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2)..",'무극의 길'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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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2)..",'무극의 길'을..(2)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2.07 11: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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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탐방기 12코스)밭길과 오름 셋을 넘으니 바닷길 압도..유구무언

 

(1번에서 계속)

 

 

김형권은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어디서 이런 장관을 다시 볼수 있으랴..

왼쪽 바다는 바로 눈앞에 부서지는 파도와 하얀 포말이 바람과 함께 드날리며 우리를 자극하고..
오른쪽에는 녹고의 눈물이 계속 떨어져 보는 이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곳.


13km 지점인 이곳을 지나는 동안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밭길을 오랫동안 보다가 바다를 보니 더 그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 바닷길 올레는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그런 길이었다.

그곳을 다 지나니 차귀도 호종단의 전설이 남아있는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호종단은 송나라 복주사람으로 고려 예종때 보문각 대제와 인조때 기거사인이 됐다.


고려에 귀화한 호종단은 제주 여러 곳에 고종달의 전설을 남긴 신비의 인물이다.


특히 탐라에 인물배출을 꺼려 곳곳에 압맥으로 산혈을 눌러놓고 차귀땅을 거쳐 중국땅으로 돌아가려는데 한라산 호국신이 매가 되어 배의 돛대 머리위에 감돌았다.


감자기 북풍이 몰아쳐 고종달의 배를 쳐 부쉈으며 그는 섬바위 사이에서 죽었다.
돌아가지 못하게 차단했다 하여 차귀라고 불렀다.


조정에서는 그 영이를 포상하여 호국신에게 식읍을 하사하고 광양왕으로 삼아 해마다 향폐를 보내어 제사를 지내게 하였다.

조선조에 와서도 제주목으로 하여금 치제하게 하였다는 비석이 세워져 보는 이를 숙연케 했다.

 

 

한경면 고산리에 속한 차귀도는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된 천연보호구역이다.

날씨가 궂은 탓이었는지 10여개의 오징어와 한치를 파는 곳으로 유명한 이곳도 1-2개의 점포만 문을 열고 있었다.

나는 제주올레12코스는 우연히 만난 무공스님의 무와 그 아름다움이 끝이 없다는 뜻을 담아 '무극의 길'이라 부르기로 했다.

차귀도가 바라다보이는 해변에는 검은 돌위에 수백마리의 재갈매기들이 바람을 피해 모두 앉아 있었다.
하늘을 날기가 쉽지 않음을 알았던 것이리라.


이런 큰 바람이 부는 날 절벽을 보면 날개가 큰 알바트로스가 생각난다.

평소 때는 제대로 날개짓도 못하는 알바트로스가 그런 거대한 바람이 불면 그 커다란 날개를 펴고 하늘로 비상한다는..

 

 

그런 알바트로스를 꿈꾸듯..


당산봉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그곳에서 손에  조종기를 들고 비행기를 날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런 엄청난 바람앞에서 비행기라니..

차귀포구에서 당산봉으로 가는 길은 많은 곳에 낚시배가 있다는 광고가 널려 있을 정도였고 그 아름다움에 힘 입어 몇가지 새로운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는 광경도 볼수 있었다.


대로를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니 당산봉 입구다.

이곳에서도 브로컬리 수확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드디어 3번째 올라야 할 오름 당산봉이 나타났다.

당산봉은 높이 148미터, 둘레 4,674미터, 면적 53만 4135평방미터, 폭 1269미터 규모의 오름이다.


당산봉의 본디 이름은 당오름으로 당오름의 당은 신당을 뜻한다.


옛날 당오름의 산기슭에는 뱀을 신으로 모시는 신당이 있었는데이 신을 사귀라 했다 한다.
그후 사귀란 말이 와전되어 차귀가 되어 당오름은 차귀오름이라고도 불렀다.


오름 정상에 넓적한 바위가 얹혀 있어 닭볏처럼 보인다 하여 계관산이라고도 했으며 당산오름, 당악, 당산악이라 불리기도 했다.


당산봉은 당오름을 한자의 뜻을 빌어 표기한 것이다.

당산봉을 오르는 길은 나무계단으로 이어지며 계속 올라가도록 돼 있었다.

 

꼭대기에 오르니 당산봉의 유래에 대한 안내판이 나왔다.


당산봉은 물과 마그마의 폭발적인 반응에 의해 형성된 수성화산체로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산방산과 용머리와 더불어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중 하나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당산봉은 말발굽형 분화구를 갖고 있고 정상에는 봉수터가 남아있고 이 기슭을 따라 완만하게 내려오도록 길은 안내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동안 차귀도 앞바다가 그 어떤 곳보다도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 구간을 걷다보니 드디어 15킬로미터 지점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이제 남은 거리는 2.1킬로미터.
차귀도와 바다를 조망하며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여유 그 자체였다.

지친 몸을 잠시 쉬고 바다를 감상하면서 걷다보니 걸음이 계속 늦어져 한창 뒤쳐졌다.
가다보니 유인택이 나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너무 늦어서 걱정이 됐다"며..


이 능선은 바다와 직접 접하는 곳이라 바람이 더욱 크게 불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엄청난 바람앞에서 조종기를 들고 비행기를 띄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바람속에 비행조종이라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생이기정이라는 곳이다.


생이기정은 제주어로 새를 뜻하는 생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로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이란 뜻을 담고 있다.

비행기와 생이기정의 절묘한 만남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풀들이 바람에 누워있는 1.5킬로미터 남은 지점부터는 시선을 압도하는 최고의 올레길이 이어졌다.

풀밭을 따라 바다를 끼고 도는 아름다운 길.

그 길을 걷는 동안 보여지는 모습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는 듯한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해안을 강타하는 파도와 땅을 향해 돌진하는 아주 큰 너울은 세상을 부숴버릴 듯 밀려왔고 그 파도를 견디는 강인한 땅은 철벽같은 용암으로 이 공격을 아주 잘 받아내 견디고 있었다.

이 올레길 중간에 놓여있는 의자 셋.

바다를 제대로 바라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길은 그렇게 이어지고 또 이어져 차귀도를 뒤로 하고 앞을 향해 걷도록 안내한다.

제주올레 12코스의 마지막 지점을 걷는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저 그냥 걸어보라고 할 수 밖에..

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길을 따라 나오니 드디어 종점이다.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7시15분..대강 6시간을 걸었다.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는 사마르칸트를 출발하는 실크로드 여행길에 나서면서 쓴 3번째 책 첫머리에 그렇게 썼다.

"..(중략)첫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며칠 동안은 매 킬로미터가 죽을 맛이었다.
그렇지만 제일 힘든 건 뭐니뭐니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었다.


..앞으로 넘게 될 파미르(중앙아시아에 있는 고원지대), 위그르어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의 타클라마칸사막이 2001년도의 120일동안 맞닥뜨려야 하는 대상이다.


중국사람들이 '불의 땅'이라고 부르는, 불타는 오아시스 투루판(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우루무치 남동쪽의 도시)에 닿을 때까지 겪을 끔찍한 고립상태다.


나는 고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이전보다 더욱더 이 길 위에서의 모험과, 만남과 모든 행복에 갈증을 느낀다.


지금까지 이 길은 내 목을 축여주었다."


끝없이 펼쳐진 밭길과 오름 셋을 지나 바닷길을 따라 나오는 12코스는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처음 들어가는 곳이다.

이제 제주시지역을 답사하는 13코스가 이어지는 것이다.

13코스의 이야기는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 제주올레전도(제주올레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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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이 2017-02-08 23:56:30
세찬 바람속을 뚫고 걷는다는 것 자체가 고행이거니와 무극의 길이라 명명하는 글쓴이의 심중을 읽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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