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8)"..'인연의 길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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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8)"..'인연의 길을..(2)"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1.02 0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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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입성기)월평마을-대평포구,가는 곳마다 펼쳐진 자연의 경이

 

(1번에서 계속)

 

그곳을 나와 왼쪽 예래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웃기는 일도 있었다.

편의점을 찾아 바쁘게 계속 걷고 있는 내 눈에 저 쪽으로 편의점 하나가 보인 것이다.

‘드디어 있네’ 하고 열심히 그쪽으로 걸어가는데.. 막상 그 앞에 가 보니 아직 개점하지 않은 개점을 준비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실망스럽게 다시 계속 걷는데 드넓게 펼쳐진 억새밭이 눈길을 끌었지만 게이지가 아까워 사진 한장 찍을 수가 없었다.

계속 걷고 또 걷고 지루하기만 한 길을 정말 원 없이 걸었다.

잠시 쉬고도 싶었지만 마땅히 앉아 쉴 곳도 없어 하염없이 걸었다.

그 엄청난 억새밭길을 따라 가다보니 왼쪽으로 난 길이 나왔다.

그곳으로 들어서자 마자 공원이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작은 건물도 하나 있었는데 마을주민들이 목욕을 하는 곳인 듯 거울이 비치돼 있고  물이 계속 흘러나오는 곳이었다.

 
대왕수천 에래생태공원 입구..

이곳 공원 의자에 앉아 과자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잠시 여유를 부리고 다시 걷는데 앞쪽에서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하얀 개 2마리를 끌고 올라 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인연이 있나..가까이 와서 보니 학교다닐 때 반장이었다.

그런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내심 반가웠지만 갈 길이 바쁜 나는 잠시 인사만 나누고 지나쳤다.

 

충전도 해야 하고..밥도 먹어야 하고..갈 길이 바쁘니 어쩔 수가 없었다.

길은 아까 보았던 작은 물이 계속 흘러 작은 개울과 큰 개울을 계속 만들며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이제 큰 연못이 되어  호수로 만들어진 곳이 나타났다.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아뿔사 밧데리가 다 됐다.

이제 카메라를 사용할 수가 없다.
찍어둘 만한 곳이 참 많았는데..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먼데 빨리 충전을 시키는 일이 급했다.

 

그곳을 내려오다 보니 버자야 그룹이 짓다 만 예래동휴양단지가 나타났다.

다행스럽게도 그곳은 문이 모두 닫힌 상태여서 얼마전 모습과는 달리 공사의 흔적이 없었다.

텅 비어버린 휴양단지.

출입구도 막고 있었고 안을 보니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논짓물이라고 쓰여진 곳에 도착하니 화장실과 붙어있는 매점이라는 글씨가 보여 그곳에 뭔가가 있을 것 같아 무조건 들어갔다.

 

일단 전화기 충전부터 맡기고 오직 라면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라면을 하나 끓여달라고 했다.

오뎅도 두 개나 먹고..
라면을 끓이고 먹는 그 시간이 충전시간이다.

라면밖에 팔지 않는 그곳에서 28% 정도를 충전시킬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대평포구까지는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매점 아줌마 말로는 "이곳은 열리라고도 하고 하예동이라며 예래동에 속한다"고 한다.

"예래동은 상예동과 하예동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얘기.
"논짓물은 여름철에 피서를 즐기는 곳"이라고도 했다.

예래동은 고려 1300년(충렬왕 26)에 ‘예래현(猊來縣)’으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고려 1374년(우왕 원년) 최영 장군이 목호의 난을 진압하면서 예래동을 ‘연래(延來)’ 지경으로 지칭했다고 하며 민간에서는 주로 ‘열리’라고 한다는 내용이 문헌에 있었다.

지난 2002년 6월 28일 ‘한국반딧불이보호학회’에서 3년간 생태조사를 한 결과, 예래천 일대에 반딧불이가 다수 서식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여, 예래천을 전국 제1호 ‘반딧불이 보호지역’로 지정했으며, 2003년에는 농림부로부터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처음 지정됐다(네이버 지식백과).

다시 길을 나서니 바닷가에 붉은 색 푸른 색 의자가 놓여 있었다.
올레꾼을 위한 의자였다.

 

그 앞쪽에는 보기에도 특이한 돌담이 이어졌다.
다시 보이기 사작한 기암괴석의 바닷길이 또 나타났다.

정말 8코스는 자연이 가져다 준 경이로운 모습이 참 많은 곳이었다.

가다 보니 이번에는 또 빨강색과 노랑색 의자가 놓여있었다.

바다에는 또 한번 작은 주상절리가 나타나 경이로움을 더 했다.

이제 2km가 남았다는 표시가 보였다.
동난드르에 도착한 것이다.
그곳에는 작은 포구가 있었는데 17km 지점까지 왔다는 표시가 또하나 붙어  있었다.

대평리를 부르는  용왕난드르마을이라는  명칭은 ‘용왕’과 ‘난드르’가 용어가 결합된 것이다.

‘난드르’란 넓은 들판을 의미하는 말로 대평리(大坪里)의 과거 명칭이다.

‘용왕난드르’는 용왕의 아들이 살았던 넓은 들판을 의미한다.(네이버지식백과)

 

 

멀리 보였던 대평포구의 그 유명한 박수기정(박수와 기정의 합성어로, 바가지로 마실 샘물(박수)이 솟는 절벽(기정)이라는 뜻)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 몸 상태였다.

대평포구  그 절벽이 보이는 곳에서 모녀인 듯한 사람과 아이 하나가 걷고 있었는데 인사를 하니 "바닷물이 지금 다 빠진 건지 들은 건 지.."를 물어 왔다.

"지금은 빠진 상태"라고 하니 "물이 들어오면 어디까지 들어오느냐"고 묻는다.

"돌색깔이 다른 곳까지 들어올 것"이라고 하며 "지금 가면 보말을 잡을텐데..."라고 말하니 "보말이 무엇이냐"고 또 묻는다.

바다에도 제주에도 처음 온 듯..그 아주머니는 "제주에 오니 날 것 같다"며 행복해 했다.

그때 마침 해녀 한분이 올라오자 "그게 뭐냐"고 물을 때 나는 종점을 향해 다시 걸었다.

화장실이 급했기 때문이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서 한참을 가도 화장실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참을만 하니 빨리 가면 될 듯 했다.

걷고 또 걷고 종착점이 보이는 포구 저쪽에 화장실이 보였다.

일단 화장실부터 달려갔다.

문이 안 닫혀 있기가 천만다행이었다.

얼마전 우리 기자가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올레길 화장실 문이 다 잠겨 일을 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기 때문이었다.

 
   

일을 마치고 8코스 종착점에 도착한 시간은 17시였다.

다음 주에 와야 할 9코스 시작점이기도 한 그곳에 서니 힘든 여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올레는 걷기 시작하면 걷게 되고 힘든 과정을 다 거치면 괜히 기분이 좋은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이제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가야 한다.

버스를 타는 곳까지 또 걸어야 했다.
예전에는 이곳에 친구인 지걸씨가 살았는데..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소식이 없다.

지걸이란 이름은 땅에서 얻어먹고 산다고 붙인 이름이다.

이날 만났다면 참 반가울뻔 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도 한참 후에 버스가 나타났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 주민이 오더니 "버스가 오지 않았느냐"며 "오늘은 토요일이라 조금 늦게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월평으로 가려면 입구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버스기사는 월평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당초 계획대로 중문고에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야 할 것 같았다.

중문고가 가까워오자 차에 타고 있는 이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아줌마에게 물으니 "5번 버스를 타고 가면된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가 곧 5번 버스가 나타났다.

 
   

월평알동네에 내린 시간은 18시8분이었다.

날은 벌써 어두워지고 송이슈퍼에는 불이 훤히 켜져 있었다.

8코스 출발점으로 가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제주시로 향했다.

 

이란으로 가기전 터키에서 이질에 걸려 거의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는 다시 여행을 시작하면서 했던 말이 있다.

“..자 이제 분발해서 이 비상식적인 도보여행이 내게 가져다 줄 행복만을 찾아볼 수 있도록 현재 나를 짓누르는 이 어려움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


작년에 터키에서는 마법같은 순간을 보냈다.
이 부서지기 쉬운 순간은 나와 세상 사이에 화합이 자리잡는 시간으로, 사람들은 그 시간을 연장할 수 없는 걸 아쉬워한다.


슬픔이 다시 찾아오는 때에 떠올리게 되는 기분 좋은 순간들은 찌르레기의 비행처럼 덧없고 강렬한 순간이며, 우리 인간의 부조리한 삶에서 훔쳐낸 순간이기도 하다.


바로 이 행복을 찾아서 나는 떠난 것이고, 2000년 이상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 실크로드는 그러한 기쁨을 불러일으키는 데 적합한 곳으로 보였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실크로드를 끝까지 횡단하거나, 적어도 갈 수 있는 곳 까지는 가고싶다.
난 지금 예순 둘인 데다가 계속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에 여행을 마칠 때까지 건강이 허락할 지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타고난 낙천주의자다.이는 내가 기자생활을 하는 기반이 됐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내가 입수한 정보는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중략)..

나는 알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시작 단계의 여정을 마칠 때까지 나를 끝까지 이끌고 가야 할 욕망과 함께 고독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올레8코스는 극단의 오름과 극단의 내림이 교차하며 나타나는 구간이었다.

길다고 걷지 않을 수 없는 길.

일단 올레길에만 서면 자동적으로 걷기 시작하는 몸.

오늘은 목욕을 하고 고기를 잔뜩 사서 고급지게 먹고 싶은 날이었다.

내 몸이 그걸 원했다.


길지만 지루함 보다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8코스는 걷기코스의 압권이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코스는 9코스다.

이 코스도 예전에 한번 걸었지만 절대로 만만치가 않은 길이었다.

이곳 9코스에서는 또 무엇이 나타날 것인가.

 

 

 

 

 

 

 

 

 제주올레 8코스

 

제주올레 홈페이지

 

 패스포트 스탬프 확인 장소

시작 : 월평 아왜낭목 쉼터
중간 : 주상절리 관광안내소
종점 : 대평포구

난이도
난이도 - 중

거리(시간) - A코스 19.2km (5~6시간) , B코스 18.2km (5~6시간)

중문색달해변의 모래사장은 걷기에 편하지 않다. 논짓물부터 대평포구까지는 유모차도 갈 수 있는 평탄한 길이다.

바당올레 코스. 바다에 밀려 내려온 용암이 굳으면서 절경을 빚은 주상절리와 흐드러진 억새가 일품인 열리 해안길을 지난다. 해녀들만 다니던 거친 바윗길을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평평하게 고른 ‘해병대길’을 지나는 맛도 그만이다. 해병대길은 현재 낙석위험으로 인해 우회중이다.

우회하는 구간은 하얏트호텔부터 해병대길을 포함 논짓물까지 2km 가량. 우회로는 자연생태마을 예래동을 지나며 총 길이는 6.3km이다.

종점인 대평리는 자연과 어우러진 여유로움이 가득한 작은 마을. 안덕계곡 끝자락에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드르)이라 하여 ‘난드르’라고 불리는 마을이다. 마을을 품고 있는 군산의 풍경 또한 아름답다.

 

제주올레 휠체어 구간


논짓물~대평해녀공연장 (3.3km, 난이도:상)
시작점주소: 서귀포시 하예동 532-3

용천수가 나오는 논짓물에 시작하여 아름다운 열리해안길을 지나 용왕난드르에 이르는 바당올레. 경사가 심하다. 시작점 논짓물의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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