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2)..",'무극의 길'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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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2)..",'무극의 길'을..(1)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2.07 11: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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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탐방기 12코스)밭길과 오름 셋을 넘으니 바닷길 압도..유구무언

 

 

제주도는 요즘 하수처리, 쓰레기 문제 등 각종 환경문제와 함께 제2신공항, 신항만건설 등 대규모 개발계획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제주도정과 도민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는 도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도지사의 고집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개발에 모든 도민의 행복이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 도지사가 주는 메세지는 간단하다.

오직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개발지상주의로의 회귀..

제주도는 절대로 그런 곳이 아니라는 점을 도지사는 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의 우려가 큰 것이다.

올레를 걷기 시작한 후 제주올레를 만나다 보면 도민들이 왜 이같은 개발계획에 걱정의 소리가 높은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제주올레는 제주도의 마지막 보루다. 하지만 제주올레는 위기를 맞고 있다.

아직까지는 꿋꿋하게 견뎌내고 있는 제주올레를 지키는 일은 결국 올레꾼과 이들을 맞이해야 할  도민밖에 없다.

이처럼 도지사가 끝끝내 개발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을 경우 제주올레 또한 언젠가 걸레처럼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남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나는 심각하게 이 길을 걷는 중이다.

제주에서 제주올레만이라도 온전히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제주올레 12코스는 적당한 바다에, 적당한 오름에, 적당한 밭길을 걷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괴물같은 풍광에 압도되듯 장엄한 놀라움을 주는 길이었다.

걷기 전날(2월4일)에는 비가 왔고 다음날도 비가 온다는 예보였지만 제주지방기상청에 확인해 보니 2월5일 올레길은 흐리거나 맑음이라 일단 비는 맞지 않을 것 같았지만, 맞으면 또 어떠랴 하고 떠난 길이었다.

지난 2월5일(일요일).
법인 설립후 처음으로 임원 5명(유인택 김진형 김형권 안종국 등)이 함께 걷기로 한 날이었다.

사실 이 코스는 혼자 걷기보다 올레친구인 유인택 김형권과 함께 걷고 싶었는데 지난 주 14-1코스를 걷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5명이 뭉치는 계기가 돼  내심 고맙기도 했다.

이 수월봉과 당산봉이 있는 이 코스야말로 가 보면 누구나 반하는 그런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날 모든 일에 적극적인 활동가이자 마케팅전문가인 김진형은 항상 가장 앞장 서 걸었고 제주에 들어와 처음 올레를 걷는 인문학 전도사 안종국은 "이렇게 좋은 곳인 줄을 몰랐다"며 감탄을 연발하며 걸었다.

우리는 차 2대로 출발점인 무릉생태체험골에도 차를 하나 세우고 종점인 용수포구 절부암에도 차를 세워두기로 하고 절부암 제주올레12코스 종점에서 모두 만나 출발점으로 갔다.

 

 

12코스의 출발점에서는 지난 번처럼 길을 잘못 찾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자세히 길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12코스 올레가 시작된다.
초입은 마을을 따라 나가는 길이다.

걸어 가면서 보니 가는 밭길마다 이 지역 특산물인 브로컬리 수확철을 맞아 부부 또는 식구들이 함께 브로컬리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

간간이 무밭도 있었고 마늘밭도 많았지만 이날은 유독 브로컬리를 수확하는 모습만 보였다.

처음 구간인 5km 정도까지는 끊임없이 밭길 올레가 계속 됐다.

그 밭길을 따라 가다 5km 지점을 지나자마자 드디어 우리 팀이 처음 올라야 할 신도1리 녹남봉이 나타났다.

 

 

그 길까지는 지루할 정도로 밭길 따라 걷는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녹남봉은 고도 100.4m, 비고 50m, 둘레 1311m, 면적 124,498m2의 조그만 오름이었지만 오름정상에는 아담한 분화구가 있는 곳이었다.

마을사람들은 이 분화구를 가매창이라고 부른다고 소개돼 있었다.
가마솥 모양으로 생긴 바닥(창)이라는 의미다.


서북쪽으로 당산봉과 차귀도가 지척에 있고 제주도 최서단 오름인 수월봉과 최남단 오름인 송악산을 한눈에 볼수 있는 곳으로 제주도내에서는 유일하게 원형분화구 안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사실 이곳 분화구안에는 매화나무는 물론 감귤나무 등이 가득 심어져 있었다.
오름도 많이 다녀봤지만 그런 모습도 처음 보았다.

 

 

 

예전에는 이곳에 녹나무가 많았다 하여 녹남봉(녹나무오름)이라 불렀고 남국의 지명유래 진성기저에는 장목봉이라고 표기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이름은 예로부터 주민들에 의해 녹남오름(녹남봉)이라 불러 왔으므로 녹남오름(녹남봉)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 안내판에는 쓰여져 있었다.

 

 

이 녹남봉 정상에 오르니 운동기구가 여럿 놓여 있었고 정자도 마련돼 있었다.
이어 올레길은 완만한 타원형인 분화구를 돌아 내려가도록 안내된다.


이 길을 내려오는 동안 앞을 바라보니 저 멀리 우리가 걸어가야 할 수월봉과 당산봉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오름에서 내려와 마을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오니 드디어 중간 스탬프 포스트가 있는 산경도예 학교마당에 도착했다.

 

 

 

중간지점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2시 19분이었다.
12시가 조금 넘은 정도였지만 아침을 먹지 않은 사람이 있어 이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잠시 도예작업실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부터 노래방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는데 웬 스님 하나가 나오면서 인사를 하신다.

노래를 부른 주인공이었다.
멋진 대나무지팡이를 들고 있어서 초면이지만 ‘노래를 잘 하신다’고 말을 걸었다.

 

 

스님 이름은 무공스님.
본인을 방랑하는 스님이라고 소개한 그는 지팡이 아래쪽을 쑥 뽑더니 자신을 대금의 명인이라고 소개하면서 한 곡조 연주를 부탁하자 흔쾌히 아름다운 대금연주를 한자락 들려주었다.

대금을 연주하는, 방랑하는 무공스님.
이름도 보통이 아니어서 모두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얘기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김경우 산경도예 대표가  "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모두 기다리는 중‘이라며 함께 떠나갔다.

우리에게 식당이름을 말하고 식당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우리가 걸어가는 동안 그가 말한 식당까지 가는 길이 참 멀었다.

결국 그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 계획은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산경도예는 제주에서 도예 작업을 하기 위해 계룡산에 있는 도예촌에서의 생활을 접고 지난 2001년 구 신도초증학교 자리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도예작가인 김경우.문선예씨 부부가 운영하는 도자기문화체험공간으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학교를 나와 마을 올레길을 걷는 동안 잠시 느낀 것이지만 신도1리 도원마을은 참 평화로움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특별히 개발된 곳도 없고 그저 조용한 시골마을 풍경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 도원마을길을 나와 큰 대로를 지나자 다시 끝없이 펼쳐지는 밭길이 이어졌다.

무밭 채소밭이 이어져 있는 이 올레길은 마치 보리가 다 자란 가파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4명이 걷는 모습이 너무 좋아 가파도에서처럼 기념사진을 몇장 찍었다.
8km 지점을 지나자 바다길 올레가 이어진다.

 

 

파도치는 바다올레는 그 부서지는 하얀 파도로 제주바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파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그 포효하는 모습이 바람소리와 함께 차디차다.

그런 바닷바람을 뚫고 걸어나와 신도2리 무병장수 도구리와 모살물의 유래가 남아 있는 곳에 도착했다.


신도2리 포구서쪽에 있는 도구리는 「모살물원」이 있는 두 개의 곶(串) 중의 하나로 이 곶 바로 위에 마치 함지박처럼 생긴 지대가 형성되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도고리 >는 <도구리 > 등과 아울러 큰 나무함지박, <알코지 >는 아래쪽의 곶을 일컫는 제주방언이다.

또한 이 지역은 「모살물동네」에 있으며 현무암 바위투성이 갯가인데 양옆으로 곶이 뻗어나가 썰물 때면 훤히 드러나는 자연적인 지형조건을 이용하여 원시어로의 한 형태로 돌담을 둥그렇게 쌓아 물고기를 포획하는 <원 >의 일종인 줄담을 쌓은 곳의 이름.


바위투성이 바닥이 모래로 덮였는데 거기에서 샘이 솟는다.
<모살 >은 <몰래 > 등과 아울러 모래의 제주방언을 말한다.

다음은 스토리텔링으로 만든 새로운 전설이다.

이곳에는 큰 도구리(돌로 된 큰 그릇) 1개와 작은 도구리 2개가 있는데 하늘나라 천녀들이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 해산물을 구하러 신도마을 바다로 내려와서 준비한 해산물을 넣어둘 곳을 찾던 중 이 도구리들을 발견, 큰 도구리는 해산물을 넣어두고 작은 도구리는 목욕하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전설이 남아있다고 한다.

병든 홀아버지를 모시던 효녀가 도구리에 갇힌 거북이를 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해안가 모래밭에서 물이 솟아나와 그 물을 떠다가 아버지께 드렸더니 병이 씻은 듯 나았고 건강하게 장수했다는 전설이다.


이후 이 도구리를 무병장수 도구리 물이 나온 곳을 모살물이라 부르며 오랫동안 식수로사용했다고 한다,(제주 이야기가 있는 마을 스토리텔링 공모전 우수작)

 

우리는 이런 전설이 진짜인 듯 전하고 있는 이 마을 어촌계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 식당 점심이 참 푸짐했다.

고등어 구이에 돼지고기 볶음에 각종 나물반찬 등 거나한 점심을 먹을수 있었다.
올레꾼들이 많이 찾는 식당인 듯 우리는 막걸리 한잔과 한때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밥을 먹고 나오니 세찬 바람은 계속 되고..
다시 끝없는 밭길이다.


12코스는 유난히 길고 긴 밭길을 끝없이 걸어야 하는 코스였다.
수월봉을 통하는 이 길에는 파밭이 참 많았다.


11km를 걸어 6.5km가 남았다는 표시가 나타나고 올레길은 돌담이 예쁜 조그만 마을로 안내했다.
바람이 너무 부는 탓에 잠시 이곳 돌담 옆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이곳에는 미술가들이 많이 사는 듯 옛날 집을 아주 예쁘게 꾸며놓은 집이 많았다.
한장동 마을이다.

이 마을을 지나니 바로 수월봉으로 가는 길이다.

수월봉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으로 쇄설층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를 볼수 있어 비경중의 비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수월봉 아래 바닷길 올레는 그냥 걷기만 해도 자연힐링이 될만한 곳이다.

그 용암돌을 산산이 부술 듯 달려드는 그 파도를 바라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중간중간 누이가 흘리는 눈물이라는 전설이 숨어있는 이곳 자연약수는 예전에는 그대로 마실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곳곳에 음용에 부적합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아쉬웠다.

 

 

수월봉에 오르는 길은 맨땅에 오르막을 따라 걷는 곳이다.

고산기상대가 위치한 수월봉은 제주도의 기후변화를 가장 빨리 알수 있는 곳이라 환경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시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입구에는 출입금지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다만 정문은 개방된 상태였다)
수월봉에 오르니 차귀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바람이 가장 많이 불어대는 곳이다.
풀잎들이 옆으로 누워 있을 정도로 수월봉의 바람은 늘 드세다.

유난히 바람이 많은 날이었지만 여전히 이곳은 그 인기를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수월봉은 약 1만4천년전 뜨거운 마그마가 물을 만나 폭발적으로 분출하면서 만든 고리형 화산체의 일부분이다.


이 수월봉에서 분출한 화산재는 기름진 토양이 되어 신석기인들이 정착할 수 있는삶의 터전이 되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 일대는 신석기유물이 많이 출토되는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보호되고 있다
.

 

     
 

수월봉에는 안타까운 남매의 전설이 구전돼 오고 있다.


어머니의 병환치료를 위해 오갈피를 찾아 수월봉을 오르다 누이 수월이가 떨어져 죽었다.


이에 동생 녹고도 슬픔에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 죽고만다.
그 후로 사람들은 수월봉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녹고의 눈물이라 불렀고 남메의 효심을 기려 이 언덕을 녹고물오름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녹고의 눈물은 해안절벽의 화산재 지층을 통과한 빗물이 화산재 지층 아래 진흙으로 된 불투수층지층인 고산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것이라는 내용이 수월봉 곳곳에 안내문을 세워져 알려주고 있다.

수월봉은 해발 77m높이의 제주 서부지역의 조망봉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특히 깎아지른 듯한 수월봉 해안절벽은 동쪽으로 약 2km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이 절벽을 엉알이라고 한다는 설명.


우리는 이곳 주차장에서 쉬며 커피를 단체로 만들어 마시는 동안 오현산악회 부회장인 유인택은 이곳에 수년전 만들어놓은 타임캡슐지역을 답사하고 돌아와 "2040년에 이 캡슐을 열 때 당시 이 캡슐을 직접 묻었던 유인택옹을 소개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캡슐개봉식에 참가할" 즐거움에 들떠 있었다.

손자에게 쓴 편지까지 넣어 두었다고 해서 우리는 유인택이 90이 넘은 나이인 수십년후 벌어질 일을 미리 가기나 한 듯 한참 웃었다.

수월봉을 내려올 때 보니 4.5km가 남았다는 표시가 나타나고 우리는 드디어 대망의 바다올레길로 들어섰다.

제주도지질공원(천연기념물 제513호), 바람의 언덕 수월봉이라는 안내판이 큼직하게 서 있는 옆길로 바다올레는 이어진다.

이곳 쇄설층은 말이 필요없는 곳이다.
그냥 보면 알 수 있는 화산체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곳을 바라보며 우리는 할 말을 잊었다.

 

 

 

 

 
 

 

(내용이 많아 2번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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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이 2017-02-08 23:51:12
맛깔나는 올레탐방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 봅니다...지난 가을에 걸었던 길인데 계절적 변화로 올레길 풍경도 많이 다르네요...바뀌는 계절마다 답사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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