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6)"..시인의 길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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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6)"..시인의 길을..(1)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6.12.12 0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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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입성기)쇠소깍-외돌개입구,서귀포는 예술의 도시

 

 

 스위스-제주올레의 우정의 길(올레6코스의 이 모습은 오후에 갔을 때는 사라지고 없었다)

     
 

제주올레 6코스의 주인공은 한라산이었다.

가는 길마다 만나는 한라산은 가까웠다 멀어졌다 하면서 올레길과 한번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바다에서도 오름에서도 한라산은 걷는 이와 항상 함께 했다.

하지만 이 길은 예술가의 길이고 시인의 길이다.

걷는 내내 서귀포에서는 시나 예술이 절로 탄생하겠다는 생각이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서귀포는 분명 예술가의 고향이다.

 

올레6코스 시작점인 쇠소깍에서부터 올레꾼과 눈을 맞춘 한라산은, 마지막 관문인 삼매봉 정상에서도 어머니의 포근한 품처럼 지친 몸을 안아주었다.

올레탐방 전날인 2016년 12월9일은 박근혜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탄핵시킨 역사적인 날이었다.
수준 낮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촛불이라는 축제같은 문화를 만들어냈고 준엄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9일) 저녁부터 시작된 기침과 오한은 밤새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10일(토요일)은 올레를 걷는 계획이었지만 며칠전부터 감기가 오는 것인지 몸이 불편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10일은 날씨까지 추워진다고 하여 새벽에 일어나기는 했으나 걱정이었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6코스 시작점에 가서 가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일단 차에 올랐다.

겨울옷을 잔뜩 껴 입고 08시35분 쇠소깍을 향해 출발했다.

 

 

날씨는 맑았고 비만 오지 않는다면 걸을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차는 돌아올 때에 대비하여 하효마을 안에 일단 세워놓기로 하고, 이곳에 도착한 시간은 9시30분경..

그곳에서 걸어서 가니.. 쇠소깍 출발점에는 10시쯤에 도착했다.
출발스템프을 찍고 옆을 보니, 스위스-제주올레 우정의 길이라는 표지가 서 있었다.

이 ‘우정의 길’은 제주올레가 2010년부터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 중 하나로 2014년에 안내판이 세워졌다고 한다.

"제주올레와 해외 도보여행 단체가 각 지역의 도보여행길 한 구간을 ‘우정의 길’로 명명한 뒤 코스 시작점에 상대 지역의 상징물과 소개글이 담긴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홍보 마케팅 활동을 함께 펼친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스위스 체르마트 호수길 초입에 제주올레의 길 표식인 ‘간세’(제주 조랑말을 본뜬 상징물)와 제주올레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졌으며, 제주올레 6코스 시작점인 쇠소깍에도 체르마트 호수길 안내판이 설치됐다.(출처: 서울신문)"

 

사진: 마테호른이 비치는 리펠체 호수 (사진출처=위키미디어)
 

 

제주올레 우정의 길인 스위스 체르마트 호수길 - 알프스의 동화길은..

스위스는 전역에 총 6만km에 이르는 다양한 걷기 여행 코스를 보유한 ‘걷기 여행의 천국’이다.

천혜의 경관을 뽐내는 알프스 산과 영롱한 호수, 세련된 도시, 아기자기한 마을을 거니는 다채로운 걷기 코스가 있다.


체르마트(독일어: Zermatt)는 스위스 발레 주에 위치한 도시로, 알프스 산맥 마터호른 산 기슭에 위치한 관광 명소이며 이탈리아 국경과 가까운 지점에 위치한다. 알프스 산맥 등산과 스키 리조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체르마트 5개 호숫길은 알프스 영봉 마테호른의 웅장한 모습을 바라보며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스위스적인 루트’다.

해발 2,517km에 위치한 블라우헤르드(Blauherd)에서 시작해 5개의 아름다운 호수를 지나 수네가(Sunnegga)까지 이르는 코스인데, 마터호른을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호수 리펠체(Riffelsee)는 걷기여행의 백미다.(안종국 해설)

 

 제지기오름

올레6코스도 우정의 길이라 기대가 됐다.
다행히 이날 시끄러운 가수들의 앰프소리는 사라져 없었다.


걷기에 나선 후 쇠소깍 전설과 효돈동 지명유래나 효돈감귤 등에 대해 쓴 돌로 만들어진 상징물을 사진에 담고 고요하기만 한 바다를 바라보며 걸었다.

자유롭게..마음을 편히 하여 하효항을 지나 한라산을 바라보며 바닷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니 몸은 다시 올레길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감기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아름다운 몽돌해안이 파괴된 모습

전에도 자주 사진을 찍으면서 자동차로는 많이 다녔던 길이지만 홀로 걷는 올레길에서의 조우는 늘 새로운 감회를 준다,

강식이(강시기)바위와 멀리서 보면 토끼처럼 보이는 암석(모자바위 또는 생이돌) 앞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6코스 초입의 이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그렇게 보목리로 가는 동안 바다는, 각종 암석들로 제주해안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섭섬이 보이는 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한라산이 더 가까이 보인다.

제지기오름이 보이는 해안을 따라 가는데..
지난 몇 년간 수도 없이 다녀갔던 보목리의 숨은 보물, 동글동글한 몽돌이 가득한 자연미를 자랑하는 몽돌해안에 굴삭기가 들어가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안도로를 내려고 했지만 그동안 주민들의 반대로 내지 못하던 길에 드디어 도로가  생기는 모양이다.
한동안 못보던 사이에 충격적인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몽돌은 이미 부서져 길로 만들어지고 있었고 선인장군락지만 아슬아슬하게 남아 이 변화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은 제주해안에는 보기 드물게 선인장군락지가 있어 문화재로 보호하도록 요청했던 곳이다.
더욱이 몽돌해안은 제주에서 드물어 찾아보기 힘든 그런 바다정경이다.
하지만 그 요청은 묵살됐다.

이곳에 해안도로를 만들겠다는 뜻은 이 지역 이장 등이 추진하는 일이다.

 

몇 달 전 한번 만날 수 있는 기회에 해안도로 개설에 반대의 뜻을 전한 바 있으나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마을의 발전을 위해 해안도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개발에 마음이 꽂히면 환경이고 아름다움이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법.

아마 제주시민의 낭만이었던 탑동이 사라져 버려 수십년이 지나 많이 아쉬워하듯, 아마 이곳도 수십년 후에는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느냐고 비난받을 게 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말 화가 나고 답답한 현장이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 중 누가 그 길이 좁다고 불평이나 한다는 말인가.

그 길이 좁다면 다른 곳으로 다른 길을 내면 될 일을..
굳이 해안을 파괴하는 이같은 반 환경적인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런 게 늘 궁금하다.

 보목리마을앞 섭섬

 

 제지기오름 정상에서 본 마을과 서귀포 앞바다

 

아쉬운 마음을 애써 참으며 제지기오름을 향했다.

제지기오름은 표고 94.8m, 산책로는 2개소, 계단이 1115계단이 있다고 소개돼 있다.


제지기오름은 절오름이나 절지기오름이라고 불리우는데 이곳 남쪽 중턱의 굴이 있는 곳에 절과 절을 지키는 사람인 절지기가 있어 절오름 절지기오름으로 불리우다가 와전되어 제재기오름으로불리웠다는 설이 있다고 설명돼 있었다.


옛지도에는 저즉지 저즉악으로 표기돼 있다고 한다,


오르는 길이 편안했고 한라산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제지기오름 정상에는 운동기구가 있어 좀 의아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구름모자 쓴 한라산이 예뻤다.

정상에서는 한적하기만 한 자리돔으로 유명한 보목리마을 또한 한눈에 들어온다.

제지기오름에서는 서귀포의 섭섬, 문섬, 범섬 등 세 개의 섬을 모두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멀리 산방산까지도 조망되는 곳..

이것 저곳을 다니며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

 

천천히..제지기오름을 내려오자 그동안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몽돌해안 파괴현장을 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보목지구 재해위험 개선지구 정비공사라는 공사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보목리에는 자리물회라는 한기팔 시인의 시비가 서 있다

그 공사판 바로 옆 보목항 입구에는 한기팔 시인의 자리물회 라는 시비가 서 있었다.

1937년 보목리에서 태어난 그는 1975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다면, 지금 이 몽돌해안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무엇이라 일갈할 것인가가 궁금하다.

서운한 마음을 뒤로 하고 보목리마을을 지나자 또 다른 바다올레길이 이어진다.

거북이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구두미포구..송산동으로 들어섰다.

 소천지

 

 작은 외돌개

다음 코스는 소천지..
소천지로 가는 길은 정글숲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올레길도 한 숙소가 막아놓은 난간설치로 좁은 길만 허용하고 있었다.

답답한 올레길을 따라 가다보니 곧 숨어있는 비경인 소천지가 나타났다.

멀리 섬들과 함께 바라다 보이는 그 광경이 너무 작품적이다.

그곳에는 또 하나의 외돌개가 서 있어서 반가웠다.

홀로 우뚝 솟은 기암괴석은 여간해서는 만나기가 힘들다.

또 하나의 작은외돌개가 아닐까..

소천지 사진을 멀리서 찍고 해송이 늘어선 길을 따라가는데..운동을 하는 한 청년과 만났다.
이곳이 어디쯤인가를 물으니 ‘쇠소깍과 외돌개의 중간 정도 왔다’고 전해준다.

 

 

이어 바로 8km가 남았다는 표지가 나타났다.
겨우 5km를 걸어 온 것이다.

바닷길을 따라 걷는데 검은여지대라는 곳이 나타났다.
검은여가 있는 곳을 찾아 보았다.
이 검은여는 지금 해군기지가 만들어진 구럼비바위 지대와 비슷했다.

크기는 구럼비가 훨씬 크겠지만 검은여도 그에 못지 않았다.

나는 구럼비바위에서 해군과 끝까지 싸우겠다며 울분을 토하던..
구럼비바위에 작은 텐트 하나를 치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그곳을 지키겠다고 나섰던 강정마을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검은여에 앉아 잠시 그 생각을 떠올렸다.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헛되이 지금 해군기지는 만들어지고 말았다.

그곳을 나오자 다음은 시내로 들어서는 길.

서귀포 칼호텔 입구로 들어가 소정방폭포를 찾아가는 길이다.

옛날 파라디이스호텔 옆길을 따라 바다쪽으로 향하는 옛길이 나왔다.

아래쪽으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가자 개울이 흐르는 길이 나타났고 이곳에 작가의 산책길이라는 표지가 서 있었다.

소정방폭포를 찾아 내려가는데 그 앞바다에 무슨 항공모함이 바다를 향해 떠나듯 웅장하기만 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옛날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내려다 보면 하연 포말을 쏟아내며 부딪치던 그 바위들도 함께 보였다.
주상절리가 바다를 향해 펼쳐지고 있었다.

 

폭포는 쉴새없이 하얀색 폭포수를 떨어뜨리고..
한동안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

그곳을 올라오자 올레사무실이 있는 유리의 성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건축가인 김수근이 설계했다는 유리의 성은 수십년전에는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에서 가끔 데이트를 하며 커피도 마시러 다니고 했던 기억이 난다.

유리의 성 그 조그만 룸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추억..

한번 들러보고 싶었으나 내부공사를 하는 듯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이곳은 중간스탬프지역인데 스탬프는 정방폭포에 있으니 그곳에서 찍으라고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한라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이곳에서도 구름모자를 쓴 한라산은 여전히 모자를 벗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곳 작가의 산책길이라고 쓰여진 정자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커피와 간식과..
편안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2부에서 계속)

(사진이 많아 2번에 나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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