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조리수업은 필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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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조리수업은 필수가 되어야 한다
  • 김종덕
  • 승인 2013.10.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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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영화 “언제나 마음은 태양”에서 마크 데커리 교사 역을 맡은 시드니 포이터가 학생들과 더불어 조리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수업에 앞서 학생들에게 “생명기술인 조리에 대해 배우자”고 말하면서 조리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아이들 대부분은 조리를 할 줄 모른다. 조리기술을 배운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부모도 학교도 조리를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없다.

부모들의 상당수는 조리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아이들에게 조리를 가르칠 형편이 못된다. 학교에서는 입시 위주의 교과목 편성이 우선시 되고 있어 조리 과목이 정규 교과목에 들어갈 여지가 거의 없다.

가정, 학교 등에서 아이들에게 조리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것은 조리기술의 효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섭취하기 때문에 조리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만약에 식사 음식을 식재료를 가지고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면, 가정이든 학교든 조리기술을 가르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점점 더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의 폐해와 관련하여 비만, 특히 아동 비만에 대해 관심,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비만과의 전쟁이 선포된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도 그린 푸드 존 등의 제도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소비 증대로 생긴 조리기술의 상실에 대한 대책은 강구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아이들, 사회에서 조리기술의 상실은 비만 보다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조리기술이 없으면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럴수록 비만이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리는 인류 역사와 더불어 발전해온 기술로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조리는 식재료에 여러 가지 공정과 절차, 그리고 기구 및 용기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그 자체가 예술이며,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수단이다.

조리의 이점은 여러 가지다. 조리를 통해 협동심,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된다. 조리의 전승을 통해 지역 음식문화의 전통을 계승할 수 있다. 조리기술은 한번 배우면 평생 활용할 수 있다.

그리하여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평생 먹을 수 있다. 또한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조리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

반면에 조리 기술이 없으면 많은 문제에 직면한다. 남이 만든 음식만 먹어야 된다. 좋은 식재료가 있어도 그림의 떡이 된다. 식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을 넘어 사회에도 문제가 된다. 조리 방법을 모르면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 등을 많이 먹게 되어 질병 치료비가 많이 든다. 또 지역농산물의 구매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로컬푸드의 확산을 가로 막는다.

조리기술이 이처럼 필요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조리기술은 식생활의 가장 으뜸 기술이며, 생명기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조리기술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이 없던 시절에는, 또 상대적으로 덜 바빴던 시기에는 가정에서 조리기술의 전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사정은 달라졌다. 많은 가정에서 조리기술을 가르칠 여건이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조리기술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조리기술 교육은 식량권을 존중, 보호, 충족 시켜야 할 국가의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지금 학교에서는 입시교육 때문에 하던 조리실습교육도 사라지고 있다. 교육용 조리시설도 없어지고 있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고, 앞으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조리기술을 배우지 않음으로써 개인이나 사회 차원에 야기되는 문제를 고려할 때 조리기술은 각 급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쳐야 한다.

조리기술을 익히면 개인은 물론 사회에도 이롭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조리수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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