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나도 갈수 있다"..(9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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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나도 갈수 있다"..(9차)
  • 깁병억
  • 승인 2017.01.02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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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종주기 09차 향적을 두고 가는 안개비의 길

 

09차 향적을 두고 가는 안개비의 길

1. 개요

일시 : 2016년 11월 19일 토 (흐리고 안개비)
산행코스 :신풍령휴게소) 빼재-대봉-지봉-싸리등재-백암봉-동엽령-병곡리-병기설마을(약 17.8Km : 평균소요시간 약 7시간 20분)

 

 

이번 길은 전북 무주군 무풍면 빼재에서 시작해 경남 거창군 병곡리로 내려오는 남진길이다. 날씨가 좋았다면 우측으로 향적봉을 바라보며 덕유의 높고 광활한 진면모를 만끽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이번 산행은 오후 내내 안개비가 시야를 가려 경치구경은 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길은 덕유의 정상을 지나며 떠나가는 길이다. 그런데 안개비가 너무 짙어 그 모습을 보지도 못했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많았기에 그 마음을 담아 ‘형적을 두고 가는 안개비의 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2. 길 따라 가다보면

아침 7시 양재역에 도착해 보니 관광버스들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보다는 적었지만 그래도 평소에 비해면 많은 편이었다.

버스에 올라 짐을 정리하고 출발~. 날씨가 흐려 걱정이 됐지만 일기예보상에는 오후에 개인다고 해서 안심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홍 대장님이 금방 만들어서 아직도 뜨거운 시루떡을 대원들에게 나눠주신다. 이번엔 또 누가?

알고보니 지난 번 산신제때 우수 회원상을 받은 조현순님과 롱다리님이 감사의 뜻을 떡을 준비하셨단다. ㅋ~ 고마우면서도 매번 받기만 하니 미안한 마음도 든다^^ 김밥으로 아침을 먹다 따끈한 떡으로 다시 배를 체운다.

 

목적지인 빼재에 도착하니 시간은 10시 20분이 됐다. 날씨는 비가 그쳤지만 여전히 흐린 상태, 이때만 해도 곧 해가 뜨겠구나 희망을 갖고 있었다^^.

초입 넓은 길이 있었는데 그 오른쪽 샛길로 접어들어 언덕을 올랐다. 좁은 길이 계속 이어지면 얼마 지나니 송전탑이 나온다.

그 아래를 지나 계속 전진~, 선두를 따라 가다보니 좀 벅차다. 오늘은 발검음이 제법 무거웠다. 열흘정도 계속 일이 많고 약속이 많고..

 

쉬지를 못했더니 컨디션이 별로라는 신호. 그래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기다리다보니 백마형님과 금천도랑님이 나타난다. 중간팀의 단골 맴버들이다~ 반가움에 사진촬영~ 찰칵.

금천도랑님은 추석때 벌초하다 손가락을 다쳐 세 번을 쉬었다가 오래간만에 다시 우리와 함께 해 더욱 반가웠다.

그런데 두달 정도 산행을 쉬었더니 이번 대간길이 조금 벅찼나 보다. 허벅지에 쥐가 날 것 같아 여러 번 멈추며 힘들어 하신다.

 

이때 백전노장(?)인 백마형님의 경험이 또 도움이 됐다. 형님은 “쥐가 날 것 같은 데를 눈물이 핑 돌도록 아프게 꽉꽉 눌러주면 풀린다”며 금천도랑님을 땅에 앉으라 하고는 아픈 다리를 사정없이 눌러 응급처치를 해 주셨다. 그 후에는 걷기가 많이 편해졌다고 하니 역시 경험자의 지혜가 감탄스러울 뿐이다.

1시간 정도 대간길을 올라가니 흐렸던 하늘에서 반가운 햇살이 반짝 하고 얼굴을 드러냈다. “아~ 이제 날씨가 맑아지겠구나” 했는데 아쉽게도 이 햇살은 오래가지 못했다.

길을 가다 보면 간간이 나오는 표지판과 어느 봉우리에 도착했다는 표지석들만 우리가 지나온 길을 알려줬다. 갈미봉에 도착하기 전에 빼봉이 있다는데 언제 지나쳤는지 모르게 지나치고 말았다.

 

그리고 해발 1210미터의 갈미봉에 도착하기에 앞서 계절을 잊고 활짝 핀 진달래를 만났다. 반갑기도 했지만 철부지를 보는 안타까움도 함께~^^. 잠시 후 11시 45분에 갈미봉 정상에 올랐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20여분이 걸린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흐리긴 했지만 잠시 잠시 구름이 겉히면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오후 1시까지는 햇살이 비쳤다가 구름이 몰렸다가를 반복하는 날씨가 이어졌다.

1시쯤 되니 허기가 느껴져서 식사를 하자고 한마디 하고는 우리보다 조금 앞서가던 명조님에게 무전을 날렸다. 그러자 명조님이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계셨다.

 
 

그런데 그 자리에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을 피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조금 더 전진해서 못봉 바로 밑에서 자리를 잡기로 했다. 가보니 선두팀의 일부가 식사를 막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늘 우리 중간팀에서 걷던 현순님이 이번에 앞쪽에 합류해 계셨다. 지난 번에는 컨디션이 안좋아 고생을 했는데 이번엔 몸이 많이 가벼워지신 듯~^^ 그렇게 선두팀을 보내놓고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했다.

함께 식사를 한 멤버는 모두 5명. 나와 백마님, 금천도랑님, 맥가이버님, 명조님. 준비해온 도시락을 나눠먹는데 이 대장님이 명조님에게 떠넘긴(?) 김밥뭉치가 우리를 괴롭혔다(?) ㅎㅎ. 너무 많아서 의무적으로 몇 개씩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결국 할당량을 모두 채워서야 바닥이 드러났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잔씩 타서 마시고 출발하니 곧 해발 1343미터의 못봉 정상에 도착한다. 시간은 오후 2시 5분. 식사를 할 때부터 안개가 짙어지더니 못봉 정상에 도착하니 사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변해있었다.

어느새 시야는 50미터 앞이 간신히 보이는 정도로 좁아져버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 사람의 등만 바라보며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간길은 길기도 했지만 1200에서 1400에 달하는 고도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길이 반복되서 많이 힘들었다. 오래간 만에 산행에 나선 금천도랑님은 오른쪽 허벅지에 계속 무리가 오면서 더 많이 힘들어하셨다.

 

 

못봉을 지나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갔다 하는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눈 앞은 안개로 희미하고 길은 낙엽에 가려 미끄럽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길은 미끄럽고 힘들어진다.

그래도 간간이 나타나는 멋진 고사목과 땅바닥을 가득 메운 탐스런 도토리들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 대간길에는 도토리가 참 많다. 알도 크고 굵고 예쁘게 생겼다.

산짐승들이 지천에 깔린 도토리들에게 관심도 주지 않는 듯 하다. 여유만 있다면 한 가마니는 주워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널려있다.

 
 

못봉을 지나 1시간 50분을 더 전진해 3시55분에 오늘의 최저상인 해발 1503미터의 백암봉에 도착했다. 백암봉 정상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맑았다면 이곳에서 향적봉을 가까이 바라볼 수 있었겠지만 오늘은 그런 행운이 주어지지 않았다. 아쉬움을 남기도 하산을 서둘렀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기 때문이다.

후미팀들은 이번길이 너무 길고 힘들어서 중간에서 탈출해 우리보다 앞서 도착할 것 같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다시 셋으로 나뉘어졌다.

명조님은 우리를 앞서 가셨고 맥가이버 대장님은 후미에 남은 두 분을 가이드 하기 위해 뒤로 처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3인 1조가 되어 있었다.

 

 

백암봉을 내려서닌 나무계단길이 나타났다. 뒤로는 안개가 자욱하고 우리는 신선의 세계에 들어섰다며 나무 계단을 배경삼아 멋진 폼을 잡아봤다. ^^ 그리고는 이제부터 힘겨운 하산이 시작됐다.

백암봉에서 동엽령까지는 내리막길로 그리 힘들지 않았다. 백암봉에서 한시간 정도 내려와 4시50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이곳에는 복병이 숨어있었으니 바로 동엽령에서 병곡리로 내려가는 하산실이 었다.

이 길은 가파를 뿐만 아니라 조릿대가 무성하고 길을 가로막아 자칫 잘못했다가는 오른쪽으로 미끄러져 떨어지기 딱 좋았다. 이런 길이 장장 한시간 정도 길게 이어져 대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그동안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잘 걸어왔던 백마형님이 잠시 주의를 놓쳤다가 오른쪽 길로 미끄러져서 우당탕~! ㅎㅎ 한 건 하신거다. 나도 이번 길에 여러 번 돌에 미끄러지고 낙엽에 미끄러지고 가장 많이 넘어졌던 것 같다. ^^

1시간 정도 내려가도 보니 5시가 넘어 해가 지니 캄캄해 앞이 보이지 않게 됐다. 그런데 후미에 남아있는 대원들이 걱정이 돼 백마님과 금천도랑님이 더 가지 말고 기다렸다가 함께 가지고 하셨다.

후미에는 여성대원이 있을 것이 걱정됐던 거다. 지난 7회차 때 삿갓봉에서 밤늦게 내려오며 고생한 생각을 해서 이번에는 기다렸다가 함께 가자고한 것이다.

 
 

여기전기 전화를 해봤는데 처음에는 신호가 안 잡혀서 통화가 안됐다가 조금 더 내려가니 통화가 됐다. 그렇게 해서 무전으로 우리가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는 데 어디선가 사람들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머물며 기다리고 있는 동안 후미팀이 뒤 따라 온 것이다. 너무 반가워 소리를 쳤다.

이렇게 후미팀과 합류한 우리 일행은 헤드랜턴을 켜고 다시 조심조심 길을 내려갔다. 9번의 대간길에서 나는 처음으로 깜깜한 산길을 걷는다. 하산길은 꽤 길고 험했다. 1시간정도 후에는 발 아래 오른쪽으로 계곡이 흐르고 경치가 멋있는 곳이라는데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깜깜한 길을 다시 한시간 정도 걸었다. 길은 좀고 낙엽과 돌들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하며 걷다가 또다시 미끄러져서 뒹굴고...

작은 계곡을 지나고 다리를 지나 마침내 목적지이 도착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랜턴불빛이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후미팀의 이 대장님이 일행이 걱정되어 마중나온 것이다.

다시 가슴이 뭉클해지고... 식당에 도착해보니 앞서 도착한 일행들이 맛있는 송어회와 오리요리를 먹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늘의 힘든 산행으로 쌓였던 모든 피로가 싹 달아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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