행인 것 같다는 나의 이야기에 고영철 회장님께서 한 마디 하신다.

산악대장님과 부대장님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뭐 별 수 있나? 오늘은 자연에 몸을 맡기기로 했으니 그래 먹어보자 싶어 막걸리 한잔을 들이켰는데 역시 산에서 먹는 막걸리는 꿀맛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달콤하다. 어느 순간 비워진 막걸리 잔이 또다시 채워진다. 그렇게 한 세 잔을 마시고 이동을 하다 보니 정말 샘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샘이 흐른다.

각박하고 메마른 현대사회의 인간미. 그리고 각종 개발로 인해 자연까지도 메말라버린 이 시대에 산도 아닌 작은 오름에서 샘이 흐른다. 그것을 본 내 마음속에도 샘이 흐른다. 잠시 동안 믿지 못할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가는 길 내내 피어있는 산수국을 감상하며 가다보니 칼다리폭포 표지판이 보였다.

동글동글한 바위를 밟고 내려가니 물방울이 모여 아주 가느다란 폭포수로 떨어지고 있었다. 비가 오면 이 또한 멋있는 폭포가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단우님들의 물수제비 놀이가 시작되었다. 안건세 단우님, 임재흥 단우님, 고영철 단우님, 임창효 단우님의 물수제비 놀이는 비가 오지 않아 물웅덩이가 얕고 작은 것이 아쉽게 느껴지기만 했다.

산행길, 그리고 이어지는 계곡 길, 물은 흐르지 않지만 비가 오기만 하면 거대한 계곡물이 흐를 것 같은 커다랗고 둥그런 바위들을 밟으며 걸어가니 신령바위가 우람하게 서 있다.

이어지는 산악대장님의 목소리. “경애 단우~ 그 앞에서 기도하고 올라와~”

알고 보니 한라산의 신령이 서려 있어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바위란다.

나는 큰 욕심이 없다. 그저 건강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소원이라면 소원이다. 그것도 소원이라고 나는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아 진심으로 기도를 했다.

 

 

이어지는 세 번째 간식타임.

도너츠, 귤, 과자, 방울토마토, 그리고 역시나 막걸리.

나는 이게 점심식사라 생각을 하고 물었다. 그런데 간식이란다. 공지할 때는 3시간 코스라고 하던데 그 시간 동안 간식타임은 벌써 세 번째이다. 웃음이 났다. 그리고 막걸리 또한 부드럽게 내려갔다. 그 순간 YKA 산행을 오면 1kg을 살찌우고 집에 들어간다는 임재흥 단우님의 말씀이 가관이다.

이렇게 고지길과 내창길을 번갈아 다니다보니 우리는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 사실은 길을 잃은 줄도 몰랐다. 가다보니 길이 막혀 있고 되돌아가야 하거나 다른 길을 찾아가야 하는 일이 두 세 번은 있었다. 그리고 나타난 목장과 고사리 밭에서 보니 우리가 올라갔던 삼의악 오름이 저 멀리에서 보인다. 그래도 괜찮다.

 

자연이 나를 불렀고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다. 흥사단은 매월 정기적으로 산행을 다니고 있고 그래서 단우들은 흥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인다. 자연은 인간을 품어주고 인간은 자연의 품에 안기듯이 흥사단은 단우를 품어주고 단우는 흥사단의 품에 안긴다.

흥사단이 창립된 지 108년이다. 이 정도의 세월이면 어느 자연 못지않게 거룩한 단체임에 틀림이 없다. 자연은 인간에 의해 많이 훼손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연은 위대하며 인간을 품어주고 있다. 흥사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몇 사람에 의해 이미지가 훼손되는 일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흥사단은 위대하고 단우들을 품어주고 있다.

내가 제주사람이 아닌 듯한 제주사람이라고 했듯이, 흥사단도 가끔은 단우가 아닌 단우라고 느낄 때가 있다. 흥사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단우를 흥사단의 이름으로 품어주려고 한다. 오늘만큼은 자연의 품에 안기고 흥사단의 품에 안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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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선 2021-06-30 18:07:50
제주사람이 아닌듯한 친구야~
오랫만에 산을 담고 왔네~~
다음에는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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