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뿌리풀 (팥꽃나무과) Stellera chamaeja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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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뿌리풀 (팥꽃나무과) Stellera chamaejasme
  • 박대문
  • 승인 2016.10.03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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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피뿌리풀 (팥꽃나무과) Stellera chamaejasme


 





숲 그늘 없이 넓게 펼쳐진 넉넉하고 펑퍼짐한 동산,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푸른 초원,
굴레 벗은 말 몇 마리 한가히 풀을 뜯는 제주 오름.

땅 위에 솟아난 초록 무지개 테처럼
선이 고운 제주 오름 등성이의 마루금에
영혼의 불빛처럼 피어나는 피뿌리풀 꽃송이.

핏빛 진한 꽃망울 붉게 피워 올려
눈빛처럼 하얀 꽃 이파리 나래 펼치고
붉디붉은 핏빛으로 이울어가는 ‘슬픈 정열’.

삼별초군 진압 때 몽골군 말발굽 따라와
제주 오름에 둥지를 틀고 어언 700여 년.
흐르는 세월 속에 타오르는 그리움,
태울 대로 다 태우고 사그라지려는가?
해마다 개체가 줄어들어
이제는 한두 개 꽃송이도 찾기 힘든 피뿌리풀.

피뿌리풀은 북방계 식물로 추운 지방에서 자라며
세계적으로 몽골, 중국, 시베리아, 네팔 등에 분포합니다.

뿌리의 색이 핏빛 같다 하여 피뿌리풀이라 불리는데
꽃말은 '슬픈 정열'이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황해도 이북, 백두산 등에서 자라며
남한에서는 오직 제주 동부의 몇 개 오름에서만 자랍니다.

몽골에서는 흔하디흔한 잡초라고 합니다.
제주에의 유입설은 삼별초군 정벌 이후
제주에는 탐라총관부가 설치되고 제주의 오름이
일본 정벌을 위한 군마를 기르고 방목하는 장소가 되면서
몽골의 말과 함께 들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제주 동쪽 몇몇 오름에는
오름 벌판을 붉게 물들일 정도로 많았다는데
지금은 무분별한 채취로 명맥 유지가 어려워
보전 대책이 절실하다고 합니다.

비단 피뿌리풀뿐만 아니라 어디에 있든 희귀성 식물은
생장조건이 까다로워 그곳이 아니면 자랄 수 없기에
널리 퍼지지 못하고 한정된 곳에서만 자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 개체를 욕심내어 옮겨 심으면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죽고 맙니다.

귀중한 식물자원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하는
무지의 슬픈 욕심을 깨우치고
부질없는 욕심이 하루빨리 없어져서
멸종위기의 식물이 더는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6. 5. 6 제주의 어느 오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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