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무지의 지’를 생각한다
상태바
새해에 ‘무지의 지’를 생각한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4.12.30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년칼럼)소크라테스의 철학과, 교양에 대한 ‘하버드의 생각수업’

 

형제섬과 일출.(사진제공=한라산국립공원 신용만 홍보요원)

 

새해를 맞으면서 새삼스럽게 철학이 떠오른 것은 어떤 환경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자신의 축이 교양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렇다.

프랑스의 유명한 정치가 에두아르 에리오는 교양과 철학에 관해 “ 그것은 모든 것을 잊어버렸을 때 남는 것이며, 모든 것을 배운 뒤에도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풍부한 지식을 얻더라도 잊을 수 있고 모든 지식을 잊어버린 뒤에도 신조나 가치관 ‘나라는 인물을 형성하는 축’ 만큼은 우리 내부에 반드시 남아있게 되는 데 그게 바로 교양이라는 것.
 

다음은 스스로 책 한권 쓴 적이 없는 소크라테스에 관해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은 내가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말씀 하셨는데 나는 내가 큰 일에 대해서든 작은 일에서든 현명하지 못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신의 말씀이 틀릴 리가 없기에 나는 큰 고민에 빠졌다”

소크라테스는 이와 같은 자신의 고뇌를 토로하며 “네가 가장 현명하다”라는 신의 말에 의심을 품으면서도 “하지만 신의 말씀이 틀릴 리가 없다”는 생각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나보다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 그 사실을 신에게 알려드리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철학자 답게 확실한 반증을 찾아내 신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즉시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아테네의 정치가 중에서 최고의 현자라고 생각한 사람을 찾아가 선에 관해, 미에 관해 등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그 대화속에서 결국 두 사람 모두 (본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풍부한 지식을 소유했으며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깊은 사고력의 소유자이기도 한 소크라테스는 ‘지의 거인’이지만 “결국 우리는 본질적인 것에 관해서는 무엇 하나 알지 못한다”고 느낀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눈 정치인은 달랐다.
그 정치가는 자신이 뭔가를 알고 있다고 믿었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그 차이, 즉 인식의 차이를 깨달았다.
그 후에도 소크라테스는 많은 현자를 찾아가 다양한 토론을 했지만 결과는 항상 똑 같았다.


그리고 그는 결국 “나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들처럼 내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즉 “(그 차이만큼) 내가 그들보다 현명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신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후쿠하라 마사히로가 쓴 ‘하버드의 생각수업’에 나오는 ‘무지의 지’의 일화를 소개한 내용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등장하는 신은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한 자는 가령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의 지혜가 실제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음을 깨달은 자”라고 말했다.


신이 소크라테스를 높이 평가한 것은 풍부한 그의 지식과 지혜가 아니었다.


신은 말했다.


“어떤 지식, 지혜를 소유했든 ‘나는 무지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이야 말로 현자다”

선작지왓에서 맞이하는 화구벽과 일출.(사진제공=한라산국립공원 신용만 홍보요원)

제주도는 최근 현명하고(?) 똑똑한 정치인들이 이끄는 시대를 맞이했다.
원희룡 지사는 온 나라가 다 아는 수재다.


“지식이 많고(?) 젊은 도지사는 과연 일을 잘 할 것인가 ..?”하는 기대속에 제주도정은 시작됐지만 제주도민의 대표인 의회라는 거대한 암벽에 막혀 1천6백82억원이라는 예산을 삭감 당했다.


새해를 맞아 젊고 똑똑한 도지사가 이 어려운 일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를 바라보는 일도 도민들로서는 궁금한 일이다.


적어도 실제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일은 어쩌면 홀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서로 협조하고 대화하며 풀어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만으로도 현명한 문제 해결의 자세가 될 지도 모른다.


2015년 을미년 새해는 철학적인 사유를 통해 더욱 더 발전하고 정도를 걷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나는 잘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현인이라고 신이 얘기했다고 하니..

2015년 새해가 밝았다.

모든 일의 시작은 이처럼 뜨거운 태양으로 시작한다.

떠오르는 해처럼 순조로운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