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들꽃] '기약없는 사랑' 노루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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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꽃] '기약없는 사랑' 노루오줌
  • 김평일(한라야생화회 회장)
  • 승인 2021.07.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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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오줌

 

“노루오줌”이라고 하면 “노루의 오줌인가” 또는 “노루가 오줌을 쌌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다.

“노루”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고산지대나 오름 그리고 들판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동물이다.

“노루”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서식하는 동물로 다른 동물에 비해 추운 겨울철이지만 바람이 막힌 곳이라면 양지보다는 음지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학자들은 “노루”가 음지를 좋아하는 이유로 동물마다 가지고 있는 체질 때문으로 지방이 많은 동물들은 양지에 사는 것을 좋아하는데 비해 지방이 적은 노루는 음지를 좋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루는 예부터 수렵 때 흔하게 잡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노루에 관한 속담들이 많이 있다.

“노루 때리던 막대를 삼년 국 끓여 먹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같은 것을 두고두고 우려내어 쓴다.”는 뜻이고 “노루 뼈 우리듯 우리지 말라.”는 말은 한번 보거나 들은 지식을 되풀이할 때 핀잔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노루잠”이라는 말은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을 말하고 “노루잠에 개꿈”이라는 말은 “격에 맞지 않는 꿈”을 꾸었을 때 쓰는 말이다.

“노루오줌”은 실제로 다른 동물이 오줌보다 “냄새가 독하고 더 찌릿한 냄새”가 났다고 생각하여 “고약하고 독특한 냄새를 맡을 경우” 이를 빗대어서 사용하는 말인 것 같다.

동물이 아닌 식물의 이름 중에 “노루오줌”이라고 부르는 식물이 있다.

 

초여름에 들판을 다니다보면 분홍, 연분홍, 흰색, 홍색 등 다양한 색으로 핀 예쁜 들꽃을 볼 수가 있다.

이 들꽃의 이름을 “노루오줌”이라고 한다.

참고로 동물의 배설물인 오줌이라는 말이 식물의 이름에 들어간 식물로는 “노루오줌”과 “쥐오줌풀”이 있다.

“노루오줌”은 “범의귀과 식물”이고 “쥐오줌풀”은 마타리과 식물로 두 식물은 서로 다른 식물이지만 두 식물 모두가 동물의 배설물인 “오줌”을 식물명으로 붙여졌다는 특징이 있다.

“노루오줌” 이나 “쥐오줌풀”의 꽃을 보면 여느 들꽃보다 꽃이 크고 아름다운데 하필이면 하고 많은 예쁜 말들을 놔두고 왜 이 예쁜 꽃에 “노루오줌”이니 “쥐오줌풀”이니 하는 이름을 붙였는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식물들이 특정 동물의 배설물을 이름으로 붙였는지를 살펴보니 이 두 식물의 뿌리나 꽃에서 “노루오줌 또는 쥐오줌”과 같은 역한 냄새가 난다 그래서 이름을 이렇게 붙인 것 같다.

 

“노루오줌 또는 쥐오줌풀”이라는 이름이 식물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오줌을 빼고 노루풀이라고 부르자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영국 왕립원예식물백과사전이나 일본 최신원예대사전에는 “노루오줌”을 Astilbe chinensis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속명의 Astilbe는 라틴어의 a(~가 없다)와 stilbe(빛나다, 반짝이다)의 합성어로 노루오줌의 꽃이 그 다지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노루오줌”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노루오줌”은 인기가 없는 자생종 식물 중 하나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노루오줌”으로 종간교잡종을 만들어 화분용이나, 꽃병용 또는 화단용 원예품종으로 보급하면서 사람들에게 관심이 높은 식물이기도 하다.

노루오줌.

노루오줌은 범의귀과 노루오줌속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뿌리나 꽃에서 노루오줌과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큰노루오줌, 왕노루오줌, 노루풀이라고도 부른다.

전국의 산지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자라는데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꽃은 기다란 줄기 끝에 먼지떨이처럼 보이는데 분홍, 연분홍, 흰색, 홍색으로 7월에 피고 꽃차례의 원추꽃차례 (圓錐花序)로 축이 한 번 또는 여러 번 갈라져 마지막 각 분지(分枝)가 원뿔 모양을 이루는 꽃차례인데 꽃차례의 길이는 20~30cm정도 된다.

꽃과 꽃자루에는 솜털이 많이 나 있고 5장의 꽃받침은 달걀 모양이며 꽃잎은 끝이 둥글고 안쪽에 2개의 암술과 10개의 수술이 있다.

잎은 작은 잎들 모여서 하나의 큰 잎을 이루고 있고 뿌리 부근 잎은 모여나지만 꽃이 필 무렵에는 줄기가 높이 자라는데 줄기에 나는 잎들은 어긋나기를 한다.

줄기는 50∼60cm정도 곧게 자라고 갈색의 긴 털이 있으며 뿌리줄기는 굵고 옆으로 짧게 벋으며 자란다.

열매는 가을에 익는데 갈색으로 변한 열매 속에 먼지처럼 보이는 작은 씨들이 가득 들어있다.

노루오줌의 꽃말은 '기약 없는 사랑'이다.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한비 김평일 선생

한비 김평일(金平一) 선생은 지난 40여년동안 도내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퇴직 후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를 창설, 5년동안 회장직을 맡아 제주바다환경 개선에 이바지 했으며 지난 2015년도 한라일보사가 주관한 한라환경대상에서 전체부문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전국 실버인터넷경진대회(2002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교직근무시에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에 취미를 가지고 풍경사진 위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 오다 제주의 들꽃에 매료되어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라야생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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