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너무나 닮은 라다크와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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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너무나 닮은 라다크와 제주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5.09.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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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제주도심에서 사라진 매미소리와 잠자리를 보며..

▲ 개발위협에 처한 라다크의 자매(사진제공=오래된 미래 출판사 중앙북스 제공)

한라산의 높이는 1,950m, 백두산의 높이는 2,750m.

한라산의 연평균 기온은 4.4도이지만 백두산의 연평균 기온은 영하인 -7.3도다.

우리에게는 ‘오래된 미래’를 통해 알려진 인도북부 히말라야 고원의 리틀 티베트로 불리우는 라다크는 해발 1만1천피트, 백두산 높이보다 더 높은 3,350m의 고원에 있는 오래된 은둔의 도시였다.

이 라다크는 세상에 알려지기 전만 해도 그 자체로 평화롭고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며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농사를 짓고 사는 그야말로 그 옛날 우리 제주의 공동체적 삶의 모습과 너무 많이 닮아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이곳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최근 개발바람이 불어 가족이 해체되고 돈의 노예가 되는 서방중심의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고 세계인들의 걱정하는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화되기 전만 해도 전통을 지키며 특별한 그들만의 문화를 잘 지켜 온 그들에게 이같은 개발의 변화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들에게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언어학자이며 사회.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중앙북스 간)다.

달라이라마는 이 책 추천의 글에서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의 회복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통해 “티베트를 포함한 히말라야 인근의 다른 지역들처럼 라다크는 지난 수세기동안 외부의 영향에서 독립되어 독자적인 삶의 방식을 지켜온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혹독한 기후와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라다크 사람들은 별일 없이 살아왔다”고 언급한 달라이라마는 “그것은 분명 그곳 사람들의 강한 자립심에서 비롯된 검소한 생활태도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불교문화의 영향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세기동안 라다크 사회에 나타난 급격한 변화는 세계화 추세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며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점점 더 작아지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짐에 따라 예전에는 고립된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지구촌 가족의 영역안으로 들어 온 것으로 적응을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어 달라이라마는 “전통 농경사회가 아무리 매력 있게 보이더라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현대화된 개발의 혜택을 누릴 기회가 배제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개발이나 교육이 전개되는 방향이 결코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된다”며 “라다크와 같은 전통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는 내면적 의미에서의 발전, 즉 따뜻한 마음과 만족감이 발견됨으로 그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책에서 보는 라다크의 모습은 이렇다.

“고도 1만 피트의 고원지대인 이곳에서 1년 중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은 4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이곳의 주요작물은 보리이며 라다크 사람들은 보릿가루를 구워 만든 ‘은감페’라는 음식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라다크 농부 대부분은 작은 콩밭과 순무밭을 경작한다. 고도 1만1천 피트 아래 계곡에서는 살구나무와 호두나무를 기르며 보리같은 곡물이 전혀 자라지 않는 제일 높은 곳의 거주지역에서는 주로 가축들을 기른다”

▲ 저자인 헬레나 호지가 이곳 여성들과 함께 한 모습(사진제공=오래된 미래 출판사 중앙북스 제공)

그리고 승려출신 이 지역 불교철학자의 시도 소개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화려함을
주의깊게 바라보세요.
거기에 숭고한 의미가 있나요?
나는 아무 것도 찾지 못했어요.

재물이 많은 사람이라도
쾌락이 차고 넘치더라도
명성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죽음이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게 되겠지요.

죽음이 찾아 온 그 순간에는
자신이 행했던 것들 말고는
한 조각의 재물도 지킬 수 없는 거예요..“

 

또 하나의 풍경도 있다.

“여기서 빨래하면 안돼요.
아랫마을 사람들이 마시는 물이에요.
빨래는 저쪽에서 하면 돼요. 그 쪽 물은 밭으로 흘러가는 물이거든요“

이같은 얘기를 듣고 평한 저자의 이야기도 있다.

“나는 라다크 사람들이 어떻게 그토록 까다로운 환경 속에서 어려움 없이 살게 됐는지를 깨닫게 됐다.
서구에서 검약이란 말은 대개 자물쇠가 채워진 음식 창고를 지키는 나이 든 어주머니를 연상시키지만 이곳 라다크에서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그것은 풍요의 기본이 된다.
한정된 자원을 조심스럽게 아껴 쓴다는 것은 인색함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 바로 그것이 검약의 본래 의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라다크의 모습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걱정을 남긴다.

“전통경제체제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서로를 보살펴 주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체제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간격이 더욱 벌어지게 되어 더 이상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모습이 보일 정도다.

사람들 사이의 정치 경제적 상호작용은 정체불명의 관료체제를 거쳐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
지역내의 상호관계는 붕괴되고 있으며 전통사회에서와 같은 절제심이나 협동심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오래된 미래의 마지막 부분인 에필로그를 통해 “고기를 얻기 위해 기른 소의 경우 그것을 사육하는데 필요한 물리적 공간은 채소밭 정도의 큰 공간은 아니지만 소에 먹일 곡물을 재배할 밭과 물을 끌어들일 수로 그리고 물을 끌어 들임으로써 말라버릴 수 밖에 없는 땅의 면적을 생각해 보면 소 한 마리를 사육하는데 훨씬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날로 증대되는 과학기술의 영향으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단절됐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문화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존재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자연의 세계에 있어 다양성이란 절대적으로 피할 수 없는 생명의 근본원리이며 우리는 하찮게 여기던 벌레나 풀 한 포기마저도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놀랄 만 한 속도로 멸종되어 가는 동식물들이 최근 주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어 반개발 운동에 대한 경향을 소개하면서 “소비지향적이고 획일적인 문화의 확산이 중단되지 않는 한 빈곤과 사회분열과 생태계 붕괴를 막을 희망은 없다”며 “그러나 반개발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기술의 획일성에 반대하는 것과 함께 지역 자원과 지식, 기술의 최대한 활용을 장려함으로써 생태와 문화적 다양성 유지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 출발점이 사람과 자연에 대한 존경심이라면 그 필연적 결과물은 다양성의 복원이며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의 균형을 복원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금 극단의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주시내에서 올 여름에는 뜨겁게 울어대던 매미소리와 그 흔한 잠자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여름이면 나무마다 달려 그렇게 맴맴거리던 매미소리가 사라지고 잠자리가 보이지 않는 시대가 드디어 도래했다는 사실은 제주도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야흐로 제주도에도 침묵의 봄이 도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그 다음에는 또 무엇이 사라질 지 궁금할 정도다.

과연 제주도는 현재의 상태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제대로 방향을 잘 잡고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평화로운 라다크가 개발에 매몰되는 모습이 흡사 지금의 제주와 너무나 닮아 있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 관광객이 1천만명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환경적으로 제주는 라다크보다도 더욱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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