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짜리 햄버거와 아이들의 장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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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짜리 햄버거와 아이들의 장래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13.10.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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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얼마 전 한 선생님에게 500원짜리 햄버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재료를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판매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 가격대의 햄버거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햄버거의 재료는 어떤 것일까? 아마 세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싼 재료일 것이다. 각종 첨가물이나 향료를 넣었다면 인공 조제 성분일 것이다.

(사)궁중음식연구원의 한복려 원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음식은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만든다’라고 했다. 물론 상품 음식의 경우는 덜 하겠지만 500원짜리 햄버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공급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먹는 아이들을 생각할까? 자기 자식이나 손자들에게도 그러한 햄버거를 먹도록 할까? 아니면 먹지 말라고 할까?


아이들이 먹을 500원짜리 햄버거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은 아이들을 그 정도로 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안전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햄버거를 만들어 공급하는 사람들의 잘못도 크지만, 그러한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사회 또한 문제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요즈음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상당부분이 500원짜리 햄버거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모님들의 무관심이나 식품관리당국의 소홀한 규제, 아이들의 바쁜 일상으로 인해 아이들은 음식 같지 않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있다.

아이들이 거리에서 사먹는 음식은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면 집에서 먹는 음식은 괜찮을까?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음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좋은 재료를 가지고 직접 만들어 먹인다면 좀 낫겠지만 요즈음 그런 부모님들이 많지 않다.

이미 부모님마저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조리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고 또 음식을 정성스레 만들어 자녀들에게 먹이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부모님도 많지 않다.

아이들이 나쁜 음식을 먹고 있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아이들이 온전한 음식을 먹지 못하면 그 폐해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이들이 성장하면서 음식으로 인한 질병 등을 더 겪게 되고, 개인의 고통은 물론 사회의 의료비부담도 늘어날 것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 자녀를 갖는다고 할 때 그동안 문제의 음식을 계속 먹었다면 그 자녀들은 어떻게 될까?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을 나쁜 음식으로부터 구출해야 한다. 이것은 어른들의 책임이고 사회의 책임이다. 아이들이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특히 어린아이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람들을 엄단해야 할 것이다.

관계 당국도 예컨대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의 제정에 만족하지 말고, 그 법이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지는 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할 것이다.

부모님들도 아이들의 음식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쓸 것을 권한다. 부모님들이 음식의 소중함을 알고, 집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게 해야 한다.

부모님들이 조리할 줄 모르면 조리를 배워서라도 자녀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먹여야 한다. 직장일로 바쁜 부모님들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좋은 반찬 등을 만들어 가정에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는 일은 이미 가정에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가정 밖에 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가정으로 공급되는 식재료가 좋은 것이 없을 경우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아이들 잘 먹이는 일을 국가의 최우선적인 일로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지 않고 이 나라의 장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음식을 먹여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음식환경을 바꾸고 음식을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식재료를 공급하는 우리의 농업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음식을 만들어 공급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가정에서 부모님의 역할과 책임도 중요하다. 아이들을 잘 먹이는 일을 단번에 할 수 없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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