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록지형에 오목마인드면 물부족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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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록지형에 오목마인드면 물부족은 끝
  • 한무영
  • 승인 2009.06.0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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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의 법칙으로 풀어보는 우리나라의 물문제..⑧

어려운 우리나라의 물문제


우리나라 물관리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두 가지 사실이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비가 여름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과 국토의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져 물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후 및 지형조건에서 우리 조상들이 수천년을 무리 없이 살아왔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 이유와 해결책을 음양의 법칙으로 풀어본다.

볼록한 우리나라의 기후와 지형

우리나라의 연간 강우량의 그래프를 보면 가운데가 볼록하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봄 겨울에는 비가 적게 온다. 일년간 강우가 일정한 유럽과는 문제점이 많이 다르고 또한 해결책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졌다. 거의 전국이 볼록 볼록 튀어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평야나 사막으로 이루어진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 따라서 볼록한 특성을 가진 우리나라의 기후와 지형에서 나타나는 물문제는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으며, 그 해결책 또한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우리만의 고유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물문제의 시발점은 볼록마인드 때문

지금까지 도시나 가정의 배수시설을 만들 때의 기본 개념은 내린 비를 모두 바깥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위치는 높게 만들어서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볼록 마인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이런 마인드를 가지다 보니 하류에 홍수가 나고, 또 한꺼번에 물을 다 버리고 나니 가뭄도 생기고 하천도 마르는 것이다.

볼록과 오목의 차이

물은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만약 어느 지역에 홍수가 났다고 할 때 피해를 주는 물들은 모두 다 자기보다 높은 위치에서 한꺼번에 내려온 것이다. 따라서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빗물을 천천히 내려오게 하거나 땅속으로 흘러들어가서 조금만 내려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반지름이 10미터인 어느 원형정원에서 가운데와 밖의 높이차를 50 cm 정도 두어 약 5% 정도의 경사로 만들었다고 하자. 이 정도의 경사는 눈으로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 그런데 경사를 안에서 바깥쪽으로 두어 가운데를 볼록하게 만들면 내린 비가 모두 밖으로 빠져나간다. 반면에, 가운데를 오목하게 만들면 30-50톤 가량의 물을 모을 수 있다. 이때 갑자기 나가는 물을 적게 만들어 홍수를 방지하고, 모인 물은 지하로 침투되어 지하수를 보충할 수 있다.

한 지역에서 오목하게 만들어 모으는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전 국토에서 현지 지형조건에 맞게 빗물을 오목하게 하면 엄청나게 많은 양을 모을 수 있다. 이 경우 볼록하게 하거나 오목하게 하거나 공사비는 별 차이 없다.

모든 사람이 오목 마인드를 가지면 물부자가 된다

문제는 이렇게 간단하다. 마음만 볼록 마인드에서 오목마인드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단지 물관리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오목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를 만들 때, 공원이나 집에서 조경을 할 때, 산비탈을 이용할 때, 논농사를 지을 때 모든 사람들이 이런 것을 고려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기술자만이 아니라, 집주인, 시민들, 정치가들도 모두 이것을 요구하고, 설계기준 등에도 이러한 것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각 지역에서 빗물 모으기를 실천하는 오목 마인드만 있다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쉽게 물부족에서 물부자가 될 수 있다.

볼록지형에는 오목마인드로

물론 이렇게 하면 불편이 따를 수도 있다. 고인 물 때문에 질퍽거리기도 하도, 모기도 발생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모두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이렇게 생각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강우패턴이 우리나라만큼 열악한 나라는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는 다 안하더라도 우리나라는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토 여건도 마찬가지이다. 전국토가 볼록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비가 오면 한꺼번에 내려가서 물이 없는 것이다. 볼록지형에서 볼록마인드를 가지고 관리한 결과이다. 이 경우 볼록 지형에 오목마인드를 가지면 아주 좋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오목마인드에 입각한 시설은 그 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우리 주위에 이런 오목마인드를 가지고 만든 시설을 보거나 예를 들면 누구든지 수긍이 갈 것이다.

도로를 만들 때

자유로를 달려본 사람은 상행선과 하행선의 가운데가 움푹 파여서 비가 오면 그쪽으로 물이 흘러 고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른 도로와는 달리 비가 오면 배수구를 통하여 하천으로 빨리 흘러가는 대신 분리대 내에 고여 있다가 천천히 땅 속으로 침투된다.

이 도로의 길이를 약 10 km 라고 가정하고, 어느 한 단면에서의 용량을 1미터 가량 파이고, 배수를 조절하기 위한 턱만 군데군데 둔다면 쉽게 10만 톤 정도 댐의 용량이 저절로 만들어 진다. 다른 도로도 이와 같이 만들었다면 새로 만든 도로 때문에 홍수가 발생하고 주위의 논밭이 오염 되었다는 민원은 듣지 않을뿐더러 지하수 수위를 높이는 역할까지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경을 할 때

집안의 정원이나 공원에는 잔디와 나무를 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곳을 마무리할 때 도로보다 높이 볼록하게 만들면, 여기에 떨어지는 빗물은 모두 다 도로를 통하여 하천이나 하수도로 흘러간다. 이때 하천이나 하수도의 용량을 키우기 위해 세금이 더 많이 쓰여지든지, 아니면 하류지방에 있는 사람들의 홍수 위험도가 높아지게 된다.

대신, 정원을 마무리 할때 표나지 않도록 오목하게 만들어 보자. 그러면 빗물은 도로로 흘러가는 대신, 그 정원 안에 모이게 되어 결과적으로 홍수를 방지하고 지하수위를 높여주는데 역할을 하게 된다. 조경을 할 때 이러한 것을 고려하여 약간의 신경을 쓰면 전체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산비탈면에서

경사진 산비탈면에는 오목도 볼록도 없지만 인위적으로 오목하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은 등고선을 따라 흙으로 약 20 cm 정도의 턱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비가 오면 이 턱보다 높아질 때까지는 고여 있다가 서서히 지하로 침투된다. 비가 좀 더 많이 올 때는 이 턱을 넘어 흐르게 할 수 있다.

여기서 고여 있는 물의 양은 얼마 안 되지만 하천의 제방이 넘칠락 말락 할 때 이러한 방법으로 물의 양을 줄여 홍수의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 아주 간단하고 비용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빗물모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논에서

논은 아주 중요한 빗물모으기 그릇 역할을 하여 홍수를 방지하고, 지하수위를 충전시켜 가뭄을 방지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논의 끝에 물이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흙으로 턱을 쌓으면 오목하게 되어 빗물모으기 그릇의 역할을 한다. 또는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물꼬를 터서 물이 흘러나가게 하기도 한다. 논이 물순환에 많은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고, 이 역할을 보상해주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이러한 생각을 하여야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두 사람이나 어느 한 직종의 사람이 이런 일을 해서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모든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이런 것을 하자고 외칠 때만이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했을 때 전체적인 사회적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윈-윈의 전략이다.

 이것이 바로 2000년 제 2차 세계 물포럼에서 선언문으로 채택된 구호인 물은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Water is everybody‘s business) 이다. 다른 나라는 안 해도 우리나라는 당장 하여야 한다. 강우패턴이 우리나라처럼 열악한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오목 마인드만 가지면 물문제는 끝

우리나라도 오목 마인드를 가지고 내린 빗물만 잘 모으면 당장에 물부자가 될 수 있다. 홍수나 가뭄, 수질오염도 방지하고 지하수위도 높이고 마른 하천도 다시 살리는 등 모든 물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단, 전 국민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되도록 제도를 만들어서, 볼록 지형인 전 국토에 골고루 크고 작은 오목한 그릇을 많이 만들어 빗물을 모으면 가능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산지가 많은 볼록 지형에는 오목마인드에 의한 물관리를 실천하는 것이 잘 들어맞는다. 이것은 음양의 법칙과도 일치한다.

한무영(서울대 빗물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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