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먹거리와 나쁜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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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먹거리와 나쁜 먹거리
  • 김종덕
  • 승인 2013.10.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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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 세상에 음식만큼 소중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먹는 음식의 일부는 음식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많다. 실제로 음식을 먹고 많은 사람들이 병을 얻고, 심지어는 생명을 잃기도 한다.

 

음식이 좋다, 나쁘다고 할 때 그 기준을 음식을 먹는 사람의 건강만이 아니라 음식이 환경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할 때 좋은 먹거리는 먹는 사람의 건강에도 좋고, 환경과 지역사회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먹거리다.

반면에 나쁜 먹거리는 먹는 사람의 건강에 문제를 야기하고, 환경과 지역사회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먹거리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 즉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아는 가운데 배려가 이루어지면서 생산되며, 수확후 바로 공급되기 때문에 신선하며, 영양 면에서도 좋다.

농약을 쓰지 않거나 적게 쓰고, 수송거리도 짧아 환경에 이롭게 작용한다. 또 농산물의 구입대금이 지역에서 순환되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로컬푸드는 좋은 먹거리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먹거리, 즉 글로벌 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모르는 가운데 생산되므로 신선하지도 않고, 영양 면에서도 떨어진다.

경쟁을 위해 농약도 필요한 만큼 살포하고, 수송과정에 방부제 등이 사용되고, 긴 수송거리로 인해 석유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

때문에 글로벌푸드는 식품안전에 문제를 될 수 있으며,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소비자들의 농산물의 구입대금이 지역외부로 유출되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글로벌푸드는 나쁜 먹거리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좋은 먹거리와 나쁜 먹거리가 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한 판단을 하기 전에 이미 특정 먹거리에 익숙해 있고, 그것만이 음식의 전부인줄 안다.

다행히 좋은 먹거리에 익숙해 있으면 개인한테도 좋고, 환경 그리고 사회와 관련해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좋은 먹거리를 알기도 전에 나쁜 먹거리에 익숙해 있으면, 당사자의 건강에 문제를 가져올 소지가 크고, 환경과 사회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된다.

 

좋은 먹거리 보다 나쁜 먹거리에 익숙해지는 데에 개인의 책임이 있겠지만, 많은 경우 외부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 특히 우리의 먹거리의 상당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식품산업의 책임이 크다.

식품산업은 식품을 만들면서 일차적 관심이 소비자의 건강이나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기 보다는 이윤을 더 고려한다. 이윤을 위해 소비자와 환경, 지역사회에 문제가 되는 식품을 공급하고, 그것이 마치 좋은 음식인 것처럼 홍보하고, 광고한다.

더 심한 경우는 이러한 식품에 대해 문제 삼는 개인이나 시민단체에 대해 명예훼손죄나 비방죄로 고소하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런던 그린피스의 실무자들이 영국 맥도날드를 비판했다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되어 곤욕을 치렀다.

미국에서는 오프라 윈프리가 쇠고기와 관련된 방송 발언이 문제가 되어 먹거리 비방법에 의해 고소를 당했고, 엄청난 재판 비용을 치루면서 3년이 넘는 기간 애를 먹었다.

지금과 같이 식품산업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 좋은 먹거리를 먹고자 하는 열망이나 의지자체도 문제가 되어 곤욕을 치루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먹거리의 생산과 공급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음식에 대해 제대로 된 생각과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글로벌 푸드 또 식품산업의 공략이 크게 문제가 안 된다.

소비자들이 특정 식품을 외면하면, 그것의 공급자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행동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유럽의 백화점 판매대에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몰아낸 것은 소비자의 단결된 힘이었다.

이처럼 소비자는 좋은 먹거리 그리고 나쁜 먹거리의 공급을 좌우할 수 있다. 단순히 소비자의 구매행위만 가지고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의 소비자로서 보다 바람직한 역할은 단순히 좋은 음식을 구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먹거리의 공동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좋은 먹거리가 생산되고 공급될 수 있도록, 먹거리의 생산과정, 유통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동참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좋은 먹거리를 향유하기 위한 소비자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나쁜 먹거리 때문에 온전한 식생활을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질병 등 고통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쁜 먹거리의 생산과 수송으로 인해 자연과 환경이 훼손되고, 많은 가족농들이 농촌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먹거리를 위한 소비자들의 노력은 우리 자신과 후손들을 위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우리 모두 매일같이 먹는 음식에 대해 그것이 좋은 먹거리인지 아니면 나쁜 먹거리인지를 따져보고, 그것이 나쁜 먹거리라면 피하고, 좋은 먹거리라면 그것을 확산시키는데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먹거리의 향유는 그냥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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