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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부(副) 관하여
  • 최병규 (제주카네기연구소,부소장)
  • 승인 2015.10.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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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규 (제주카네기연구소,부소장)



최병규 (제주카네기연구소,부소장)
영화 "사도"를 봤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잘 알고 있는 영조와 사도세자에 관한 영화이고, 뒤주에 갖힌 후 7일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영조는 익히 알고 있듯이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왕위에 올라 스스로의 지위에 근본적인 불안을 갖고 있는 왕이었다.

자신의 출생으로 인해 신하들과는 탕평의 정치를 하였고, 계승자들에게는 공부를 통해 실력을 기를 것을 아주 강하게 요구하는 리더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세자와 세손을 압박하는 그의 리더십이 아주 불안해 보였고, 결과적으로 슬픈 역사로 기록되어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 아쉬움은 "그와 사도세자 사이를 엮을 수 있는 진정한 조력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었다.

리더란 시작부터 혼자서는 성립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즉 혼자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

셀프 리더십을 말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리더십을 발휘해야하는 대상으로 정하고 대상화된 자신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혼자서는 성립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다양한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들을 적절하게 수행할 때 리더십은 극대화되는 것이다.

오늘은 리더의 여러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조력자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본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과 유비의 만남은 아주 극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조조에게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군사 서서의 추천으로 알게 된 제갈량을 유비는 관우, 장비 동생들과 함께 삼고초려하여 자신의 군사로 모시게 된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했던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제갈량이 유비에게 처음 만나서 제안한 대의가 "천하삼분지계"라는 것이다.

당시의 천하를 세 개의 국가로 나눠 상호견제를 통해서 왕조를 유지하고 후에 천하통일을 도모하자는 계책이다. 그의 포부와 지혜에 감동하여 유비는 그를 중용하게 된다.

삼고초려를 통해 알 수 있는 조력자가 가져야 할 첫번째 특징은 상황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의 마에다 신조 사장은 "60%가 준비되어있다면 40%의 위험은 감수하고 실행한다."는 「60% 즉결주의」를 내세워 경영하였다.

이처럼 리더는 실행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실행에 따른 책임을 질 뿐, 오류를 관리하고 개선하는 것은 조직원들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조력자는 이런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리더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상황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아가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1997년 8월 6일, 우리는 하나의 비보를 받았다. 오전 1시 43분경(현지시각)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김포국제공항발 대한항공 801편이 미국령 괌의 안토니오 국제공항에 접근하다가 추락, 승객 254명 중 229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 참사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국가는 추모기간까지 선포하였다.

안타까운 것은 이 참사의 원인을 외신들은 "대한민국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기인하는 소통의 단절"에서 찾는 분위기이고, 말콤 글레이드웰은 그의 책에서 이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비록 부기장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받을 수 있으나, 그들이 그렇게 했을 때는 나름의 공감대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역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소통은 중요하다.

여기서 조력자 두번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리더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른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들어 "중2병"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이 현상은 결국 "가족간의 소통"이 해법인데, 또래집단의 평판에 영향을 많이 받는 그 나이의 자녀들의 특성을 잘 알아서 가족이 그의 편임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좋은 관계를 만든 후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수월하게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소통의 바탕에는 우호적인 인간관계가 있다. "중2"를 들어서 이야기 했지만 이것은 사회적으로도 국가를 경영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인간관계와 리더십을 훈련하는 교육과정 하나가 100년 넘게 운영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사람들이 시대를 관통하여 원하는 것은 우호적인 인간관계이다.

개인적으로 조력자 이야기를 얘기할 때 이 인물을 빼 놓을 수 없다. 바로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집사 "알프레드"이다. 비록 가상의 인물이기는 하나, 평생을 웨인 가문을 위해 헌신하고 필요할 때는 전략적 물리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다.

영화 속 알프레드를 보면서 알게되는 조력자의 세번째 특징은 좋은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제거한다는 것이다.

예전 직장에 아주 평범한 동료가 한 명 있었다. 사내 전산과 웹사이트를 담당하는 직원이었는데 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조용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적어도 그에게 뭔가를 부탁하면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는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예측하고 준비했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그는 그 많은 요청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했던 것이 아닐까?

조력자는 이처럼 조직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리더의 주변을 예의 주시했다가 리더의 결정에 따라 변하게 될 상황을 예측하여 Plan B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사장은 잠시도 멈출 수 없다. 실수에 대한 반성은 짧게 하고 보완하여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라고 말했던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심히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당신이 리더라면 1) 상황을 지켜보다가 2) 적기에 필요한 말도 하고 3) 때때로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리더라면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하고, 조력자라면 그런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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