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발전과 영농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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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발전과 영농 체험
  • 김종덕
  • 승인 2013.10.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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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요즈음 아이들을 보면, 공부를 참 많이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여, 대학 입학 때까지 그리고, 대학에 와서도 학원을 다닌다. 심지어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 등을 위해 학원을 다닌다.

학교의 교육과정도 만만치 않은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모자라 학원에 다니면서 이를 보충하고. 또 보충한다. 학생들이 학교와 학원 등에서 학습하는 내용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학습한 내용을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훤히 알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30여 년 전에 읽은 잡지에서 미국 이야기지만 A 플러스 문맹이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학에서 4년 동안 성적이 A 플러스인 학생이 졸업 후 실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빗댄 용어다.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도 지금 A 플러스 문맹자가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개인에게 손해이고,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살면서 중요한 것이 있고, 덜 중요한 것이 있다. 중요한 것을 알고, 덜 중요한 것을 모르는데 당연하다. 그런데 오늘날 아이들이 아는 지식을 보면, 안타깝게도 중요한 것을 잘 모르고, 덜 중요한 것을 많이 아는 헛 똑똑이가 되어 있다.

오늘날 중학생들의 학력은 매우 높다. 예전에 고등학생들이 배우건 영어나 수학 등을 배운다. 언어공부도 만만치 않다. 헌데 이런 증학생들이 자기가 살면서 먹는 밥이나 음식에 대해

너무 모른다. 밥을 할지 모르며, 자기가 먹는 음식이 생산되는 농업이나 농사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의 교육에 책임이 있고, 또 부모들의 책임 또한 크다. 학교 교육과정에 정말로 중요한 음식교육 등이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목을 많이 배우게 되어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음식교육을 거의 등한시 하고 있다. 대신에 아이들이 입시 준비하는 데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많은 엄마들이 자녀들 집에서 밥을 먹이는 시간이 아까워 학원과 학원사이에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하도록 한다.

영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패스트푸드나 고지방, 설탕성분이 많이 든 음식을 먹은 경우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그리하여 성적 향상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의거한다면, 엄마들이 자녀들을 패스트푸드에 의존하면서,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패스트푸드를 먹은 후 학원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엄마들부터 제대로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엄마가 아이들한테 제대로 된 식사를 먹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음식을 만들지 알아 패스트푸드에 덜 의존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한테 밥을 먹으라고 이야기하고, 밥을 먹게 하는 것 보다 아이들에게 직접 밥을 짓게 해야 한다.

일본 고베대 명예교수인 야스다 시게루 박사는 일본에서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밥을 먹읍시다"에 대한 운동과 관련하여 인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 운동과 관련하여 초등학교 1학년생들에게 직접 밥을 짓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교육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고, 실제 그렇게 한다고 한다.

8살 정도 아이가 직접 쌀을 씻고, 밥을 안치고, 불을 때고, 밥이 익는 냄새를 맡고, 뜸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잘 된 따뜻한 밥을 한번 먹게 되면, 그 아이는 밥을 잘 먹게 되기 때문에 더 이상 밥을 먹자는 운동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야스다 시게루 교수의 이러한 교육철학은 우리로 하여금 자녀 키우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은 초등학교 자녀가 밥을 하게끔 허용하지 않고, 또 그렇게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불 걱정도 걱정이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그렇게 하는 드는 시간이 아깝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도 밥을 할지 모른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밥만 할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유지케하는 먹을거리가 생산되는 농업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도시화율이 90 퍼센트 가까이 되어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살고 있는 현실에서 도시의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요즈음은 농촌에 사는 아이들조차 농업이나 농촌 그리고 먹을거리의 생산과정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사람에게 영농체험은 다른 활동과 달리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교도소 재소자들에 대한 연구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교도소 재소자 한 집단에게는 노역으로 영농에 종사케 했고, 다른 한 집단에게는 목공 등 공장 일에 종사케 했다.

이들이 출소한 후 재범률을 조사해보았더니 교도소에 있는 동안 농사를 지은 수인들의 출소후 재범률은 0인데 비해 교도소에서 영농 이외의 직업에 종사했던 출소자들은 높은 재범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영농을 통해 생명체를 접하고 난후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농 체험이 갖는 이러한 결과를 고려할 때 아이들이 영농체험을 한다는 것을 농업과 농민에 대한 이해, 먹을거리 생산과정에 대한 이해를 넘어 좋은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채소가 싹이 나고, 크는 것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생명체와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 보다 더 좋은 교육이 어디에 있는가?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자신의 자녀들은 인성도 좋고, 학업성적도 뛰어 나기를 원한다. 그리고 학업성적이 좋으면, 즉 공부를 잘하면 인성도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아이들 인성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이는 아이들의 인성 발전에도 적용되는 원리다. 이 원리를 알고,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발전을 위해, 아이들이 농업현장을 보고, 또 영농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주는 현명한 부모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살면서 필요한 중요한 지식은 많이 알고, A 플러스 문맹을 가져오는 불필요한 지식의 짐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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