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한라산이 들려주는 웅장한 자연의 심포니 오케스트라 선율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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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한라산이 들려주는 웅장한 자연의 심포니 오케스트라 선율에 흠뻑..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1.07.2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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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 등반로에서 윗세오름 등반로 사이에서 만난 반가운 한라산 들꽃들..“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케스트라를 떠올리면 중세 시대 때 지어진 웅장하고 화려한 대극장 건물들이 떠오른다.

멋진 무대에서 세계적인 지휘자가 이끄는 지휘자의 손끝과 몸놀림, 시선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하나의 거대한 하모니..이러한 모습에 젖어든 관중들이 큰 감흥을 받게 되는 음악이 오케스트라가 주는 매력이다.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큰 악기다.

오케스트라는 목관 악기, 금관 악기, 타악기, 현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연주하는 형태를 말하므로 오케스트라는 전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큰 악기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연주하는 규모에 따라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쳄버 오케스트라로 나누고 있다.

 

 

“심포니”라는 말은 “함께 울린다.”라는 뜻인 그리스어 “신포니아”에서 유래했다.

거의 모든 교향악단을 심포니, 필하모닉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를 심포니 오케스트라(대관현악)라 하고 그에 비해서 규모가 작은 오케스트라를 쳄버 오케스트라(실내 관현악)로 구분해서 이야기 한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를 포함해 100여명 정도의 연주자로 구성된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이다.

쳄버 오케스트라는 15~60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현악기가 중심을 이루고 지휘자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이를 필하모닉이라고 하며 ‘음악 애호가’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한라산에 오르니, 한라산도 심포니 오케스트라처럼 대 자연에서 웅장한 감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런데 한라산과 오케스트라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제주환경일보가 특별취재 탐사팀(팀장 김평일 명예기자)을 구성하여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소장 김근용)의 출입허가를 받고 지난 19일(월요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라산 영실 등반로에서 남벽분기점 등반로 일대(출입제한구역 포함)의 식물권 식생 탐방을 위한 특별취재를 다녀왔다.

일주일 전 특별취재 허가 신청을 낼 때만 해도 일기 예보로는 한라산 날씨가 쾌청한 것으로 예보가 된 상태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궂은 날씨에 탐방을 하는 것보다 맑은 날씨에 탐방을 하는게 부담도 덜 되고 우산이나 우의 등 갖고 가야 할 등산 장비수도 줄어들어 사진촬영이 수월하므로 기상청 일기 예보를 굳게 믿었다.

방송마다 금년 장마가 조기에 끝이 나서 이제는 폭염을 조심해야 한다는 예보가 나온 상태라 날씨로 인해 탐사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주 후반부인 목요일부터 날씨가 조금씩 변하더니 탐사 하루 전인 지난 18일(일요일)에는 온종일 비가 퍼부었다.

이날은 특히 천둥과 번개까지 동반한 강렬한 비가 내렸다.

이날 한라산에는 100mm~150mm 이상 폭우가 내린다고 했다.

탐사만 아니라면 날씨와 상관이 없으므로 망설일 일도 없으련만....

날씨 때문에 탐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한라산으로 향했다.

평소 한라산 날씨는 해안지역의 날씨와는 크게 다를 때가 많았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날씨가 뒤바뀌니 말이다.

해안지역에는 햇볕이 쨍쨍 쏟아질 때도 한라산에는 안개가 끼고 폭우가 내는 날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해안지역에 비가 퍼붓는 날인데도 한라산엔 파란 하늘에 흰 구름만 둥실 둥실 떠가는 화창한 날씨를 보일 때가 있으므로 모든 것은 한라산 마음이다.

 

 

이날 탐사팀은 모든 일을 한라산에 맡기기로 하고 탐사에 나섰다.

탐사날인 지난 19일(월요일) 새벽 4시 잠에서 깼다.

바깥 날씨가 어떤가하고 창밖 너머로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하늘엔 흰 구름이 떠 있고 간간히 별들도 보이는 맑은 날씨였다.

날씨가 맑아서 탐사날씨로 마음을 졸였던 순간들을 잊고 온종일 한라산 등반로와 그 주변의 식물권 식생 취재탐방 준비만 마음으로 하며 집을 나섰다.

이날 탐방취재에는 모두 4명이 참가했다.

오전 6시까지 영실 하부주차장에 있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영실지소로 갔다.

이곳에서 취재탐방 인원, 취재탐방 목적, 출입제한지역 출입 등 출입대장에 기입을 한 후 영실지소에서 내준 특별취재 표식을 배낭 위에 달고 영실 상부 주차장으로 갔다.

영실 상부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파란 하늘에 상쾌한 새벽 날씨가 좋은 출발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날씨가 좋아서 오늘의 탐사는 좋은 조건에서 할 것 같은 예감을 가지게 했던 것이다.

이날 19일 일기예보는 오전 내내 흐리거나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전날까지 폭우가 쏟아졌다는 한라산 날씨 때문인지, 또 이른 시간이어서인지는 모르나 오늘따라 한라산을 등반하는 사람들은 열 손가락으로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적은 사람들만이 등반길에 나서고 있었다.

 

 

영실 상부주차장 날씨가 좋으니 등반 첫걸음부터 상쾌했다.

하지만 등산로 바닥엔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걸 보면 잠시 전까지도 비가 내렸음을 증명해주는 듯 했다.

비가 내린 후 맑은 날씨는 탐사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등산로에 접어들자 시냇물 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나뭇잎에 모였던 빗방울들이 커진 후 빗방울 자신의 무게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면서 들리는 후드득 후드득 소리가 한데 어울려 새벽을 깨우면서 산행의 시작됨을 실감 나게 했다.

그러나 이처럼 상쾌하고 상큼한 시간은 그리 길지 못하고 끝이 나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온하고 온화한 맑은 날씨는 사라지고 사방이 저녁이 된 듯 어두컴컴해지더니 수풀을 세차게 흔들며 들려 오는 바람소리와 함께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이 요란한 빗소리는 이날의 날씨가 탐사취재단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전해주었다.

어떤 때, 한라산을 등반하려면 숨이 턱까지 올라와서 헉헉거리면서 올라가야 하는 병풍바위 고갯길도 비가 내리는 날씨 때문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편히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영실주차장을 출발한지 20여분 후부터는 눈앞이 아른 거릴 정도로 캄캄하게 몰려오는 안개, 그리고 안개와 동반해서 몰려온 세찬 비바람이 탐사취재단이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한라산 산정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몰려오는 구름과 안개, 거기다 함께 내리는 세찬 빗줄기, 빗물들이 모여서 등산로는 곧 물길로 콸콸거리며 흐르는 작은 시내가 돼 버렸다.

궂은 날씨이긴 했지만 날씨가 고약하다는 생각보다는 한라산을 푸르게 제주를 아름답게 가꾸어주는 원동력이 여기서 생겨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탐사 길을 재촉했다.

한라산 산정을 넘어 몰려오는 짙은 안개 속 세찬 빗소리, 빗속에서도 해맑게 들려오는 산새소리, 졸졸졸 또는 콸콸콸 흐르는 시냇물소리, 세찬 비를 맞아서 으스스 떨고 있는 나뭇잎 소리, 후드득 후드득 나뭇잎에 모였던 빗물들이 떨어지는 소리, 물길을 저벅저벅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 등이 한데 어울려 어느덧 한라산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가장 강렬한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변해서 들려주고 있었다.

한라산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는 대자연 속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듣고 있다는 생각에 TV에서나 극장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감동의 울림들로 궂은비가 내리는데도 황홀감에 젖어들었던 것은 그때였다.

 

 

궂은 날씨 가운데도 비가 잠시 멈춘 하늘엔 무지개가 떠서 한라산의 오케스트라를 완전체로 완성해 주고 있었다.

세찬 비와 바람 때문에 우산도, 판초 우의도 몸을 제대로 보호해 주질 못할 때가 있었으나 다행인 것은 오케스트라의 강한 박자가 끝나는 지점에 쉼표처럼 중간 중간 바람도 잦아들고 비도 부슬비 수준으로 약해져 탐사를 하는 데 크게 방해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등산객 중에는 우의 등을 갖추고 오질 않아서 산을 오르다가 더 이상 오를 수가 없는지 중간에 포기를 하고 하산을 하는 모습들도 이날 여럿 보았다.

영실 상부주차장을 출발하여 병풍바위 험준한 고갯길을 오르니 사방이 트이면서 큰 비가 내릴 때만 볼 수 있는 영실 오백나한 절벽에서 내리는 두 줄기의 폭포도 볼 수 있었다.

등반로 주변 식물들은 비를 맞아서인지 더욱 생기에 넘치는데 비해 철에 맞게 꽃을 피운 들꽃들은 오늘은 곤충 손님들이 오지 않을 걸 예상이라도 한 듯 모두 철시를 하여 꽃잎을 걸어 닫거나 인사를 하는 것처럼 꽃들이 고개를 숙여 아래쪽을 향해 있다.

그 중에서 궂은 날씨가 더 반가운 듯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처럼 곤충 손님이 오건 말건 고개를 쳐들고 당당한 자세로 하늘을 우러러보는 들꽃들도 있었다.

 

 

들꽃에 비해 나무의 꽃들은 모두 시들고 결실을 준비하기 위해 열매 맺기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들이었다.

날씨 때문에 오늘 탐사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을 했던 것들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원래 계획은 영실 등산로에서 남벽분기점 등산로까지 등산로 주변의 식물들을 탐사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으나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그 계획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남벽분기점으로 가려는데 비가 엄청 쏟아져 더 이상 탐사를 진행하는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취재탐사에 참가한 모두의 의견에 따라 윗세오름에서 오늘의 일정을 마치기로 했다.

일정을 중간에 멈추고 하산을 하는데 선작지왓과 구상나무 숲을 지나 병풍바위 등산로까지 내려 왔을 때는 세차게 퍼붓던 비바람은 온데간데 없고 하산을 할수록 파란하늘 아래 제주 섬이 한눈에 들어와 우천을 무릅쓴 탐사 길에 수고를 했다고 위로를 해 주는 것 같았다.

영실지소에 들려서 올라갈 때 받았던 특별취재 표식을 반납을 하고 비바람에 힘이 들었던 탐사 뒷이야기를 나뉘며 이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날 탐사에서는 만나고 싶은 들꽃들이 있었다.

개시호, 곰취, 구름떡쑥, 구슬오이풀, 금방망이, 꽃창포, 꿩의다리, 난쟁이바위솔, 네귀쓴풀, 노랑원추리, 누른종덩굴, 돌바늘꽃, 돌양지꽃, 두메갈퀴, 두메대극, 두메층층이, 만년석송, 바늘엉겅퀴, 바위미나리아재비, 바위채송화, 백리향, 범꼬리, 붉은호장근, 산민들레, 산솜방망이, 산톱풀, 석송, 섬쥐손이, 손바닥난초, 술패랭이꽃, 시로미열매, 애기솔나물, 애기제비란, 영국병정지의, 은분취, 자주꿩의다리, 제주달구지풀, 쥐털이슬, 참박쥐나물, 천마, 타래난초, 털쉽사리, 하늘말나리, 한라개승마, 한라꽃장포, 호장군, 흰여로 등.....

이날 영실 등반로에서 윗세오름 등반로 사이에서는 반가운 들꽃들을 여러 개 만났다.

이들 들꽃들 중에는 오래전부터 등산로 주변에서 보아 왔던 들꽃들이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안녕? 잘 지냈구나? ”하고 들꽃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탐사에서 만나고 싶었던 들꽃 중엔 예전에는 보였는데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사라져 지금은 볼 수 없고 탐사자의 마음에 이름으로만 남게 하는 들꽃들도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그 때 한 번 더 봐주고 사랑해 줄 걸 하는 후회와 함께 서운한 감정이 밀려와 서글퍼졌다.

한라산과 오케스트라가 과연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한라산에 올라 한라산이 들려주는 거대한 자연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들으면서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의문들을 말끔하게 지웠다.

악천후 속에 이루어진 한라산 탐사 길이었지만, 세계적인 거장이 지휘를 하는 오케스트라보다 한라산의 들려주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마음으로 이날 비바람 속 탐사에 지친 몸과 맘을 추스르며 탐사취재를 모두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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