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경파괴 천미천, 수십 차례 개별적, 산발적 계획 중복성 낭비성 예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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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환경파괴 천미천, 수십 차례 개별적, 산발적 계획 중복성 낭비성 예산 투입”
  • 김태홍
  • 승인 2021.07.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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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운동연합, ‘천미천 정비사업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청구’

제주환경운동연합이 대규모 환경파괴 논란이 되고 있는 천미천 공사 관련해 제주도감사위원회에 감사청구를 제기했다.

제주도에서 가장 긴 천미천은 아이러니하게도 하천 정비사업에 의해 원형이 가장 많이 훼손된 하천이기도 하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하천정비사업이 시작되어 수십 차례의 하천정비사업이 진행되며 천미천의 원형을 훼손했지만 최근 또다시 4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권역에 걸쳐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천미천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일대는 이미 도내 최대 규모의 성읍 저수지가 들어서 있고 최근에도 천미천 바로 옆으로 대형 저류지가 건설 중이다.

이처럼 1990년대 초반부터 한해 또는 격년으로 산별적으로 개별 사업당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이 드는 천미천 정비사업이 진행되었지만 이로 인한 홍수피해 저감 효과 분석은 없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천미천의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계가 파괴되는 후과를 치뤘지만 천미천 정비사업에 대한 홍수피해 저감효과뿐만 아니라 경제성 분석, 생태환경적 점검은 없었다. 이러다보니 천미천의 하류와 중류는 거의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했고 심지어는 상류부근에도 최근 하천정비계획이 세워졌다.

천미천을 포함해 제주도의 하천정비사업은 개발사업 중에서‘성역’이었다고 할 정도로 아무 견제 없는 질주를 해왔다. 이러다 보니 토건 산업을 위한, 공사를 위한 공사가 아닌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계속되어왔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6일, 도내 하천정비 사업 중에서도 천미천 정비사업에 대해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성과감사 청구’를 했다“고 8일 밝혔다.

성과감사는 특정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경제성ㆍ능률성ㆍ효과성에 대한 검토와 평가를 위주로 수행하는 감사이다. 성과감사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천미천 정비사업 만큼 도내 사업 중에서 성과감사가 필요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제출한 천미천 정비에 대한 성과감사 청구서

청구 배경

제주의 하천은 도외지역의 강처럼 수변 지역이 수생식물대가 아닌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으로 형성되어 기나긴 녹색띠를 형성하고 있는 제주도의 핵심 녹지축이다. 하지만 제주의 하천은 그동안 하천정비라는 이름으로 원형이 상당 부분 훼손되었다. 특히, 제주도에서 가장 길고 복잡한 하천인 천미천은 도내하천 중에서도 가장 정비사업이 많이 이뤄진 하천이라 할 수 있다.

천미천 표선지구 예정지에서 성읍 저수지 방향으로 상류에 있는 천미천 구간의 깊은 소(沼). 이곳은 하천정비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구간이다. 이 모습이 천미천 표선지구의 옛 모습일 수 있다.
천미천 표선지구 예정지에서 성읍 저수지 방향으로 상류에 있는 천미천 구간의 깊은 소(沼). 이곳은 하천정비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구간이다. 이 모습이 천미천 표선지구의 옛 모습일 수 있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하류 부근이 정비공사로 파괴되었지만 최근 또다시 제주시와 서귀포시 권역에 걸쳐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천정비사업만이 아니다. 천미천 일대는 홍수피해 방지라는 명분으로 지난 시기 동안 여러 차례 하천정비, 저수지·저류지 개발이 진행되어온 곳이다.

천미천은 도내 143개 하천 중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한라산 1,100m 이상 지점에서 발원하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걸쳐 흐르다가 표선면 신천리 바닷가 앞에서 긴 여정을 끝낸다.

천미천은 규모뿐만 아니라 생태계와 경관도 매우 훌륭한 하천이다. 특히 천미천 곳곳에 수없이 산재한 소(沼)와 용암 폭포는 규모도 크고 경관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수많은 생물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세월 동안, 천미천은 도내에서 하천정비사업이 가장 많이 이뤄진 하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수피해가 있었던 하류 지역인 표선면과 성산읍 일대는 여러 차례 정비공사가 진행되었다. 이미 이쪽의 천미천 구간은 하상(하천의 바닥) 평탄화, 제방 건설 등 하천정비 공사로 인해 큰 소(沼)들과 양안의 숲 그리고 기암괴석이 크게 훼손되었다.

침수피해를 방지하는 것이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문제는 현재까지도 중복적으로 정비공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고 소중한 자연자원을 없애버린다는 점이다. 필요를 넘어선 과도한 공사가 아닌지, 예산 투입 대비 효율이 있었던 것인지, 홍수피해 방지라는 명분으로 제주의 소중한 자연자원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이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도 천미천 구간 중에 13.7km 구간이 공사 중이거나 공사 바로 직전에 있다. 제주시 권역에 포함된 천미천 구좌지구(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605~송당리 산260, 공사 구간 5.7.km)는 현재 공사가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다.

서귀포시 권역에 포함된 천미천 표선지구(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1651번지~성산읍 신천리 948번지. 공사 구간 : 8km)는 현재 토지 보상 절차를 밟고 있고 내년 봄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두 공사의 예상 사업비만 4백억 원(43,128백만 원)이 넘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위 공사 구간을 제외하고 위 두 곳보다 상류라고 할 수 있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721~교래리 제4교래교 2.8km의 천미천 정비계획이 포함된 제주시 지방하천 하천 기본계획 수립 전략환경영향평가도 통과되었다.

게다가 천미천 정비공사가 이미 이뤄진 천미천 표선지구에서 상류 쪽으로 불과 2km도 안 되는 거리에 도내 최대 규모인 성읍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성읍 저수지는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615억 원이 투입돼 물 125만t을 저장할 수 있는 제주 최대 규모로 건설됐다. 천미천의 중류인 성읍리 지역 임야와 농경지 28만㎡를 개발해 만들었다.

천미천 표선지구 예정지에서 상류에 있는 성읍 저수지. 그런데 최근에 또다시 성읍 저수지 앞에 대형 저류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천미천 표선지구 예정지에서 상류에 있는 성읍 저수지. 그런데 최근에 또다시 성읍 저수지 앞에 대형 저류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성읍 저수지는 농업용수 저장의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천미천 일대의 홍수피해 방지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로도 모자라 성읍 저수지 앞에 또다시 저류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하천정비나 대형 저수지 건설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종합적인 천미천 치수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구간을 쪼개 개별적이고 산별적으로 진행되면서 중복성 예산, 낭비성 예산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예산이 투입된 데 비해 천미천 정비 명분은 미흡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근거자료도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기존 하천정비로 인한 침수피해 방지 효과에 대한 평가가 먼저 나왔어야 하며 이 평가를 토대로 하천정비 계획이 시행되는 것이 순리이다.

이처럼, 천미천 정비사업은 하천의 원형 훼손뿐 아니라 사업비 대비 효율성에도 큰 문제가 있다. 종합적이고 정확한 침수피해 예방 자료를 토대로 하지 않고 중복성 예산 투입 등 투입 대비 효과가 매우 불투명한 사업임에도 계속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성과감사는 특정 사업이나 정책에 대하여 경제성ㆍ능률성ㆍ효과성에 대한 검토와 평가를 위주로 수행하는 감사이다. 성과감사의 성격을 감안한면다면 천미천 정비사업만큼 도내 사업 중에서 성과감사가 필요한 곳이 없을 정도이다. 이에 성과 감사청구를 제기한다.

2. 감사청구 내용

1) 개별적, 산발적 계획에 의한 중복성 예산, 낭비성 예산 투입

현재 천미천은 구간의 절반 이상이 정비사업에 잡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비사업이 많이 이뤄졌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30년 동안 하천정비가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게다가 천미천 표선지구의 경우 이미 오래전에 하상 정비, 제방 건설이 이뤄진 곳인데 또다시 이곳을 넓히고 제방을 쌓는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천미천 정비사업만이 아니다. 농업용수 저장도 있지만, 천미천 일대의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만든, 도내에서 가장 큰 성읍 저수지까지 만들어졌지만 이로도 모자라 최근에 대형저류지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하천은 긴 선형이기 때문에 침수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일정 구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체적인 선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중류에 제방을 높이 만들었을 경우, 물이 몰려 하류에서는 더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천미천 정비사업은 구간 구간을 수없이 쪼개어 제방을 건설하거나 교량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 게다가 성읍 저수지와 대형 저류지를 만들면서까지 침수피해 방지사업을 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 전체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없었다. 지난 시기, 천미천 정비사업의 효과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공사가 계획되어야 했지만, 구간을 쪼개어 공사를 하는 데만 급급해 온 것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서귀포시에서 보내온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도 20회 이상의 천미천 표선지구(서귀포시 권역) 하천정비사업을 진행해왔다. 공사 길이로만 따지면 10km가 넘는다.

공사비만 해도 214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천미천 표선지구 정비사업은 정비구간 8km에 공사비가 260여억 원이다. 지난 20년 동안의 하천정비 사업보다 더 많은 공사비가 투입되는 것이다.

한해 또는 격년 간격으로 쉬지 않고 하천정비공사가 진행되어온 것은 이곳이 다른 곳에 비해 침수피해가 좀 더 있었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20회 이상의 정비공사가 진행되면서도 하천정비 효과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즉, 침수피해 방지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20회 이상 200여 억 원이 예산이 투입되었다.

더욱이 최근에 또다시 20년 동안의 공사비를 뛰어넘는 대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위 자료가 천미천 표선지구만 해당되는 것이므로 천미천 구좌지구를 포함한다면 이보다 훨씬 공사비가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천미천 정비사업에 대한 중복성 예산, 낭비성 예산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 문제

제주시 당국에서 추진하는 천미천 구좌지구의 경우 천미천의 중류에 해당한다. 그런데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사업계획 구간을 모두 조사해 본 결과, 하천 주변이 숲이거나 목장지대였다. 하천정비의 이유가 침수피해 예방이라면, 피해가 있는 지역이 가옥이 있거나 농지가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농지가 있다 하더라도 필지가 많지 않았다. 이 정도의 농지라면 침수피해가 나는 농지를 매입하는 정도로 해도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양안의 상록활엽수림을 훼손하면서까지 제방을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3) 천미천 구좌지구 정비사업 주변 지역의 타운하우스 건설

천미천 구좌지구 계획 중 ‘우안 5지구’는 천미천 내에서도 가장 큰 소(沼)를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물이 많은 곳이고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성읍 저수지의 상류로서, 천미천 전체로 보면 중류에 해당하는 곳이다. 경관이 아름다워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현장을 조사해보니 하천정비 대상으로서 선정한 필요성이 매우 낮아 보였다. 특히 하천정비구역이라고 하면 침수구역이라는 뜻인데, 정비구역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타운하우스 허가가 나서 13개 동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습 침수 지역이어서 제방을 건설하는 하천 정비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바로 옆으로 개발사업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건지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이다. 더 나아가 이는 천미천 정비사업의 타당성 그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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