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에서 슬로푸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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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에서 슬로푸드로
  • 김종덕
  • 승인 2013.10.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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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사람은 음식 없이는 생존이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것은 옷을 입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음식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음식은 너무 가볍게 여겨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운전을 하거나 컴퓨터 자판을 보면서 음식을 먹으면서 식사를 때우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음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수송되었으며, 어떻게 조리되었는지 잘 모른다. 먹을거리 때문에 건강, 환경 등에 문제가 많이 생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인색한 편이다.

많은 사람들은 생활의 다른 부분에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아깝게 여기지 않는 반면, 음식에 대한 지출은 가급적 줄이려고 한다.

보통 패스트푸드는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샌드위치, 피자 등을 지칭한다. 이들 음식은 미리 마련된 재료를 사용하여 조리하기 때문에 조리시간이 짧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 각종 인스턴트식품처럼 미리 만들어져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품도 패스트푸드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속도를 강조하는 가운데 대규모, 대량생산 방식을 통해 생산되고 유통된 음식재료로 만든 음식도 패스트푸드로 볼 수 있다. 대규모 기업농이 산업화된 영농 방식으로 생산한 곡물, 유전자 조작에 의해 생산된 음식재료, 공장형으로 사육된 소, 돼지, 닭 그리고 양식된 활어 등도 패스트푸드라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를 이러한 식으로 보게 되면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의 대부분이 패스트푸드이다.

패스트푸드는 먹기에 편리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우선 패스트푸드는 섭취하는 사람의 건강에 문제를 야기한다. 고지방으로 되어 있는 패스트푸드는 건강의 적인 비만을 가져온다.

패스트푸드 식사는 체격은 크나 체력은 빈약한 신체를 가져온다. 패스트푸드 음식은 집중력, 인내력을 잃게 한다. 패스트푸드가 이처럼 건강에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푸드업계는 엄청난 광고비를 들여 특히 아동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고, 학교 프로그램과 연결시키면서 패스트푸드의 소비를 확산시키고 있다.

둘째, 패스트푸드는 식품안전에 문제를 야기한다. 패스트푸드의 재료는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수천 킬로, 수만 킬로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에 생산 및 유통과정이 소비자들에게 숨겨져 있다. 게다가 패스트푸드업계는 재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셋째, 패스트푸드의 세계화는 가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패스트푸드는 가정을 음식 생산의 주체에서 소비의 주체로 바뀌게 하였고, 이것이 문제를 낳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확산에 의한 먹는 일의 비 사회화, 그리고 가정식사 빈도의 감소는 가족관계를 붕괴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넷째, 패스트푸드의 확산은 민족음식의 소멸을 가져왔다.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패스트푸드의 확산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민족음식을 밀어내고 있다.

민족음식의 소멸은 사람들에게 소외와 혼란을 야기한다. 다섯째, 패스트푸드의 세계화는 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포장종이의 생산에 따른 산림의 황폐화, 폴리스티렌과 기타 포장 재료에 의한 폐해는 말할 것도 없고, 대규모 육우사육에 소요되는 막대한 물량의 사료와 물의 소비, 먼 거리 이동에 의한 에너지 사용 등이 환경보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패스트푸드가 야기하는 부정적 측면의 비용부담은 패스트푸드 업계가 아니라 사회의 나머지 부분이 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용을 감안한다면 패스트푸드 업계가 제공하는 음식은 결코 싼 것이 아니다.

슬로푸드운동에 의해 주창된 슬로푸드는 특정한 종류라기보다는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가공하는 방식과 관련된다. 슬로푸드는 자연의 시간에 따라 생산한 것이다.

과일로 치면 제철에 생산되는 과일이 슬로푸드라고 할 수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에도 자연적인 방식으로 기른 돼지에서 나온 고기가 슬로푸드다. 생선의 경우도 양식이 아니라 이른바 자연산이 슬로푸드라고 할 수 있다.

또 슬로푸드의 재료는 농민들이 수천 년 동안 발전시켜온 전통적인 방식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슬로푸드는 생산자가 소비자를 알고, 생산자가 소비자의 건강과 안녕을 배려하면서 생산된 먹을거리로 만든 것이다. 슬로푸드는 음식을 만들거나 만들어지는 방식이나 과정과도 관련된다.

슬로푸드는 미리 가공된 재료가 아니라 원재료를 가지고, 요리하는 사람이 정성껏 만든 것이 슬로푸드다. 달리 말하면 만드는 사람의 손맛이 들어간 것이다. 또 인공적인 숙성이 아니라 자연적인 숙성이나 발효과정을 거친 것이 슬로푸드다.

만들어서 몇 년 동안 묵히면서 먹는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의 경우 전형적인 슬로푸드다. 오랜 기간 삭혀서 먹는 젓갈, 익혀서 먹는 김치, 오랜 시간 달여 만드는 엿, 발효과정을 거치는 술 등이 슬로푸드라고 할 수 있다. 또 슬로푸드는 식사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식사를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로, 그리하여 단숨에 음식을 먹는 것은, 아무리 음식 그 자체가 슬로푸드라고 하더라도 슬로푸드 식사로 볼 수 없다.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며, 음식을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 슬로푸드다.

슬로푸드는 패스트푸드와 달리 여러 면에서 이롭다. 우선 슬로푸드는 먹는 사람에게 건강한 삶과 온전한 몸을 지탱하게 해준다. 소비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생산된 그리고 생산자의 얼굴을 가진 먹을거리, 제철 먹을거리와 같은 슬로푸드는 사람에게 좋다.

둘째, 슬로푸드는 지구와 환경을 살리는데 기여한다. 슬로푸드는 자연의 리듬을 따라 생산한, 지역 먹을거리, 제철 먹을거리이기 때문이다. 셋째, 슬로푸드는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기여한다. 슬로푸드가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음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쁜 먹을거리인 패스트푸드가 지배적인 가운데 대안 먹을거리인 슬로푸드의 비중을 높이려면, 소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어떤 먹을거리를 소비하느냐가 그 먹을거리의 생산과 직결된다. 소비자가 패스트푸드를 먹게 되면, 생산자와 유통업자에게 패스트푸드의 생산과 유통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에 소비자가 의도적으로 슬로푸드를 선호하게 되면, 생산자와 유통업자에게 슬로푸드의 생산과 유통을 고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처럼 소비자의 음식 취향이나 선택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지구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소비자의 먹을거리 소비행위는 정치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이제 음식을 먹을 때 그냥 먹지 말고, 그 음식이 건강, 환경,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먹을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음식과 먹을거리를 잘 모르는 음식문맹이 아니라 의식을 가진 음식시민이 되어야 한다.

건강, 환경, 사회에 미치는 슬로푸드의 긍정적 영향을 생각하여 우리는 패스트푸드를 가급적 멀리하고, 슬로푸드를 애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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