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바로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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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바로 당신입니다"
  • 김종덕
  • 승인 2013.10.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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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경남대학교 심리사회학부 교수)

 

좀 언짢게 들릴지 모르지만, 음식이 바로 당신이다.
이는 필자의 주장이 아니고 철학자 포에르바하(Feuerbach)가 한 말이다.


그는 유물론적 관점에서 음식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간단명료하게 음식과 사람간의 관계를 밝혔다. 어떤 사람이 먹은 것을 알면,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포에르바하의 말대로라면, 좋은 음식을 먹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된다. 반면에 나쁜 음식을 먹은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듯이 사람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인들이 겪는 병의 상당부분이 음식에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리고 좋은 음식을 잘 먹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에르바하는 일찍이 이를 잘 간파했다고 할 수 있다.

 

음식은 사람의 몸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좌우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침팬지를 연구하여 세계적인 학자가 된 제인 구달이 은퇴하여 손자들을 위해 쓴 <희망의 밥상>이라는 책에 보면 음식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 직후 즉 설탕, 소금, 지방 그리고 각종 첨가제로 범벅이된 가공식품을 소화시키는 동안 행동상의 문제가 갑작스럽게 급증했다.

또 미국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식단(흰빵, 햄버거, 소시지, 프랜치프라이, 쿠키, 단맛이 나는 스낵류, 탄산음료)을 건강한 음식 식단으로 바꾸자 수인들의 물리적, 언어적 폭력과 같은 행동들이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실험결과가 보여주듯이 음식은 우리의 건강 그리고 행동을 크게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 단지 우리의 건강과 행동만 좌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은 사람이 먹는 것 이상이기 때문이다. 음식의 생산과정, 수송 및 유통과정은 환경, 지역사회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음식이 무엇이나에 따라 환경을 보전하거나 침해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 등에 긍정적이거나 또는 부정적인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음식의 영향은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음식에 대한 선택은 투표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선택이 갖는 결과가 차이가 난다.


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면 크게 두 종류의 커피가 있다. 하나는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과 가공을 하여 전세계에 대규모로 공급하고 있는 커피다.

다른 하나는 다국적 기업과는 달리 농민들이 소규모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 가공하여 공급하고 있는 커피다.

두 종류의 커피중 어느 것을 선택하여 마시느냐에 따라 지구 환경에 미치는 결과가 다르다. 다국적 기업이 생산하고 공급하는 커피를 선택하여 마시는 경우 그 행위가 지구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다국적 기업이 공급하는 커피는 재배할 때 환경에 해로움을 끼치는 농약을 적지 않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소규모로 생산한 커피를 선택하여 마시는 경우 전자의 커피를 마시는 경우보다 지구 환경에 문제를 훨씬 적게 야기한다. 후자의 경우 훨씬 더 친환경적으로 커피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커피의 선택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커피의 선택은 개인적인 일이지만 그 결과와 관련시켜 보면 정치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점은 일반 먹거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같이 섭취하는 먹거리는 비료나 농약에 의존해서 대량으로 생산된 것이거나 아니면 친환경적인 유기농법에 의해 소규모로 생산된 것이다.

먹거리로 전자를 선택할 경우 지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지만 후자를 선택할 경우 지구 환경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데 기여한다. 특히 후자의 선택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묵묵히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이 환경농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음식이 먹는 사람의 몸과 정신, 행동을 좌우하고, 또 음식의 선택이 환경, 지역사회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실제로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음식에 대한 지출을 아깝게 생각한다. 음식이 사람에게 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음식을 상품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소비자들이 음식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제대로 된 음식을 구매한다면, 음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금만 더 쓰면, 생산자들이 훨씬 더 좋은 음식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그 결과 소비자들도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식은 단지 먹는 것, 식사는 배를 채우는 행위 정도로 생각한다. 음식이 자신이 아니라 자신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음식에 대해 이렇게 대할수록 음식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 된다. 또 자신이 먹는 음식을 나쁜 음식이 되게 하는데 기여한다.

 

음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음식은 먹는 것 이상이며, 식사는 배를 채우는 행위 이상이고, 우리가 먹는 것에 우리 자신과 세상이 달려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음식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우리가 만든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자신이 먹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좋게 하려면 음식에 관심을 갖고, 음식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오늘 자신이 먹은 음식을 자신이라고 보고, 그 음식이 자신에게 합당한 것이었는지를 묻자.

그 음식의 재료가 어디에서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자. 음식에 대한 이러한 성찰이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다.

 

김종덕 교수는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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