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님과 농민에 대한 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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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님과 농민에 대한 예우
  • 김종덕
  • 승인 2013.10.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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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일전에 읽은 책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을 먹을거리님으로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음식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괜찮은 표현이라 생각되었다.

더욱이 지금처럼 음식에 대한 경시, 음식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세태에서 먹을거리님은 사람들이 음식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표현으로 와 닿는 것으로 여겨진다.

얼마 전에 KBS 방송에서 흥미 있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욕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에서 동일한 온도나 햇볕 등이 주어진 가운데, 한쪽 그룹의 양파에게 욕을 계속 들려주고, 다른 한쪽 그룹의 양파에게 음악을 들려준 후 일정기간 지나 양파의 자란 모습을 보니, 욕을 들려준 양파는 제대로 크지 않은데 비해 음악을 들려준 양파는 잘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말을 못하는 식물도 욕에 반응한다는 실험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험결과대로라면 농민들이 작물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먹을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농민들이 자신들의 일이나 역할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자기가 키우는 작물을 욕으로 대하면서 재배하게 되면, 양파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그렇게 해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는 좋은 먹을거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먹을거리를 소비자들이 먹게 되면 아마도 몸에 좋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농민들이 자신의 생업에 대해 자긍심과 보람을 갖고 농사를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짓고, 자신이 재배하는 작물들을 그러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그가 생산한 농산물을 좋은 먹을거리일 것이고, 그것을 먹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양파 실험은 소비자들이 좋은 먹을거리를 먹으려면, 농민들이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인구의 상당부분이 농업 내지 농업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또 국회의원들도 농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던 시절에는 농민을 중시하고, 농업을 보호하는 제도나 정책이 여러 가지 있었다.

그러다가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우리 경제의 개방화가 진척되면서 농업의 중요성이 점차 경시되고 농업을 보호하던 제도도 크게 축소되었다.

식량주권이나 농업이 갖는 산업적 중요성을 이유로 농업을 중시하자는 주장은 작은 것을 지키려다 큰 것을 잃는다는 소탐대실로 비판을 받았고, 그러는 가운데 우리의 농업 위상 그리고 농민들의 위상은 점점 더 저하되었다.

정체불명의 값싼 먹을거리에 둘러싸인 소비자들 대부분도 우리 농민이 처해 있는 현실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농민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농민과의 연결이 끊겨 있기 때문에 자기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전에는 자기가 농사를 짓지 않더라고 친척들이 농사를 지었고, 또 도시 가정이라고 하더라도 먹을거리의 상당부분이 농촌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도시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농민과 일정하게 연결되었고, 농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았다. 사정이 바뀐 오늘날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농민이 어떠한 상태이건 그들의 관심 밖에 일이 되었다.

국가의 농업에 대한 보호나 농민에 대한 지원이 크게 줄어들고, 일반 소비자들의 농업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농사짓는 일이 고달프고, 힘들고, 다른 분야에 직업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담당하는 직업이 되었다.

요즈음은 농대나 농고를 나오고도 영농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영농을 통한 생활 영위가 어렵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하고, 또 크게 잘못이 없는 가운데 영농을 통해 빚더미에 빠지는 것이 종종 목격되는 현실에서 이들이 영농을 계승하지 않는다고 돌을 던질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관련분야에 교육을 받고도 영농을 계승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며, 또 그러한 결과를 야기케 하는데 사회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실 농민들만큼 중요하고 위대한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농민들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식량을 생산하고, 국가 생존에 중요한 식량주권의 바탕을 마련하고 있다.

농민들은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가져오는 농촌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지키고 수행하는 농업과 영농이 생물다양성 보존, 홍수예방, 공기정화 등에 기여하고 있다. 또 수천 년간 내려온 우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농촌문화의 보존 등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농업과 농촌은 또 일자리 창출의 터전이 될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온전한 먹을거리를 먹고, 경제도 활성화시키려면, 사기가 저하되어 있는 농민들의 기를 살려야 한다. 농대나 농고를 나온 사람들이 다른 직업을 찾지 않고 영농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농민에 대한 적절한 대우는 좋은 먹을거리의 생산 그리고 그것을 먹기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먹을거리님으로 부를 정도로 중요하다면, 농민들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에 상응하는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

농민들을 대우해야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다. 먹을거리 생산자인 농민의 일과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고, 그러한 평가에 합당한 대우를 하는 가시적 조치가 필요하다.

농민을 제대로 예우하는 것은 농민을 위한 것이자 바로 우리를 위한 것이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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