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음식문맹자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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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음식문맹자가 아닌가요?
  • 김종덕
  • 승인 2013.10.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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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세계 최고이다.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이웃나라인 일본보다 대학 진학률이 훨씬 높다.

이것은 많은 부모들이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면서도 자녀들의 교육에 올인하고 있는 결과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압축적 성장을 통해 오늘에 이른 것도 높은 교육 수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수준이 높아 문맹자가 거의 없지만, 음식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식문맹자라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 대학 졸업자들도 상당부분 음식문맹자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음식문맹자일 수 있다.

여기서 음식문맹자란 음식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고,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을 지칭한다. 또 음식에 대한 지식이 빈약하고, 요리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자기의 몸이기도 한 음식을 성찰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문맹자가 된 데에는 본인의 책임도 있지만, 그가 속해 있는 식량체계 그리고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 우선 세계 식량체계가 사람들을 음식문맹자로 만든다.

세계식량체계란 식량과 음식의 생산과 공급이 세계수준에서 일어나는 식량체계를 지칭한다. 세계식량체계에서 먹을거리의 생산자와 소비자는 멀리 떨어져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섭취하는 먹을거리의 생산자와 생산과정을 알 수 없다. 수천 킬로미터 또는 수만 킬로미터에서 생산되어 수송되어온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그 생산자를 알거나, 생산과정을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은 또 식품산업의 판매 전략에 의해 음식문맹자가 된다. 식품산업은 수많은 신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소비자들이 더 많이 사먹을 것을 권한다. 소비자들은 대형 마트 등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식품을 구입하면서 자신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식품산업에서 공급하는 많은 새로운 식품들은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는 100여 가지가 넘는 라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라면간에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식품산업이 공급하는 다양한 제품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기 어렵게 되어 있다.

식품산업은 방부제가 들어간 식품에 “방부제”라는 표현 대신 그 성분인 안식향산나트륨, 아질산나트륨 등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것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가정 식사의 감소, 가정에서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의 소비 증대기 소비자의 음식문맹을 조장한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바쁜 현대인들이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의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식품이 가정에 들어오면서 가정에서 조리법의 전수가 이루어지지 않고, 음식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음식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하고, 스스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을 습득하지 못한 가운데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에 더 의존하게 된다.

그러한 음식 말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질수록 음식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대인들의 바쁜 생활도 음식문맹을 조장한다. 조기 등교나 이른 출근시간, 잘못된 식습관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대충 하거나 거른다.

일부 사람들은 식사 시간이 없기 때문에 운전하면서, 또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식사를 대충 해결한다. 이 경우 음식을 먹는 것이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주입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음식을 먹게 되면, 음식이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음식문맹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음식과 식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무엇이 제대로 된 음식이고, 온전한 음식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나쁜 음식 생산과 유통의 공범자가 되게 한다. 나쁜 먹을거리의 선호는 식품산업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여 사회적으로 좋은 먹을거리보다 나쁜 먹을거리가 더 성행하도록 하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음식문맹은 또 대안 식량 체계인 지역 식량 체계의 등장과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소비자들이 기존 식량 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리하여 대안식량체계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음식문맹은 사회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음식문맹자가 되어 나쁜 먹을거리를 먹게 되면서 비만이나 아토피 등 음식 관련 병이 늘고 있고, 그리하여 보건의료비의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또 지역산 먹을거리보다는 수입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를 부추겨 우리나라 농민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원산지가 먼 곳으로부터 먹을거리의 수입이 늘어나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이처럼 음식문맹은 개인이나 사회 모두에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비자들이 음식문맹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를 보다 많이 하고, 자녀들에게 조리법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서도 체계적인 음식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을 음식문맹에서 일깨워 음식시민이 되도록 하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일본에서 食育基本法을 만들어 국가가 음식교육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음식교육의 확대를 위한 제도 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추신: 우리나라도 이후에 식생활교육지원법이 제정되고 그 시행령이 공포되어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등에서 법 시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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