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채소 등 '가난한 밥상' 장수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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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채소 등 '가난한 밥상' 장수비결
  • 이원종
  • 승인 2013.06.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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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교수의 백세건강/원시의 산골 마을, 중국의 바마

 

▲ 사진=이원종 교수

세계 5대 장수마을 중의 하나인 중국의 바마(巴馬, Bama)현은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다.

인구 24 만명 중 100세 이상인 노인은 86명이라는 수치로 인구 10만 명 중 100세 이상의 노인이 36명이 살고 있다.

바마현으로 가는 길은 당연히 교통편도 발달하지 않아 가는 길이 상당히 복잡하다.

우리나라에서 바마현을 가려면 인천국제 공항에서 상해푸동국제공항행 비행기를 탄 뒤 차편으로 홍차우 공항으로 이동해 베트남 국경 부근에 있는 난닝(南寧, Nanning)이란 곳까지 국내선을 타고 가야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다시 버스를 타고 6시간 이상 달려야 비로소 장수의 비밀을 간직한 바마현에 도착할 수 있다.

장수마을인 포우에 마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바마현에서 27km를 더가야 한다고 했다. 포우에 마을에 도착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운데로는 푸른 빛의 편양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 곳의 최고령자는 110세의 황부신 할아버지다. 3층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고서야 그의 집에 올라갈 수 있다. 짐을 들고 올라가기에 힘겹다.

자그마한 키에 모자를 쓴 할아버지는 의자에 앉아 있다가 활짝 웃으면서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집은 낡았지만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절경이었다.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나지막한 산이 바로 앞에 놓여있었다.

그다지 높지도 울창하지도 않은 산. 산에서 불어오는 맑은 공기, 남쪽을 향하고 있어 따스한 기후. 장수하려면 매일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절경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앞을 바라보고 있으니, 잠시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망각한 상태에서 모든 욕심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황부신 할아버지는 아들 셋, 딸 셋. 이미 모두 사망하고 막내아들 황중신(78세)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은 관절이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하였다.

목발에 의지하고 다녔다. 돈을 벌고자 도시로 가서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잘 걷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젊어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110세인 아버지보다 훨씬 더 늙어 보였다.

▲ 사진=이원종 교수

할아버지는 110세의 연세임에도 돌보아 줄 사람이 없다. 할아버지는 손수 부엌에서 자기가 먹을 음식을 요리한다. 오히려 몸이 불편한 아들 몪까지 챙겨야 하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듯했고, 오히려 보는 사람이 즐거워질 정도로 유쾌해 보였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이야기했으며 아주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110세의 나이임에도 아주 정정한 모습이었다. 우리가 인사를 하고 말을 걸자 귀를 가르키면서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몸짓을 했다. 그의 아들은 “황할아버지가 매일 3층 정도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온 동네를 돌아다니신다”라고 했다.

백마동에 이르니 산 밑에서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 한쪽에는 ‘편양’이라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를 바마 사람들은 ‘어머니의 강’이라고 부른다. 편양강의 발원지는 깊은 산속으로 물은 맑고 시원하다.

수백 년 된 듯한 나무와 파란물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한폭의 그림같고 신비롭기만 하다. 마치 도끼를 든 산신령이 나타날 듯한 착각 속에 빠진다.

맑은 공기와 고산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을 마시는 것이 이곳 사람들이 장수하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백마동 앞에 서니, 찬란한 세상이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 사진=이원종 교수

거친 음식으로 가난한 밥상을 차린다


바마의 장수촌이나 포우에촌 사람들은 자급자족한다. 고립되어 있고 주 수입원이 없다. 따라서 가공식품을 구입해 먹을 여력이 없다.

사탕수수를 조금 재배하고 감자, 옥수수, 고구마, 콩 등을 재배한다.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곳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난한 마을이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주목받고 있다.

길거리에서 뚱뚱한 사람을 한 명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들의 식사는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것이 특징. 그들의 식생활을 살펴보면 죽 중심의 소식을 한다.

먹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하루 세끼 옥수수와 쌀로 죽을 쑤어 먹는다. 죽은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옥수수와 쌀은 동네의 방앗간에서 부순다. 방앗간이라야 소형분쇄기 한 대가 전부. 부순 옥수수가루를 보니 거칠기 그지없다.

죽에는 소금을 넣지 않는다. 맛이 싱겁고 밋밋하다.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텃밭에는 파란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사시사철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들이 이 곳 사람들의 장수를 돕고 있는 셈이다.

텃밭에서 재배한 배추, 시금치, 청경채 등을 요리해서 반찬으로 먹는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둥근 후라이팬 하나면 모든 요리가 해결된다.

대충 썰어서 식물성 기름에 살짝 볶은 다음 두부를 넣거나 불린 흰콩을 넣어 끓인다. 그야말로 가난한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포우에촌에는 간판도 없는 조그마한 식당이 하나 있다. 우리가 이 식당에서 먹은 저녁은 육소채심이라는 채소에 고기를 넣어 볶아낸 채소 볶음과 배추에 두부를 넣고 끓여낸 백채두부 두 가지 요리였다.

테이블이 두 개밖에 없는 초라한 식당 한구석에는 부댓자루에 화마(火麻)가 가득 들어 있다. 화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이 부댓자루에서 꺼내어 보여주는 화마는 참깨 모양을 하고 있으나 크기가 참깨보다는 훨씬 굵다.

화마의 기름은 서양의 아마씨기름과 비슷하다.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작용이 있다.

바마에서는 산차유(山茶油)를 많이 먹는다. 산에는 여기저기 크기가 나지막한 산차나무가 많이 있다. 산차나무는 자연이 준 가장 큰 선물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선물은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산에 올라가 열심히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워 모아 기름을 짜야 한다. 가난한 마을이라 워낙 먹을 것이 없어 마을 사람들이 산차나무 열매를 주워 먹었는데, 그 기름 자체가 몸에 좋고, 산에 떨어져 있는 열매를 주워 모으는 일 자체가 운동이 된 셈이다.

 

▲ 사진=이원종 교수

두 마리의 토끼를 쫒고 있다


바마현이 위치한 광서장족자치구는 농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아열대 기후에 속하며 연평균 기온이 17℃에서 23℃ 전후로 온화하다. 매년 많은 노인들이 중국 각지에서 바마로 몰려오고 있다.

아직까지 외국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장수촌과 포우에촌에 버스가 들어 온 것은 2007년 10월. 마을 여기저기에서는 개발이 한창이었다.

오래된 집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건축하고 있었다. 모래가 부족하여 돌을 부수어 모래를 만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새로 짓는 건물도 정화조가 설치되지 않아 생활하수가 편양강으로 흘러들어갔다.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강가에 나와 빨래를 하고 있었다. 아직은 편양강에서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먹고 있지만 오염이 심각했다.

장수촌으로서의 관광사업과 개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쫒고 있었다. ‘백세노인장수식품회사’를 설립하여 미네랄워터, 산차유 등 장수물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장수 마을을 방문하여 장수비결을 알아보고 장수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동하기에 안전한 길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이 장수마을을 드나들다 보면 자연히 이 마을도 옛 모습을 잃어버리고 현대화되어 장수촌의 맥을 끊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

자연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사진=이원종 교수

 필자 이원종 교수는..

   
이원종 교수
이원종교수는 22년 전부터 강원도 강릉 교외의 농가주택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농사짓는 교수로도 유명한 이원종교수는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노스다코타주립대학교에서 식품공학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KBS 아침마당, 생로병사의 비밀, MBC 스페셜, SBS 건강스페셜 등 각종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으며, 그의 저서로는 ‘100세 건강 우연이 아니다’, ‘영혼의 식탁’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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