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소리는 돈 떨어지는 소리
상태바
비오는 소리는 돈 떨어지는 소리
  • 한무영
  • 승인 2009.06.14 2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빗물이야기...빗물은 하늘이 내려준 공짜 물... ⑪

요즘 같이 어려울 때 공짜로 물을 쓸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귀가 솔깃할 것이다. 아니면 어떤 불법행위가 있는가 하고 의심하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빗물을 모아서 화장실 용수에 사용하여 상수도 요금을 절약한 사례가 있다. 물론 공짜로 빗물을 사용하고도 양심이다. 법을 위반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홍수방지나 생태계 보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학교에 새로 지은 기숙사에서는 200t 규모의 빗물저장시설을 시범적으로 설치하여 지난 4월 27일부터 9월 중순 현재까지 매일 6t 정도의 물을 사용하여 1,000t의 물을 화장실의 물로 사용하여 수도요금을 줄이고 있다. 업무용으로는 t당 1,100원을 부담하므로 매달 22만원, 현재까지 110만원을 절약하였다.

(만약 수도요금이 1,6배 비싼 가정용으로 사용하였다면 약 200만원이 절감되는 셈이다.)


또한 어제 내린 가을비가 200t의 탱크를 꽉 채워주어 앞으로 한 달 간은 화장실에 사용하는 물은 공짜이다. 앞으로 50년 이상 매년 이 금액 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비 오는 소리가 돈이 떨어지는 소리로 들릴 정도이다.

지붕면적 600평 정도의 건물이 이 정도라면, 조금 큰 건물마다 이런 정도의 시설을 해두고 일년 동안 비나 눈을 모은다면 엄청난 양의 빗물을 모아서 공짜로 물을 쓸 수 있다.

우리나라 수도요금에는 상수도, 하수도, 물 이용 부담금이 포함되어 있다. 상수도 요금의 일정비율을 하수 요금으로 내기 때문에 상수도를 조금 쓰면 하수도 요금도 절약된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t당 120원의 수질개선 부담금을 징수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수돗물 1t을 절약할 때마다 1,700원씩 절약된다. 앞으로 상수도요금이 현실화되어 수도요금이 더 비싸지면 절감액은 더 늘어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은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이와같은 방식을 우리 자식들에게도 권장할 수 있으므로 이것이야 말로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빗물은 공짜인데 일단 땅에 떨어져서 강으로 흐르면서, 댐을 막으면서, 소유권이나 사용권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속세로 나온 것이다. 상류는 댐을 만들어 하류에 있는 도시에 보내 주면서 원수나 정수비용으로 t당 40~200원씩 받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나중에 얼마든지 올릴 수도 있다. 빗물이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는 매우 깨끗한데, 일단 땅에 떨어지면 더러워진다.

게다가 땅에 떨어진 후에 지나간 거리가 길수록 수질은 점점 나빠지게 마련이다. 깨끗한 빗물은 공짜인데, 더러운 강물은 돈을 받는다. 오염물질이 많은 물일수록 처리하는데 많은 돈을 내야만 한다. 또한 모아둔 물을 좋은 수질로 관리하고 처리하고, 운송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며, 모두다 이용자의 몫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의 원료는 공짜로 내린 빗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마실 정도의 좋은 물을 화장실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용도로는 빗물을 사용하여도 충분하다. 몇 가지 우려사항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 즉, 겨울에 비가 안 올 때는 자동적으로 수돗물로 연결시켜 공급되도록 한다든지, 비데를 사용할 때는 세면대에 있는 음용수 배관에 연결한다든지 하는 것으로서 아무런 불편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빗물을 사용하면 바로 수돗물을 절약하는 셈이 된다. 수돗물을 아낀 양만큼, 개인적으로는 수도요금을 적게 내는 이득이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더욱 큰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빗물을 이용하면 하천이나 댐의 취수량 감소, 처리량 감소, 운반비용 절감 등을 할 수 있다.

결국은 시민의 세금을 적게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절감된 비용으로 수돗물의 수질개선이나 수돗물 불신을 해소하는데 쓸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절약 정신을 우리 아이들에게 몸소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교육적 효과인 것이다.

어렸을 때 배운 절약정신은 물만이 아니라. 에너지, 시간까지도 아끼면서 생활하는 것을 실천할 수 있다. 이것 또한 지속 가능한 생활방법의 하나이다.

공짜로 빗물을 쓰는 것이 미안하여 누구에겐가 돈을 내려고 시도를 해 보았다. 그런데 누구에게 내야 하나. 하늘에서 우리 집 지붕위로 내려준 빗물을 받아서 쓰는데 소유권이나 수고비를 내라고 주장할 사람은 누구인가.

빗물의 원료는 남태평양의 바닷물에서 만들어진 구름이고, 태양의 힘으로 증발시켜 농축시켰으니 가공자는 바로 태양이다. 그리고 운반책은 구름을 한반도에 보내준 바람이다. 남태평양, 구름, 태양, 바람 어느 것도 인간의 돈을 알지도 못하고 원하지도 않는다.

빗물의 고마움에 대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상은 자연을 보호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일 것이다. 하늘은 우리에게 커다란 은혜를 베푸는데, 우리는 너무 무관심하게 받아들이고 고마워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반성해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