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나도 갈수 있다.."(10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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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나도 갈수 있다.."(10차)
  • 김병억
  • 승인 2017.01.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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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종주기) 10차 ‘산과 산의 바다로 가는 대덕의 길’

 

(백두대간종주기)10차 ‘산과 산의 바다로 가는 대덕의 길’

1. 개요

일시 : 2016년 12월 3일 토
산행코스 : (신풍령휴게소) 빼재 - 삼봉산 - 소사재 - 삼도봉 - 대덕산 - 덕산재 (도상거리 약 15km) (평균소요시간 약 7시간 20분)

 

 
   

지난 9회차는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고 안개비가 오는 바람에 덕유산의 정상 향적봉을 눈앞에 두고도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어찌나 쾌청하던지 산행 내내 저 멀리 웅장히 서 있는 향적봉을 보고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앞뒤, 좌우로 늘어선 1000미터 이상의 고봉들이 마치 산으로 이뤄진 바다를 건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그 바다를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내리며 그 한가운데를 통과해 목적지인 대덕산으로 간다는 느낌이 들어 이번 종주길의 이름을 ‘산과 산의 바다로 가는 대덕의 길’로 정했다.

 

 

2. 길 따라 가다보면


겨울이 깊어지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양재역은 아직도 어둠이 자리를 차지하고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을 행락철이 지나자 광광버스도 많이 줄어들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찾아 올라간다. 반가운 얼굴들이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반긴다. 이렇게 또 열 번째 백두대간 종주가 시작된다.

이번에도 올리브님이 대원들의 아침을 위해 따스하고 맛난 백설기를 준비해 주셨다. “매번 이렇게 받아먹기만 해서 미안한데 어쩌나..” 잠시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나도 언젠가 맛난 떡을 나눠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버스가 출발하고 한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니 태양이 환하게 창을 비춘다. 오늘은 날씨가 맑겠구나 생각하니 한결 기대가 된다. 우리가 대간길을 시작할 00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고갯마루 저 멀리 보이는 산들이 구름을 머리에 얹고서 겹겹이 둘러서 있는 모습이 동양화를 보는 듯 감탄스럽다. 정말 오래간 만에 이렇게 맑고 깨끗한 하늘과 산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대원들도 표정이 밝다. 지난 번 안개비로 힘겨운 산행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늘은 그날의 아쉬움을 보상이나 하듯 너무 맑고 파릇했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대간길에 들어섰다.

이번 길은 나무계단으로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는 길이었다.

 

이번 산행은 56회의 산행 중에서 열손가락에 들 정도로 어렵다고 했다. 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1250미터 삼봉산산 정상을 오른 후에 다시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또 1290미터 대덕산 정상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1500미터 정상에 오르더라도 비슷한 높이의 산들을 거쳐서 갔기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이니 두배로 힘이 들것 같았다. 그리고 내게는 이런 고비가 처음 있는 일이어서 걱정도 됐다.

우리 일행은 10시15분에 계단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30여분을 헐떡이며 치고 올라가니 어느새 고지의 중간쯤 오른 것 같다.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돌아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장관이 펼져진다.

 

첫 산행 때 지리산의 천왕봉을 바라봤을 때의 감동이 다시 밀려왔다. 우리가 가는 길 왼쪽으로 지난 번에 보지 못했던 향적봉이 보이고 사방이 산과 산으로 이뤄진 바다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번에 중간팀 멤버는 맥가이버님, 백마님, 현순님, 금천도랑님, 금선어님, 해미랑님, 나 이렇게 7명이었다. 대원들은 저마다 탄성을 지르며 눈을 떼지 못했다.

가슴이 뻥 뚤리고 심장이 상쾌하게 씼겨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모두 힘이 솟아나는 듯 하다. 20여분을 더 올라가니 마침 나무 뒤편 바위가 나온다. 그 바위 위로 올라서니 광활한 산과 산의 어울림이 장관을 이룬다. 이렇게 말로 하는 것 보다는 사진으로 보는 것이, 그리고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더 감동적이리라...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난 11시45분에 오늘의 첫 봉우리 삼봉산 정상에 올랐다. 해발 1255미터. 이곳은 사과가 유명한 지 돌로 만든 표지석은 사과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져 특이한 느낌을 줬다.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출발. 20여분 정도 내려가다 보니 사진을 찍기 좋은 명당이 나타난다. 명조님이 나를 불러 사진을 부탁했다. 그리고 뒤 이어 현순님과 내가 차례대로 기념촬영~ 사진은 역시나 멋지게 나왔다.

그런데 바로 아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높지는 않았지만 내려가기 꽤 까다로운 바위가 나타난 것이다. 밧줄을 잡고 내려갈 수 있었지만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여성 대원들은 꽤 고생을 했다.

 

 

그런데 암벽등반을 즐겼다는 선주님은 “이 정도야”하면서 가볍게 내려가신다. ㅋ~^^. 나도 이정도야 하고 쉽게 생각하고 내려가다가 왼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바위에 부딪치고 ㅎㅎ...

내려가는 길은 정말 가파르고 돌들이 많아 힘들었다. 조심조심하며 허벅지가 뻐근할 정도로 30여분을 더 내려가다 보니 이번에 선발대를 맡았던 이 대장님이 자리를 잡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아니 무슨 일? 했더니 선두팀들이 이 대장을 버려두고(?) 먼저 하산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 서운해진 이 대장님이 우리와 함께 식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ㅎㅎ.

자리는 명당이었다. 넓직한 바위가 있어서 그 바위를 식탁 삼아 밥과 반찬을 늘어놓고 보니 꽤 그럴듯한 자리가 됐다. 모두 앉을 수는 없어서 나중에 합류한 후미팀은 따로 자리를 잡았다.

 

 

이날은 선두와 중간 후미가 모두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 그리고 명조님의 라면과 이 대장님의 누룽지, 그리고 홍 대장님의 떡국까지~ 허기진 대원들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모두가 이번에 후미팀을 맡으신 홍대장님의 떡국을 처음 먹어본다며 계속 후미를 맡아달라고 아우성~~^^ 여우비님은 5년 만에 홍 대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게됐다며 감동하시고~~ㅎㅎ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하산. 밥을 먹으며 잠시 쉬었더니 걷기가 조금 편해진 느낌이 들었다. 다시 30여분을 내려가 임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찻길을 가로 지르는 생태다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새로 만든 듯 아직 나무와 풀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채로 있었다. 찻길로 끊어진 길을 이렇게 이어주는 것은 동물들에게나 우리 같은 대간꾼들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덕분이겠지~^^

이곳에서부터 대덕산 입구까지는 평지와 밭을 지나는 길이었다. 좀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나는 평화롭고 한적하고 풍요로운 느낌이 들어 좋았다.

이렇게 편안하게 30여분 정도 술렁술렁 가다 보니 어느 농가 앞에 도착했다. 거기엔 이 농가의 주인이 만들었을 듯한 ‘대덕산’ 푯말이 화살표와 함께 붙어있다.

아마도 많은 등산객들이 주인에게 길을 물으니 귀찮아서 만들어놨을 수도 있고 딱해서 만들어놨을 수도 있고... 이유야 어떻든 고마운 일이다. 이 농가를 돌아서 다시 길을 걷는다.

 

 

이번 산행에서 함께 한 금선어님의 닉네임이 궁금해서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군에 있을 때 이외수의 ‘황금비늘’이라는 소솔을 봤는데 흥미있게 봤다며 거기에 등장하는 신선들의 세계에서 사는 물고기가 금선어라는 것이다. 왠지 고고한 선비 같은 느낌을 주는 금선어님과 잘 어울리는 닉네임이란 생각이 들었다. ^^

지난번에는 금천도랑님이 허벅지 경련으로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는 현순님이 장염으로 완전 탈진한 상태여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중간에 명조님이 특별히 제조한 ‘마약(?)’을 나눠져서 먹기는 했지만 영 힘들어 하셨다.

 

 

해미랑님도 오늘은 멀미에 속이 안 좋다며 고생을 하셨는데 점심때 밥과 막걸리 한잔을 하시더니만 다 나았다며 명조님과 함께 횡하고 앞서 가버렸다. ㅎㅎ 왠지 모를 배신감(?)~.

현순님은 많이 힘든지 여러번 “먼저 가세요, 저는 천천히 가다가 후미팀과 함께 갈게요~”하고 말했지만 상남자 백마님은 “조금 쉬었다 같이 가요~. 뒤로 쳐지면 더 힘들어요”하고는 억지로 현순님을 일으켜세우곤 했다. 그리고 “배낭을 나한테 줘요. 내가 메고 갈테니~”라고 했지만 현순님은 “아무 것도 없어 가벼워요”하면서 밀당 신경전(?)을 벌였다. ㅎㅎ

 

 

그러나 대덕산 중턱쯤에선 도저히 안되겠던지 쉬려고 내려놓은 현순님의 배낭을 백마형님이 잽싸게 집어들고는 끈을 늘려 등 뒤로 둘러멨다. 현순님은 안 된다고 말렸지만 이번엔 어쩔수 없는 듯~^^ 60대 백마님은 50대들도 하지 못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신다. ㅋ~ 이때가 2시 55분. 앞으로도 갈 길은 멀었다~~.

가볍게 배낭 두 개를 짊어진 백마님이 앞장을 서고 우리는 다시 힘을 내서 길을 오른다. 대덕산까지는 쉽지 않았다. 한번 고지를 올랐다가 내려왔으니 힘은 다 빠져있는 상태... 이제부터는 젖먹던 힘으로 가는 것 같다. 나도 난생처음 두 번의 고지를 넘다보니 걷기가 꽤 힘이 들었다.

 

다시 15분 정도 산을 올라가니 왠 무덤자리가 나타난다. 봉분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았는데 그곳만 잔디가 깔려 있어 무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무 힘이 들었는지 현순님이 그 위에 벌렁 누워버렸다. ^^ 잠시 꿀맛같은 휴식을 즐기도록 모두 걸음을 멈추고 기다렸다.

그러자 잠시 후에 후미팀 누구도님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홍 대장님이 후미팀을 이끌다보다 속도가 매우 빨랐다. 우리와는 십여분 정도밖에는 차이가 안날 정도였다. 우리는 다시 일어서서 정상을 향해 떠났다.

이렇게 우리와 후미팀의 릴레이는 계속됐다. 우리가 초점산(삼도봉)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후미팀이 도착하고 그러면 우리는 또 자리를 떠나고~^^ 초점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30분.

간신히 올라온 초점산에서 다시 대덕산까지는 40여분을 더 가야한다. 이 길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 참 힘들고 힘들다~~. 그래도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법... 한걸음 한걸음 무거운 발길을 내딛었다. 그리고 대덕산 정상 근처에 오니 억세밭이 장관을 이뤘다. 이 높은 산 정상에 억새밭이라니... 완만하고 탁 트인 이곳이 마치 큰 덕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이름도 대덕산인가 보다.

정상에 오르니 헬기장이 조성돼 있었다. 그리고 대덕산을 설명하는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다. 벌써 해가 지려는 듯 어둑어둑한 가운데 저 멀리 향적봉 뒤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시간은 오후 4시15분.

 

사진을 찍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하산길을 서둘렀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려고.

대덕산 정상에서 가파르게 내려가다 보면 20여분 만에 얼음골 약수터를 만나게 된다. 길 바로 옆에 있어서 탈진한 등산객들에겐 꿀물과 같은 곳이다.

여기에서 다시 20여분을 내려가면 얼음골 폭포를 만난다. 폭포라고 해서 거창할 줄 알았더니 높이 2미터 정도의 작은 물줄기였다. 하지만 물이 없는 이곳에 홀로 자리하면서 상쾌한 물소리를 울려주니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였다.

폭포를 떠나 다시 30여분을 내려갔다. 길은 벌써 앞이 잘 안보일 정도로 어두워졌는데 간심히 앞을 분간하며 앞사람을 따라 간다. 그리고 마침내 5시40분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종착지에 도착했다. 오늘의 힘들고 대단했던 감동적이었던 산행이 끝난 것이다.

버스에서 후미팀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식당에서는 김치찌개가 나왔는데 그야말로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옛날 맛이 나는 진하고 얼큰한 맛난 찌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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