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자생지에서도 볼 수 없는 '여름새우난초'..희귀한 들꽃 수난시대
상태바
(기획연재) 자생지에서도 볼 수 없는 '여름새우난초'..희귀한 들꽃 수난시대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1.08.17 0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여년 사이에 제주에서 볼 수 없게 된 들꽃들의 수가 매해 늘어만 가고 있다.

 

 

한해 한해가 다르게 사라져 가는 고고한 자태를 지닌 여름새우난초를 제주의 숲속에서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야생화(들꽃)의 보고라고 불리운다.

한라산에서 해안지대에 이르기까지 고산지대나 곶자왈지대, 목장지대, 농사짓는 땅, 습지, 돌밭, 암석지대, 바닷가 등에서 그 지형에 알맞은 수많은 들꽃들이 계절에 따라 피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한라산이 제주 섬 중앙부에 자리를 잡아 산록은 급하게 미끄러지듯이 사면(斜面)으로 이루어지면서 그 끝이 해안지대에 이르므로 고산 지대에서 볼 수 있는 식물에서부터 해안가에서 자라는 식물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

한라산은 사시사철 각양각색의 꽃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계절에 따라 피어나 그 아름다움이 돋보이므로 꽃향기 또한 산을 찾는 등반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이러한 식물들이 주류를 이루므로 한라산을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라산뿐만 아니라 한라산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오름과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는 중산간의 목장 지대, 숲으로 이루어진 곶자왈지대, 밭이나 들길, 바닷가에서도 형형색색의 다양한 들꽃들이 향연은 연중 계속 된다.

요즘 들어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로 몰려오고 있다.

 

최근 불어 온 웰빙(well-being) 열풍은 제주 곳곳에서 피어나는 들꽃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을 제주로 모여들게 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여행이 발이 묶여 해외 나들이를 못하게 되자 비행기를 타고 나라 밖의 해외(섬)로 간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제주행 항공기나 선박에 몸을 싣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이 제주에 와서 며칠 동안 제주 땅 이곳저곳을 둘러보고는 “한라산을 지척에 두고 바닷가를 앞마당에 두고 사는 제주 사람들은 예부터 축복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제주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예전 제주 사람들은 먹고 사는게 가장 급선무였다.

제주사람들은 산과 들, 밭과 바다에서 부지런히 일을 해도 남는 것은 빈 곳간이어서 초봄이 되면 식량이 모두 떨어져 사람들은 산과 들로 다니면서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입에 풀칠을 할 정도로 삶이 너무나 고단했다.

이럴 진데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 살림에 척박한 화산 땅, 제주 땅을 일구며 근근이 살아가는데 곡식을 갈아놓은 밭에 시도 때도 없이 나와서 자라는 검질이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게 했다.

그러므로 잡초(검질)가 야생화다. 들꽃이다. 하는 말에는 관심이 없고 밭에 난 검질을 하루 속히 없애서 농사가 잘되게 하는 게 제주 사람들의 바람이었다.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전 세계에 아름다움이 알려지고 사람들의 생활이 과거와 다르게 윤택해지면서 사람들이 여유를 갖게 됐다.

이제 여유를 갖게 된 사람들은 지금까지 농사를 망치는 원흉으로 멸시를 받아오던 검질들이 들꽃으로 인정을 받게 되고 제주가 우리나라의 들꽃(야생화)의 보고로 알려 지게 되면서 야생화를 찾아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산과 들에는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다반사(茶飯事)로 벌어지고 있다.

야생화니, 들꽃이니, 하는 말은 최근 들어 사람들이 산과 들에서 자라는 들꽃들에 관심을 보이면서 붙여진 말이고 예전에는 이런 들꽃들을 제주에서는 잡초(검질)라 하여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존재로만 여겨서 관심을 얻지 못하던 식물들이었다.

과거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들꽃들을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고 보면서 일부이기는 하지만 들꽃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또는 혼자 독점해서 보고 싶어 자기주변으로 옮기는 사람들로 인해서 귀중한 제주 자생식물들이 산과 들에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제주 자생식물인 들꽃들이 자라던 장소에는 양치식물이나 제주조릿대 등 번식력이 강한 식물들 그리고 목장 조성 등으로 외국에서 들어 온 귀화식물들이 자리를 차지하여 제주 자연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사람들이 들꽃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관심을 두게 되자 과거에는 검질로 여겨서 사람들에게 괄시를 받던 들꽃들이 화려하게 변신을 하여 야생화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제는 관상용뿐만 아니라 화장품의 원료나 식품의 원료, 의약품이나 제초제의 원료 등 들꽃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면서 야생화는 우리들의 삶 속 깊숙이 더 들어 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남획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가 날이 갈수록 수가 늘어가고 있다는 아이러니도 같이 생겨나고 있다.

들꽃들의 세계는 사람들이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지구상 국가 중에서 축복을 받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여름만 지속되는 열대지방 사람들이 볼 수 없는 눈(雪)을 볼 수 있고 겨울만 지속되는 나라 사람들이 볼 수 없는 한 여름 내리쬐는 태양과 해수욕장도 볼 수가 있다.

거기다 철 따라 꽃이 피고 단풍이 드는 모습도 볼 수가 있어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없는 나라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사계절 모습이 다양하므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언제든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서 철에 따라 핀 들꽃들을 보면서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고 바뀐 계절을 실감하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각오와 함께 새 희망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들꽃을 찾아 산과 들, 곶자왈, 습지, 해안지역 등을 다니다 다양한 들꽃들을 만나게 되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반가워 그 자리에 오래 머물게 된다.

새 봄이 되면 제주의 들판과 골짜기에 파릇파릇한 생기가 돌기도 전에 아름다운 꽃부터 내밀어 봄이 왔음을 알리는 봄꽃들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새 봄에 피는 꽃으로 진달래, 개나리 등을 연상하겠지만 제주에서는 들판과 골짜기마다 흰털괭이눈, 세복수초, 새끼노루귀, 가는잎할미꽃, 중의무릇, 변산바람꽃, 제비꽃, 광대나물 등 다양한 들꽃들이 빨강과 분홍, 노랑과 흰색 등의 고운 꽃을 피워 봄 햇살과 조화가 되면서 제주의 들판을 풍요롭게 하고 눈부시게 한다.

봄이 무르익어 갈 즈음 오름 사면이나 들판에는 갈색 바탕에 흰색, 녹색, 분홍색, 붉은색, 노란색 등 다양하고 화려한 색깔로 옷을 차려 입은 제주의 대표 들꽃인 새우난초들이 꽃을 피운다.

예전에는 난(蘭)이라고 하면 사군자(四君子)를 말하고 사군자(四君子)의 단골손님인 한란(寒蘭)이나 보춘화(報春花)를 생각하면서 난초(蘭草)는 한란(寒蘭)과 보춘화(報春花)가 최고라는 인식에 젖어 왔다.

새우난초는 한란(寒蘭)과 보춘화(報春花)보다는 자태가 뛰어나지는 못하나 색상이 화려하다는 서양란(西洋蘭)보다 은은한 향기와 화려한 꽃색을 갖추고 있어서 난초(蘭草)계의 새로운 지존(至尊)이라고 할 수 있다.

새우난초는 제주도, 울릉도, 남서 해안의 도서 지방에서 자라는 여러 해 살이 풀이다.

제주도에는 새우난초의 종류가 타 지역에 비해 다양하다.

새우난초, 금새우난초, 한라새우난초, 붉은새우난초, 섬새우난초, 여름새우난초 등이 자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지역이며 새우난초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새우난초는 뿌리가 새우 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꽃의 빛깔이 다갈색을 기본으로 녹갈색, 적갈색, 흑갈색, 보라색, 붉은색 등 복합적인 색을 가진 난초과 식물이다.

이 중에서 새우난초, 금새우난초, 한라새우난초, 붉은새우난초, 섬새우난초는 봄철에 꽃이 피는 새우난초이다, 그런데 여름새우난초는 여름이 한창인 8월에 연보라색 꽃이 피는 난초과 식물이다.

여름새우난초는 제주 섬 700~800m 고지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개체 수가 많지 않다.

여름새우난초는 잎이 융단처럼 생겼고 꽃자루가 잎 사이에서 길게 옆으로 나오며 꽃 색깔은 흰색 바탕에 홍자색 또는 연한 보라색으로 핀다.

여름새우난초는 꽃이 아름답고 자태가 매우 뛰어나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기 때문에 무분별한 도채가 이루어져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자생식물이다.

폭염과 무더위가 시원한 그늘과 파란 바다를 그리워하게 하는 한 여름, 숲속 깊은 곳에서 연보라색 고운 색감으로 피어난 여름새우난초를 보면 꽃이 곱고 자태가 고고해서 보는 사람들마다 반기게 되는 난초과 식물이다.

1980년대 중반 경에 여름새우난초를 처음 만났다.

한여름에 산속에서 곱게 꽃이 핀 여름새우난초를 보면서 “이름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꽃이 숲속 깊은 곳에서 곱게 꽃이 피었구나.”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다.

그 후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그 꽃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모두 지워졌다.

당시는 누구든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없던 시기이므로 야생화 중에서 꽃이 크고 고와야 들꽃이 피었다 정도로 사람들이 인식을 하지만 인식한 후 바로 잊어버리던 시절이었다.

 

꽃이라고 하면 화단이나 화분에 곱게 핀 다알리아, 접시꽃, 코스모스, 사루비아 등이 대접을 받았지 야생화들은 아무리 곱게 피어도 야생화는 들꽃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 사람들은 야생화나 들꽃에 대한 관심이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관심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자연경관이나 지역의 풍광, 모습, 음식 등을 담아 오다가 한 두 사람씩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카메라 성능이 개선되면서 야생화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생기면서 수요가 공급을 넘어 넘쳐나므로 아이러니하게도 제주의 들꽃들에게는 수난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 때부터 들판이나 숲속, 한라산 기슭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들꽃(야생화)들이 시야에서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랜 세월도 아닌 10여년 사이에 제주에서 볼 수 없게 된 들꽃들의 수가 매해 늘어만 가고 있다.

흔해도 너무 흔해서 꽃으로 취급도 안 해 잡초로만 여겼던 들꽃들이 자생지에서 사라져 간다.

이대로 방치를 한다면 제주에는 제주 특산종이면서 자생종 식물 중 사람들이 선호하고 금전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되는 들꽃들은 머지않아서 모두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지금도 각종 개발이나 들꽃들을 촬영하려고, 또는 단순히 보려고 몰려드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 스며든 도채꾼들로 인해 수많은 제주의 들꽃들이 소리 소문도 안 내고 이사를 가버리고 있다.

한해 한해가 다르게 사라져 가는 고고한 자태를 지닌 여름새우난초를 제주의 숲속에서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깊은 숲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여름새우난초가 지금은 자생지에 찾아가도 거의 볼 수 없는 희귀한 들꽃이 되어 버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