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도 좋은 음식을 먹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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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도 좋은 음식을 먹게 하자
  • 김종덕
  • 승인 2013.10.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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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초·중·고교생에 대한 무상급식, 친환경 급식의 확대 시행으로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음식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음식은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좌우하기도 할 뿐더러 건강에는 직격탄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질 좋은 음식과 영양적인 식단을 갖춰 먹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정책에는 매우 찬성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만 질 좋은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에 만족해도 될까?

오늘날 대학생들의 평상시 식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학생들 대부분이 하루에 고작 두 끼 정도 식사를 하고 있으며, 그 두 끼에서 먹는 음식마저도 변변치가 않다. 제대로 된 음식보다는 간편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

특히 밖에서는 이것이나마 친구들과 함께 먹던 학생들도 집에서는 거의 식사를 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부실한 식사가 걱정되는 것은 지금 당장도 그렇지만 부실하게 먹은 학생들이 앞으로 몇 년 후 태어날 아기의 부모가 되고, 이들의 식생활이 태어날 아이들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게 하자. 대학생들이 좋은 음식을 먹게 하려면 여러 조치가 필요하지만 짧은 기간에 실현 가능한 방안은 대학식당의 음식을 바꾸는 일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식당들은 정체불명의 수입 식재료들로 만든 음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식당의 음식이 바뀐다면 학생들이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한 몸으로 학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 신선하고 영양가가 높은 지역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등 학교 관계자들의 양심상 노력이 절실하다. 제철의 지역농산물을 이용해서 만든 음식은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대학식당이 지역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면 다음과 같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우선 학생들의 학교 식당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고, 또 학생들의 학교 식당 이용률이 늘어난다. 이러한 식단 제공으로 학생들은 적정가격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의 질 좋은 음식은 당연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둘째, 교수 및 직원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역농산물로 된 음식을 학교 구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간 및 비용면에서도 교수 및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학교식당 운영을 위한 지역농산물 식자재 구입은 지역의 농민들에게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줄어들고 있는 쌀 소비량을 늘이는데도 기여한다. 나아가 지역에서 먹을거리 관련 돈이 돌아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넷째, 지역 농산물로 된 식단의 제공은 대학 당국에도 이롭게 작용한다. 대학은 이를 통해 학생들의 건강을 우선시하고 지역 농민들과 함께하는 대학이라는 공식 이미지를 정착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도 밝혀진 것처럼 대학의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식단제공으로 하여금 건강한 먹을거리로 인해 학생들의 건강이 눈에 띄고 좋아졌고, 지역경제가 살아 지역 분위기가 좋아졌으며 또한 학생들이 사회정의와 관련된 활동을 가져오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한 일례로 상지대학교 구내식당이 지역에서 나는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학식당이 지역농산물로 된 식사를 제공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비싼 식재료인데, 상지대학교는 이를 학교당국의 지원으로 해결했다.

학교가 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학교당국이 농민이나 생산단체 등과 직거래를 한다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지역농산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초중고의 급식에 비해 대학식당은 친환경농산물이나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제공하는데 몇 가지 점에서 유리하다. 학생 수가 많아 대규모 구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메뉴의 유연성이 크다. 대학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직원 등도 있어 잠재된 소비 수요가 매우 큰 편이다.

대학들이 대학식당의 개선을 통해 학생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민들에게는 안정적 영농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실천의지만 있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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