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서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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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서의 음식
  • 김종덕
  • 승인 2013.10.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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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사람이 살아가는데 음식이 제일 중요하다. 최소한의 음식과 물을 먹지 않으면 사람은 죽는다. 보통 의식주라고 부르는데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식의주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옷이나 집은 헌것이나 누추하더라도 생존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데 비해 음식은 생존에 직접적으로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매일같이 음식을 먹는다. 민츠가 지적하듯이 인간에게 먹는다는 것은 절대로 순수하게 생물학적 행동이 아니다. 인간이 먹어온 음식에는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과거와 연결된 역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시드니 민츠, 조병준 옮김, 1998: 43)

사람들은 그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먹는다. 이 의미들은 상징적인 것이며, 상징적으로 소통되어 왔다.

음식에 따라 그 사람의 계급이나 계층이 나타나고, 그 사람의 지식과 교양이 드러난다. 심지어 포에르바하는 무엇을 먹느냐가 그 사람이 무엇인가를 결정한다고 했다. 먹는 것이 우리 몸의 일부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아이덴티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서 아무거나 또한 아무렇게나 먹지는 않는다. 먹는 대상은 물론 먹는 방법도 제한을 받는다. 음식 그 자체 그리고 식사행위는 사회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음식과 음식을 먹는 행위는 문화라 할 수 있다.

음식과 식사행위가 특정 문화의 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개인이 어떤 음식을 먹고 성장하며, 음식과 관련하여 어떤 생활을 영유하는가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선다. 물론 같은 문화권에서 음식을 선택하고 즐기는데는 개인의 취향이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적 취향에 의해 모든 것을 먹거나 어떤 방식으로 먹는 것이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금기로 여기는 음식을 먹거나,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음식을 먹게 되면 그러한 행위로 인해 처벌과 통제를 받을 수도 있고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음식과 식사행위를 규정하는 구조적 조건은 사회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구조적 조건은 그 사회의 환경이나 역사, 종교, 가치체계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리가 말고기를 먹지 않고 개고기를 먹는 것이나 영국 사람들이 말고기를 먹고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차이나는 구조적 조건 때문에 생긴 것이다. 또 인도 사람들이 소를 숭배하고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어떤 음식이나 식사형태가 더 우월하거나 더 열등하다고 하는 판단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 보다는 각각의 식사를 그 사회구조와 관련시켜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문화현상으로서 음식과 식사행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바뀜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가 바뀌면서 그 사회의 생활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문화체계는 바뀌기 때문이다.

사회가 농업사회나 산업사회인가에 따라, 식재를 자급하는가 또는 외부에 의존하는가에 따라, 사회가 느리게 변화하는가 빠르게 변화하는가에 따라 음식과 식사행위가 차이가 남은 물론이다.

이처럼 음식은 중요한 문화적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음식을 먹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음식을 소비하는 사회에 대한 이해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김숙희 외 1998).

음식은 단순히 배가 고플 때만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현장에서 그리고 특별한 사회적 지향점에서 항상 고려해야할 대상이기 때문이다(주영하, 2000:20).

본 글에서는 음식을 단순히 먹거리보다는 다층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의 음식문화의 특징을 다룬다. 이어서 현대 음식문화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슬로푸드 운동을 살펴본다.

 

 김종덕 교수는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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