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들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왜박주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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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왜박주가리
  •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 승인 2021.09.2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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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왜박주가리

 

20여 년 전 스칸디나비아반도국가인 노르웨이를 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노르웨이는 북극권에 가깝기 때문에 사계절 중 봄, 여름, 가을은 짧고 겨울이 긴 나라다.

추위를 피해 한 여름에 방문을 하였는데 한 여름인데도 빙하지대가 남아 있어서 빙하지대까지 가서 빙하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기도 했다.

빙하로 만들어진 노르웨이의 해안선은 굴곡이 매우 심한 편으로 어떤 곳은 내륙 깊숙이 해안선이 들어와 그 길이만 해도 수십 km가 넘는 곳들이 많았다.

빙하로 만들어진 해안선에는 대부분 높은 산맥처럼 되어 있고 높은 절벽에 낭떠러지처럼 생겨서 그곳에는 사람들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험하게 보였다.

빙하로 만들어진 절벽마다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폭포들이 바다로 떨어지고 있는데 그 수가 너무 많아서 세기가 어려웠다.

 

동양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떨어지는 정방폭포는 제주의 큰 자랑거리고 자부심인데 이곳의 폭포들은 모두 바다로 떨어지므로 이곳 사람들은 폭포가 바다로 떨어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현지 가이드에게 앞에 보이는 폭포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는데 가이드의 답변은 폭포가 너무 많아서 이곳에 토착해서 사는 원주민이 아닌 경우에는 폭포 이름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작은 폭포라도 이름이 없는 폭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지방 사람들이나 일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 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폭포에 대해 관심이 적어서 폭포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 봤다.

 

제주도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 제주의 많은 오름에 대해 알 턱이 없고 가이드를 하는 사람도 제주의 오름의 유래나 이름에 대해서 일일이 알고 있기도 어렵다.

그래서 제주를 방문한 사람들이나 제주에 살면서도 제주의 오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오름을 보며 그냥 “오름” 또는 “이 오름”, “저 오름” 하는 식으로 말할 것이다.

노르웨이 현지 가이드가 가르쳐준 폭포의 이름이 재미가 있다.

저기 멀리 보이는 폭포는 멀리 보이므로 “저 폭포”, 여기 보이는 폭포는 가까이 보이므로 “그 폭포” 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알고 있는게 편하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후부터 눈에 보이는 폭포 중 멀리 보이는 폭포는 “저 폭포” 가까이 보이는 폭포는 “이 폭포”하는 식으로 마음에 담으면서 노르웨이를 여행 했다.

 

들판에 가득 핀 들꽃들도 마찬가지이다.

“들판에 가득 핀 들꽃들 중에 이름이 없는 들꽃들은 하나도 없다. 이름을 모르는 들꽃들이 있을 뿐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들꽃들이 이름을 부를 때 “고운 꽃, 예쁜 꽃”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다정다감하게 이름을 불러 주면서 다가가면 더 정이 넘친다고 한다.

들판의 들꽃들도 저마다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들꽃들 중에는 비슷한 들꽃들이 많아서 들꽃들의 이름을 세세히 알기는 쉽지가 않다.

들판을 다니면서 만나는 들꽃들에게 다정하게 들꽃의 이름을 불러 준다면 사람들에게 이름을 불러 주듯이 들꽃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을 해 본다.

들꽃들 중에는 아주 작고 볼품없는 들꽃들도 있다.

뭐 이런 것도 들꽃이냐고 생각하기 딱 알맞은 들꽃들이다.

 

아주 작은 들꽃 중에서도 크기가 아주 작아서 초심자는 눈앞에서 가르쳐주어도 들꽃을 찾기가 쉽지 않은 들꽃들이 있는데 그들 들꽃들 중에서도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 찾아보기가 어려운 들꽃들도 있다.

“영아리난초, 영주풀, 긴영주풀, 한라천마, 왜박주가리, 진흙풀, 병아리다리” 등이 대표적인 아주 작은 들꽃이라고 할 수 있다.

작아도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들꽃들이다.

이러한 들꽃들을 촬영할 때는 접사위주로 만들어진 매크로렌즈를 이용해서 촬영을 해야 아주 작은 들꽃을 촬영할 수 있다.

아주 작은 들꽃들 중에 왜박주가리는 해안가에 서식하는 들꽃으로 다른 식물의 몸이나 물체를 휘감고 자라는 덩굴식물이다.

박주가리과 식물들 중에서도 크기가 아주 작다고 하여 들꽃 이름에 “왜”를 붙인 것이다.

덩굴식물들은 저마다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감아서 자기 몸을 지탱한다.

덩굴식물들마다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감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

박주가리과 식물들은 시계가 돌아가는 방향으로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감아서 자기 몸을 지탱하는 데 나팔꽃 종류의 식물들은 시계가 돌아가는 반대방향으로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감아서 자기 몸을 지탱하고 더덕 종류의 식물들은 정해진 방향이 없이 시계가 돌아가는 방향이나 반대 방향으로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감아서 자기 몸을 지탱한다.

사람들은 더 편해지려는 욕망 때문에 주변에서 존재감이 없는 들꽃들을 매몰차게 몰아내고 있다.

들꽃들 중에서 아주 작은 들꽃들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더더욱 밀려나 사라졌거나 사람들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는 오지의 외진 곳에서 간신히 명맥만 지탱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 들어서 왜박주가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게 되어 자생지가 황폐화되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해안가 풀밭에서 왜박주가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자생하는 곳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해안개발과 도시개발, 도로개설, 화학비료 등의 남용으로 왜박주가리들 뿐만 아니라 다른 들꽃들이 살 자리를 빼앗아버렸기 때문이다.

왜박주가리는 너무 작아서 풀 속에 섞이면 존재감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이 관심 밖에 있는 들꽃이다.

거기에다 정부기관이나 지방의 해당기관에서 특별히 보호하는 식물도 아니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식물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들 곁에서 사라지면서 멸종으로 치달을 수밖에 도리가 없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은 존재감이 별로 없는 작은 풀꽃에게도 정을 주면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일부 들꽃에 대해서 과열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들꽃들 중에는 너무 많아서 흔한 들꽃에게는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다.

개체수가 적고 귀하며 값이 나가는 희귀들꽃이나 크고 화려하며 예쁜 들꽃들은 남획이 쉽게 이루어져 자생지에서 하나 둘 사라져 자생지가 황폐화 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크고 화려한 들꽃들이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볼품없이 작고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들꽃들에게도 애정을 갖고 자세히 보고 오래 들여다보면 그곳에서도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가 있다.

 

왜박주가리.

왜박주가리는 박주가리과 왜박주가리속의 덩굴성 여러해살이 풀이다.

박주가리에 비해서 너무 작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양반풀, 좀양반풀, 양반박주가리, 나도박주가리라고 부른다.

육지지방과 다르게 제주도에서는 해안가 풀밭에서 잘 자란다.

꽃은 검은 자주색으로 6∼7월경에 피는데 꽃의 지름이 5mm이하로 아주 작은 별모양의 꽃들이 원줄기의 잎 사이 잎겨드랑이에서 여러 송이가 핀다.

꽃받침도 짧고 꽃받침 갈래조각은 세모진 달걀 모양이거나 납작한 공 모양이며 곧게 선다.

잎은 마주나는데 삼각형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잎 겉면의 맥 위에는 굽은 털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털이 없다.

줄기는 2m정도까지 자라는데 가늘고 길며 다른 물체를 감는다.

열매는 9월경에 익는데 뾰족하게 생겼다.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한비 김평일 선생

한비 김평일(金平一) 선생은 지난 40여년동안 도내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퇴직 후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를 창설, 5년동안 회장직을 맡아 제주바다환경 개선에 이바지 했으며 지난 2015년도 한라일보사가 주관한 한라환경대상에서 전체부문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전국 실버인터넷경진대회(2002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교직근무시에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에 취미를 가지고 풍경사진 위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 오다 제주의 들꽃에 매료되어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라야생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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