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을 텃밭으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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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을 텃밭으로 바꾸자
  • 김종덕
  • 승인 2013.10.3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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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종종 선정되는 캐나다 밴쿠버는 도시 농업으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밴쿠버 시 당국의 노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밴쿠버 시가 도시 농업의 발전을 위해 한 일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텃밭 조성이다.

밴쿠버 시에는 시민들 대부분이 주택에 산다. 시 당국은 이들에게 관상수나 꽃으로 꾸며져 있는 화단을 관상수 대신 과일나무 그리고 꽃 대신에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심을 것을 적극 권장했다.

시가 직접 묘목과 씨앗 등을 시민들에게 공급해서 화단을 텃밭으로 만드는데 앞장섰다.

공동주택에 사는 시민들에게는 공원의 일부를 텃밭으로 임대 분양해주고, 이들에 대해서는 농사기술을 전수하고, 씨앗 등을 공급했다. 각 학교에는 텃밭 운영을 적극 권장했다.

몇몇 학교에서는 학교 텃밭과 주민 텃밭을 공동으로 운영토록 했다. 밴쿠버 시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밴쿠버 시민의 56%가 자기 먹을거리의 일부를 자기가 직접 키워먹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밴쿠버 시가 도시농업에 주력한 것은 시민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우선 시민들이 먹을거리를 자가 생산하게 되면 안전한 먹을거리의 섭취가 가능하고, 외부 요인으로 인해 먹을거리 파동을 덜 겪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과일과 채소 섭취의 증대다.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가 지배적인 현대인들의 식생활에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게 되면 각종 식원성 질병을 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셋째, 농사가 아동들의 인성발전에 미치는 영향이다. 아이들은 부모 또는 선생님과 함께 영농체험을 함으로써 먹을거리를 만들어 공급하는 분들의 노력에 감사하고, 음식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운다. 또 식물이나 나무 등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넷째, 소규모 텃밭이라고 하더라도 농사는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소일거리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 수확물이 여분이 있을 경우 시설 등에 무료로 제공할 수도 있고, 이웃과도 나눌 수 있다.

밴쿠버 시당국의 도시농업에 대한 생각 그리고 시민들의 호응이 밴쿠버를 도시 농업의 메카로 만들었다. 밴쿠버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우리나라 몇몇 지자체들에서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도시 농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는 자투리땅에서 시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을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고, 거기에 다시 화초를 심는 일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화단을 텃밭으로 만드는 사업을 벌일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앞서서 할 수도 있고, 시민단체 들이 운동차원에서 할 수도 있다.

단독주택의 화단뿐만 아니라 공공주택의 조경 공간, 학교와 공공시설의 공터 등에 텃밭을 조성해야 한다. 또 통합시의 경우 인근 농촌지역에 있는 휴경지 등을 이용해 원하는 시민들에게 텃밭을 임대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텃밭 농사를 통해 농사일이 쉬운 일이 아니며, 정말 전업으로 농사를 짓는 분들이 수고를 많이 하고 있고, 이 분들이야 말로 이 시대의 영웅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농민 없이 농업 없고, 농업 없이 먹을거리 없다는 말이 있다. 먹을거리가 없으면 우리의 삶 또한 없기 때문에 농사가 가장 으뜸이 될 수밖에 없다. 보다 많은 도시 분들이 텃밭 농사경험을 통해 좋은 먹을거리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 또는 공동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텃밭은 소비자를 먹을거리의 생산자, 공동생산자로 바꾸는 중요한 현장이다. 특히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 텃밭은 거기서 크고 있는 여러 생명들과 대화하고, 생명과 관계를 배우는 곳이다.

아이들에게 텃밭만큼 중요한 교육현장이 없다. 도시 텃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자체들이나 시민단체들이 화단과 도시의 공터 등을 텃밭으로 만드는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기를 기대한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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