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올레걷기) 시커먼 물로 가득 했던 습지에 부레옥잠이 가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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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 시커먼 물로 가득 했던 습지에 부레옥잠이 가득 ..
  • 고현준
  • 승인 2021.06.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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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11코스, 모슬봉-무릉2리 밭길과 올레길의 오묘한 조화..인간미 물씬 넘치는 농부의 길

 

밭에 비닐을 깔면 소독이 된다고 한다

 

 

제주올레11코스 올레길을 따라 걷다가 밭에 비닐을 가득 덮고 있는 한 농부와 만났다.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밭을 소독하기 위해 비닐을 깔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밭에 비닐을 덮으면 소독이 됩니까..?”

“이 밭에는 앞으로 마늘을 심을 예정인데..이렇게 비닐을 덮어놓으면 해충도 죽이고 풀도 안나고 좋지요..”

“저 사람들 하루 일당은 얼마나 줍니까..?”

청년 둘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물었다.

“말이로 된 비닐을 하나를 다 깔면 5만원씩 주지요. 오늘 6개를 깔았으니 30만원이네요..”

“요즘 폐비닐은 농협에서 수거를 안해 간다고 하는데..”

“그게 문제지요. 농협에서 폐비닐을 가져가지 않을 거면 팔면 안되지요..“

이날 밭 온도는 무척 높아보였다.

더운 날 젊은 청년 두명이 열심히 비닐을 까는데..둘 다 중국에서 온 일꾼이라고 했다.

이들 일꾼들을 보내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시 걷다 보니 어떤 농부는 넓은 밭을 홀로 열심히 비닐을 깔고 있었다.

아마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이리라.

이 동네 밭은 거의 모두 비닐을 깔고 있는 듯 했다.

농부의 일은 끝이 없다.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연인을 꿈꾸며 살기도 하지만..

더위에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농사야 말로 하느님과 함께 잘 지내야 수확을 얻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425km의 제주올레코스를 다 걷고 나면 괜히 누구에게나 올레를 걸어보라고 권하게 된다.

누가 ”한번 걸었다“고 말하면 ”나는 4번이나 걸었다“고 하는 이도 있다.

개중에는 올레를 걸어보라고 말하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이 걸어봤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1코스부터 차례대로 한번 끝까지 걸어보라“고 권한다.

때로는 ”다 걸었는데 추자도만 가보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는 사람도 많다.

올레길은 그만큼 사연이 많은 길이기도 하다.

올레 종주를 하고 나면 다 끝날 줄 알았던 올레걷기는 주말만 되면 근질거리는 몸을 따라 다시 걷게 만들고 그러다보니..거꾸로 한번 하프코스를 걷고, 다 걷고난 후 1코스부터 다시 하프로 모두 걷고,.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걸어 드디어 11코스 하프걷기까지 마쳤다.

아마 더위가 몰려 올 7-8월이 되면 한라산둘레길을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여름에는 숲으로, 겨울에는 바다로 가라'는 말이 있듯이..

 

 

남의 밭을 지나는 올레길..곁가지가 커서 당초 올레길은 사라지고 밭으로 다니고 있다

 

지난 26일(토요일)은 약간의 비가 예상된다는 날이었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햇볕이 따갑지 않아 걷기에는 좋았지만 오랜 만에 4시간 이상을 걷게 만들어 힘들었다.

올레꾼 고광언과 함께 둘이 모슬봉 뒤편에서 시작된 이날 11코스 하프걷기는 무릉2리 인향동 4거리에서 멈췄다.

신평곶자왈을 걸으며 힘을 다 소진한 탓에 더 이상 걷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11코스 하프코스는 밭을 따라 걷는 길이 참 많았다.

올레가 무엇인지 제주올레를 잘 알 수 있는 이 11코스 올레길에서 많은 이야기들과 만났다.

 

 

 

길거리에 핀 여러 가지 꽃들과 농부들의 땀 흘리는 모습..

그리고 버려져 썩어가고 있는 비료 더미나 농업용수 탱크 아래쪽 공간활용의 지혜, 시골 마을에 나타난 탁구장 등..

언젠가 장마때 길을 건너다 물로 가득했던 신평곶자왈의 새왓이라는 곳도 기억에 남았고..

아직 덜 익어 많이 따 먹지 못해 아쉬웠던 야생 산딸기 복분자..신평곶자왈 입구에 버려진 듯 폐허로 변하고 있는 나무로 만든 화장실 등..

시커먼 물로 가득 했던 습지에 부레옥잠이 가득 아름답게 피어난 모습까지..

이날 제주올레 11코스는 보여줘야 할 많은 것들을 제대로 보여준 길이었다.

 

길에 버려진 비료

 

 

무릉2리 마을의 모습은 더욱 인간적이었다.

다양한 대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올레길은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이야기꺼리가 많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냥 눈에 보여지기 때문이다.

올레를 홀로 걷는 사람도 많다.

사실 혼자 걸어야 좋을 때가 있다.

무심한 마음으로 올레를 걷다 보면 스스로의 문제가 보이고 또 땀을 흘리다 보면 대강의 어려움 같은 일은 모두 잊게 된다.

때로는 시인이 되기도 하고..

나그네가 되기도 해 보는 길..

올레길은 마음에 세상 이야기보다 더한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지혜가 넘치는 농업용수탑 공간활용
시골길에 만들어진 탁구장이 특별해 보였다

 

 

인간미가 느껴지는 무릉2리 주택모습

 

 

 

올레길에서 만난 다양한 택시기사 이야기

 

처음 올레길을 걸을 때는 추운 겨울이었다.

3코스를 다 걷고 마지막 종점을 찾아 많이 헤맸던 기억이 있다.

표선에서 해수욕장에 있는 종점스탬프가 있는 곳까지 걷기가 무척 힘들었다.

콜 택시를 불렀더니 차가 없다고 하고.,

지나던 택시를 잡으려니 그냥 지나쳐 갔다.

겨울비는 내리고 몸은 천근만근 무거운데 바람을 마주하며 겨우 종점까지 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왜 그렇게 택시가 야속하던지..

지난 26일에도 예전처럼 인향동에 도착해서 이 지역 콜 택시를 불렀다.

금방 택시를 보내준다고 했는데.. 조금 있으니 택시가 짠 하고 나타났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얘기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때 울리는 전화벨소리..

”택시 왔수다..“

”엥..?‘

우린 이미 도착해 있는데 택시라니..

콜택시인지 확인을 하지 않고 탄 우리의 잘못이었다.

“미안하게 됐다”고 말하고 “기본요금이라도 보내겠다”고 했다.

계좌번호를 보내라고 하고 “얼마나 보내야 할 것인지..”물었다.

“8천원을 보내라”고 했다.

“5천원만 받으라”고 했더니 “왕복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돌아오는데,,다시 전화가 왔다.

“돈이 안 왔다”고..

“지금 운전중이니 집에 가서 보낸다”고 전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장마철에 물위를 걸었던 신평곶자왈의 새왓

 

사실 이런 경우가 가끔은 있을 것이다.

그 기사는 당연히 자신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하나 놓친 일이 있다.

만약 생각이 깊은 운전자라면 “그럴 수도 있지요. 다음부터는 확인하고 타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돈을 보낸다고 했을 때도 “돈은 괜찮습니다. 어차피 대정읍 택시기사가 벌었을 테니까 저도 좋습니다..”라고 말했으면 더욱 멋있었을 것이다.

그 기사는 대정읍 택시와 대정읍 주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길 기회를 놓친 것이다.

기사를 만날 때마다 대화를 해 보면 말을 잘 받아 주는 기사도 있고 묵묵무답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그 지역의 홍보위원이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작은 일들이 모여 여론을 만들고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도 만드는 것이다.

수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는 기사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제주도를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날 택시기사의 왕복요금 요구는 실수를 한 손님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한 행태였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완벽하게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복분자가 곱게 익어간다

 

 

 

 

신평곶자왈 입구에 쓰러져 가는 화장실..

 

부레옥잠

 

시커멓던 습지가 부레옥잠으로 가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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