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만년 이어온 꿀벌의 위기..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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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만년 이어온 꿀벌의 위기..현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5.10.04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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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항생제 가득한 벌꿀 먹는 시대도 올 것.." 제이콥슨의 경고

 

 

 
환경문제는 이제 수백만년전부터 인류의 밥상을 지켜 온 꿀벌에게까지 위기가 닥치고 있다.

지난 2백만 년 동안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제공해 온 양봉 꿀벌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둘 경우 아예 지구상에서 벌이 멸종되거나 항생제로 가득한 벌꿀을 먹어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꿀벌 없는 세상, 결실없는 가을’을 쓴 음식과 환경전문 탐구작가 로완 제이콥슨은 “꿀벌이 아무런 이유없이 집을 나선 다음 돌아오지 않는 꿀벌 실종사건(꿀벌들이 갑자기 실종되는 현상, 즉 꿀벌의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이 일어난 지난 2006년 11월 미국 플로리다 지방의 예”를 들며 전세계 꿀벌과 꿀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꿀벌은 곧 농업과 식량 위기로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그는 “1억 5000만 년간 곤충은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짝짓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배달부 역할을 맡았고 이 꿀벌같은 곤충이 없다면 오늘날 지구상 식물들 대부분이 번식을 할 수 없고 더욱이 벌 2만 종(種) 가운데 오직 한 종만이 꽃꿀을 남달리 애용해왔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전하고 있다.

“만약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에게 가루받이가 이루어지지 않고 과일이 열리지 않아 결실 없는 가을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꿀생산 국가였지만 이같은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지난 2007년 양봉업자들의 벌의 수가 3분의 1(300억 마리)이나 이유없이 감소한 후 양봉업은 급속한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그는 “꿀벌은 본래 섭씨 15도 아래에서는 잘 날아다니지 않으며 비가 올 때도 날지 않는다. 또한 비교적 (다른 벌 종류에 비해서) 늦은 아침에 활동하기 시작해서 초저녁에 활동을 멈춘다. 꿀벌은 일종의 ‘노동조합원’이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그날 일을 쉰다”며 “대신 이들의 단결심은 엄청난 성공을 낳지만 대규모 산업을 이루는 단일경작과 인간이 꿀벌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주는 조건들 때문에 꿀벌실종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화물 자동차를 이용해 8000킬로미터를 떠도는 양봉이 일상화된 곳은 오직 미국뿐이었고 그러던 중 지난 2006년 가을, 불가사의한 징후가 미국 전역에 걸쳐 꿀벌들을 쓸어가버려 2차 세계대전 기간에 600만 개였던 벌통 수가 2005년에는 260만 개로 줄어들다가 종국에는 사상 최초로 200만 개 아래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아몬드를 단일경작하는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농장은 야생 곤충들이 살 수 있는 자연 서식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그런 환경에서 꽃의 가루받이가 이루어지려면 많은 꿀벌을 다른 곳에서 데려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대규모 농업은 더 이상 꿀벌 없이 존속할 수 없다. 그러니 벌을 키우려면 먹이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공식품을 먹이기 이전에도 벌은 수백만 년을 잘 살아왔다. 여느 가축들처럼 벌이 건강하려면 좋은 방목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곳은 점점 더 찾기 어렵다. 벌도 우리처럼 ‘개발이 불러온 질병’을 앓고 있다“며 환경문제를 질타하고 있다.

이책에서는 “양봉가들은 꿀벌 집단이 붕괴됐을 때 처음에는 꿀벌 응애(varroa mite)를 의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CCD는 꿀벌 응애와 마찬가지로 더 큰 질병, 즉 화석연료, 화학약품, 나쁜 생활 방식, 지구온난화, 현대문명의 속도 등이 함께 만든 질병의 한 증상일 뿐”이라며 “살충제를 뿌리고 항생제를 먹이고 가루받이 사업을 위해 트럭에 싣고 다니면서 벌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즉 벌에 대한 중대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정체 불명의 군집 붕괴 현상(CCD)을 거론한 그는 플로리다에서 감귤 농업은 15년 후까지 지속되지 못하리라고 보고 있으며 오렌지 꽃 벌꿀도 운명을 마감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는 벌꿀의 대량생산화를 유의해 설명하고 있는데 중국의 값싼 벌꿀이 미국시장에 진출한 후 미국 벌꿀시장이 크게 약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어쩌면 열악한 환경에서 생산되는 꿀에는 꿀벌의 내성을 강화하기 위해 뿌려대는 항생제로 언젠가는 항생제 투성이의 벌꿀을 먹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꿀벌이 사라지지 않게 하고 세상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과 가루받이 매개자(곤충, 특히 벌꿀)에 대해 경이로움에 찬 시선을 잃지 말기 바란다며 집집마다 꿀벌을 기르는 등 우리 호모 사피엔스에게 주어진 에덴동산을 사라지게 하지는 말자고 역설하고 있다.

특히 쓸모없는 숲은 없다고 말한 한 자연양봉가의 말을 전하면서 그는 자연속에서 꿀벌이 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야생벌은 3분의 1이 나무속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3분의 2는 오래된 구덩이나 움푹 팬 땅에 집을 짓는다고 한다.

집 주위에 나무상자에 구멍을 뚫어 벌을 위한 콘도를 만들어주고 물이 잘 흐르고 흙이 드러난 조그만 땅을 허락해 주어 남향으로 이들의 터전을 만들어주는 등 나비나 나방이 많이 날아들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정원을 만들면 새끼벌의 먹이인 송충이를 제공하고 유액분비 식물의 잎은 제주왕나비의 송충이에게 꼭 필요한 먹이가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제주에 급격히 불어닥친 환경문제는 “벌이 꿀만이 아니라 과일도 우리에게 제공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게 하는 건 아닌지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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