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월호와 침몰한 대한민국 안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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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월호와 침몰한 대한민국 안전대책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4.04.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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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본지 취재부 차장

김태홍 본지 취재부 차장
'세월호' 침몰 참사는 선사의 안전 불감증과 선장의 비윤리적 행동으로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승객이 많이 구조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을 놓친 대한민국의 재난대응시스템 때문에 꽃다운 학생들이 대거 희생돼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또한 세월호 침몰사고로 국제 망신을 당하고 있다. 외신들은 "방글라데시, 필리핀 같은 후진국들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고가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초동 구조의 안일함이 키운 인재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등 한국 재난사고가 국제 뉴스의 조롱거리가 된 것을 보고도 한국 정부의 각료와 국회의원, 그리고 고위 공직자들은 부끄러워서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

 

또 이미 일어난 재난사고에 대해 당국의 사후 대처작업인 실종자 구조 작업도 갈팡질팡이어서 불신을 사고 있으며, 또한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경, 해군 등 관계기관의 손발도 맞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가족들은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의 안일한 대처와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오죽하면 유족들은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나.

 

이번 여객선 사고 수치의 압권은 아무런 승객 대피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선장과 일부 선원이 맨 먼저 탈출한 것이다. 한국사회의 직업윤리 실종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세월호 침몰로 대한민국의 재난관리 및 대처체계도 침몰했다. 4년 전 천안함 사건도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하지만 그 역시 방어에 실패한 일종의 안전사고다.

 

특히 기존 안전행정부는 이름만 '안전'을 강조했을 뿐이지 공무원 및 지방자치단체 관리에 머물고 있다. 세월호 침몰로 앞길이 구만리 같은 어린 학생들을 비롯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가 가라앉던 날, 대한민국은 G20 국가가 아니다.

 

물론 사고는 정부의 책임이 아니다. 1차 책임은 안전 규정을 무시해 무리한 운행과 책무를 포기하고 자신들만 살아남은 무책임한 선장 등 선원들에게 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이후의 처리에 무능했던 정부는 2차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의 초기 상황 오판과 그에 따른 부실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


지금은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지만 세월호가 인양이 되고 피해자들의 영결식이 치러지고 나면 가슴에 못이 박힌 가족 친지들이 아니라면 조금씩 잊어갈 것이다. 그러나 세월만이 약은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 때에는 땅에선 열차가 탈선하고 백화점이 무너졌으며, 하늘에선 비행기가 추락하고, 바다에서는 훼리호가 침몰하고, 강에선 다리가 붕괴되고, 호수에서는 유람선에 불이 나 수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의 위기관리능력 부재와 무책임은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약화시킨 게 사실이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처리에도 이후의 대책마련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에 전력을 다할 것을 약속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으로 책임질 사람은 엄벌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창한 구호와 일시적 관심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에 다가갈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 사회 각 부문은 세월호 실종자 구조를 위한 노력과 성원을 침몰한 대한민국의 안전을 구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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