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는 자신을 잡아먹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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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는 자신을 잡아먹는 일
  • 안종국 기자
  • 승인 2017.02.13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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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문학] 데메테르의 경고② 에리식톤의 우화

 

다산을 상징하는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 17세기 초반. 아브라함 얀센

 

그리스의 신화적 우화에는 유명한 에리식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어리석음에 경고를 던지는 내용으로 오늘날에도 그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에리식톤은 테살리아 지방의 트리오파스 왕의 아들이었다. 그에게는 메스트라라는 딸이 있었다. 에리식톤은 신성을 경멸하여 그들의 제단에 분향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데메테르에게 바쳐진 숲을 도끼로 침범하였다. 이 숲 속에는 참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는데, 이 나무는 데메테르 여신에 봉헌된 오래된 나무로 그 나무 한 그루가 숲처럼 보일 정도였다. 오래 된 줄기에는 높이 솟았고, 그 위에는 양털실과 화환들과 감사의 표시인 패들도 걸려 있었다.

가끔은 이 나무 밑에서 나무의 님프들이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었고, 함께 밑동을 둘러싸기도 했는데, 그 둘레가 7미터나 되었고, 관목 위에 솟아 있는 다른 나무보다 위에 솟아 있었다. 이렇게 신성한 나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리식톤은 꼭 그 나무만을 베어서는 안 될 아무런 이유도 없다 하여, 하인들에게 베도록 명령했다.

하인들이 주저하는 것을 보자, 그는 그들 중 한 사람의 손으로 부터 도끼를 낚아채더니 이것이 여신이 좋아하는 나무이거나 그 자체가 여신일 지라도 개의치 않겠노라고 하면서 도끼를 비스듬히 내리치려고 자세를 취하자, 참나무는 두려워 떨며 신음 소리를 냈다.

그자의 일격이 밑동을 쳐서 상처를 내자 갈라진 나무껍질에서 피가 흘렀다. 사람들은 아연실색하며 무도한 짓을 그만 두고 잔혹한 도끼질을 그만 두라고 했다.

그러자 에리식톤은 “너의 경건한 마음의 상으로 이 도끼나 받아라!” 하면서 그의 머리를 잘라 버렸다.

그러자 나무 안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 왔다.

“이 속에 살고 있는 나는 데메테르 여신이 가장 사랑하는 요정이다. 너에게 내가 죽어가면서 예언하노라! 너는 네가 한 짓에 대한 벌이 곧 다가올 것이다. 나는 죽지만 그것을 위안으로 삼으려 하노라!”

이렇게 경고했지만, 그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수많은 타격과 밧줄로 잡아당기는 바람에 허약해진 나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리고 다른 나무들은 그 나무의 무게로 그 밑에 깔려 같이 쓰러졌다.

나무의 요정 자매들은 자신들이 입은 피해와 숲이 입은 피해에 상심해 모두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애도하며, 데메테르를 찾아가 에리식톤을 벌주라고 간청했다. 데메테르 여신은 이를 승낙했고, 그녀가 머리를 끄덕거렸을 때, 들판에 익은 곡식들도 두려움에 떨었다.

여신은 그와 같은 죄인도 동정을 받을 수 있다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정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무서운 형벌을 궁리했으니, 허기의 여신에게 그를 인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신은 몸소 허기의 여신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것은 풍요의 여신으로서 데메테르가 허기의 여신을 만나는 것을 운명이 금했기 때문이었다. 풍요와 허기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신은 시골에 사는 요정 오레이아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스퀴티아(스키타이)의 가장 먼 변경의 대지에, 곡식도 나지 않고 나무도 없는 황량한 황무지가 있다. 그곳에는 나태한 ‘한기’와 ‘전율’과 ‘오한’과 수척한 ‘허기’가 살고 있다. 너는 ‘리모스(Limus-‘허기’의 여신이며 라틴어로는 파메스(Fames)라고 부른다)’에게 저 신성모독의 죄 많은 뱃속에 숨으라고 하여라! 그리고 그녀가 싸움에서 내 힘(풍요)을 이기도록 하라! 길이 멀다고 겁먹지 말고 내 용들이 모는 수레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가도록 하라!”

리모스는 기근과 기아를 인격화한 것으로 농업과 곡물의 여신인 데메테르나 풍요의 정령인 플루토스(Ploutos-부자)와 반대 신으로,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Eris)의 자식이다.

여신이 수레를 주자 요정은 오래지 않아 스퀴티아에 도착하여 카우카수스(코카서스) 바위 산정에서 용들의 멍에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요정은 들판에서 ‘리모스(허기)’를 찾다가 손톱과 이빨로 얼마 안 되는 풀을 뜯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거칠고, 눈은 들어가고, 얼굴과 입술은 창백하고 턱은 먼지에 덮여 있고, 몸은 수척하여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오레이아스는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면서 여신의 명령을 전했다. 아주잠시 동안이고, 멀리서 떨어져 있었는데도, 요정은 허기를 느꼈다. 요정은 용의 머리를 돌려 하이모니아로 되돌아왔다.

리모스는 데메테르 여신의 명령에 따라 바람을 타고 대기를 지나 신성을 모독한 그자의 집으로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진 그 자를 자기의 날개로 싸고 자신을 그의 몸속에 숨을 내쉬어 그자를 그녀 자신으로 가득 채우고 그의 혈관 속에 허기들을 뿌려 놓았다. 그녀는 임무를 완수하고서는 풍요로운 세상을 떠나 자신의 결핍의 집으로 그렇게 친숙함으로 돌아갔다.

아직도 평화로운 잠에 취해 있던 에리식톤은 잔치집의 꿈을 꾸면서 빈 입을 움직였지만, 빈 공기만 들이킬 뿐, 허기가 엄습해 왔다. 그가 잠에서 깨어나자 허기가 지배하는 몸과 내장은 식욕이 엄습해 오며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팠다. 그는 지체 없이 지상에서 나는 것이든, 바다에서 나는 것이든, 공중에서 나는 것이든 간에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는 것을 요구했고, 가득 차린 식탁을 보고도 배고프다고 불평했다. 그는 먹으면서도 배고픔을 호소했고, 한 도시나 국민이 다 먹어도 족할 만큼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었다. 그의 허기는 모든 물로도 성이 차지 않아 멀리서 온 강물까지 들이키는 바다와 같았다. 그리고 모든 통나무를 다 태우고도 더 태우려는 화마와도 같이 더 많이 태울 것을 요구하였다.

허기의 심연은 같은 배로 인하여 그의 재산은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것이 모두 결딴났다. 그래도 그의 허기는 결딴나지 않고 전 재산을 먹어치우고 마침내 딸 만 하나 남게 되었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그의 딸마저도 팔아치웠다. 그녀는 노예로 팔리게 된 자기의 운명을 받아들이기 싫어 바다를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올렸다.

“나를 주인에게서 구해주소서! 그 대가로 나는 이미 내 처녀성을 그대에게 바쳤나이다.”

그녀의 처녀성은 포세이돈이 빼앗았던 것이었다. 노예로 팔려가면서 그녀의 새 주인이 가까이서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어부의 모습으로 변신시켰다. 그녀의 주인은 그녀를 찾다가 모양이 변한 그녀를 보고서 말을 걸었다.

“방금 허름한 옷을 입고서 머리가 헝클어진 여자 하나가 어디로 갔는지 아시오? 그녀의 발자국이 멀리 가지 않았으니 말이오.”

처녀는 그제야 신의 선물이 자기에게 받아들여진 것을 알았고, 자기에게 묻는 것을 재미있어 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가 뉘시든 나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소. 그러나 아까부터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오. 내 말이 거짓이라면 고기 한 마리 잡히지 않아도 좋습니다.”

주인은 이 말을 듣고는 그의 노예가 도망간 줄 알고 발걸음을 돌려 모래 위를 걸어갔다. 그러자 그녀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고, 에리식톤은 딸이 그대로 있고, 딸을 판 돈도 얻은 것을 기뻐했다. 그리고 딸이 변신 능력이 있음을 알고는 여러 사람에게 노예로 계속 팔았다. 그녀는 팔릴 때마다 포세이돈에 의해서 다양하게 변형되었다.

그녀는 때로는 말이나 새, 암소나 사슴으로 변해 도망쳤으며 탐욕스런 아버지에게 그때마다 먹을 것을 대주었다. 그렇게 모든 재앙의 힘으로 모든 것을 먹어치웠지만 그의 중병은 더욱 먹을 것을 요구하여 결국 자기의 사지를 찢어 먹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자기의 몸을 먹음으로써 자기의 몸을 지키려고 하였다. 데메테르의 복수는 그렇게 그의 입만 남아 죽음으로 몰아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곡물과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와 두 님프. 폴 루벤스. 1624.

 

곡물과 수확의 수호신

 

곡식의 수호신인 데메테르는 풍성한 수확의 신으로, 데메테르는 레아와 크로노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데메테르라는 이름에서 메테르(meter)는 어머니를 뜻하고, 접두어인 ‘드(de)’는 땅을 뜻한다. 결국 대지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땅의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녀는 어머니 여신으로서 특히 곡식의 어머니로서 비옥한 대지에서 생산에 몰두하면서, 사랑이나 미모경쟁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도 사랑에 빠진 적이 있는데, 다른 신들과 함께 테베의 왕 카드모스와 신부 하르모니아의 결혼식에서 이아시온이라는 인간에게 반한 것이었다. 대지의 신답게 그녀는 향기나는 침대보다는 넓은 밭에서 사랑을 나누었고, 둘 사이에 비옥한 땅을 유지시키는 부자의 신 플루토스와 마차를 발명한 필로멜로스가 태어났다.

제우스와는 한때 데메테르와 연인관계가 있었던 연유로 이아시온에게 번개를 내렸다. 그러나 일설에는 이아시온은 천수를 누렸고, 늙어가는 모습을 데메테르가 지켜보았다고도 한다.

제우스와 데메테르의 결합으로 그들의 외동딸인 페르세포네가 태어났는데,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가 납치된 것에 대해서 데메테르의 행동이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이 신화가 고대 그리스에서 이천년 이상 가장 성스럽고 중요한 종교의식이었던 엘리우시스 비밀 제전의 근간이 되었다. 이 제전은 서기 5세기경 고트족이 엘리우시스에 있는 성전을 파괴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페르세포네의 유괴. 작자미상. 슬로베니아국립미술관.

 

페르세포네의 유괴

 

페르세포네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초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꽃을 따 모으고 있었다. 그녀가 매우 아름다운 수선화를 발견하고 그것을 따려고 가까이 다가섰을 때 땅이 그녀 앞에서 갑자기 갈라지더니, 거대한 틈이 생겼다. 그리고는 땅 속 깊은 곳에서 하데스가 불멸의 말들이 이끄는 황금마차를 타고 나타나 그녀를 채가 버렸다. 페르세포네는 몸부림을 치며 제우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아무도 그녀의 비명을 듣지 못하는 듯 했다. 하데스는 지하세계로 데리고 들어간 뒤 지상과 통하는 문을 닫아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였다. 페르세포네는 어둠의 왕국에서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지만, 지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데메테르는 메아리가 되어서 들려오는 페르세포네의 절규를 듣고 급히 그녀를 찾으러 나섰다. 그녀는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서 구일 낮과 구일 밤을 모든 땅과 바다를 샅샅이 뒤졌다. 올림포스 산으로 가서 인간이건 신이건 모든 사람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달의 여신 헤카테를 만났는데 그녀는 자신이 비명은 들었지만, 누가 납치해 갔는지는 보이지 않았다면서, 마차를 타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태양신 헬리오스는 보았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헬리오스의 둥근 집으로 가서 사실을 알려달라고 간청했다. 헬리오스는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았지만, 결국 하데스에 의해서 납치되어 원치 않는 신부가 되기 위해 지하세계에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헬리오스가 사실을 알려주기를 주저한 것은 페르세포네를 하데스가 납치하는 것을 제우스가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헬리오스는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강간한 것은 제우스의 허락이므로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충고하였다.

 

페르세포네의 납치에 절규하는 데메테르. Evelyn de Morgan, 1906

데메테르는 헬리오스의 충고를 거부하였다. 그녀는 비통에 잠겼음은 물론 제우스에 대해 심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데메테르는 올림포스 산에서 떠나 노파로 가장하고 도시와 농촌을 떠돌아 다녔다. 하루는 그녀가 아테네의 북쪽에 있는 엘레우시스에 도착해서 우물가에 앉아 있었는데 엘레우시스의 통치자인 켈레우스의 네 딸들이 그녀를 발견하였다. 그녀에게서 풍겨 나오는 품위와 아름다움에 이끌려 그들은 그녀에게 다가가서 왜 이 도시에 오게 되었냐고 물었다. 갔다. 데메테르는 크레타에서 해적에 납치되었다 근처 항구에서 탈출했다고 하면서, 나머지여생을 보모 같은 일을 하면서 조용히 살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딸들은 데메테르를 그녀들의 어머니인 메타니라에게 데려 갔는데, 그들에게는 뒤늦게 태어난 어린 형제 데모폰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메테르는 아이들을 보자 단번에 마음을 빼앗겨서 왕비에게 친자식처럼 잘 보살피겠노라고 말했다. 데메테르는 매일 밤 그녀는 신들의 음료인 암브로시아를 먹이고, 인간의 나약함을 없애기 위해 난로에 넣고 아이를 불에 그을려 불멸의 생을 주려고 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밤 왕비가 들어왔다가 이같은 상황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여신은 불속에서 아이를 꺼낸 다음 왕비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왕비여! 나는 여신 데메테르다. 너의 아이가 불멸의 삶을 얻도록 해주고 있는데, 그것을 네가 망쳤구나. 이제 이 아이는 인간 삶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이렇게 말하고는 그 형태와 크기가 변하면서 본래의 성스러운 여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그녀의 황금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치렁치렁 늘어졌으며 그녀가 내뿜는 향기와 빛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데메테르는 엘레우시스 사람들에게 그녀를 위하여 신전을 지을 것을 명령하였다. 아이는 신이 될 기회를 잃어버렸지만, 그녀의 추종자들에게는 죽은 후에 하데스의 음침한 땅을 피할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엘레우시스 왕과 그곳 백성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데메테르의 신전을 지었다. 신전이 완공되자 그녀는 신전 안에 자리 잡고 앉아 오로지 납치된 딸 생각에 비탄에 잠겨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도시의 경작은 물론, 은혜를 베푸는 일도 마다하였다. 그 때문에 아무것도 땅에서 자랄 수가 없었고, 어떠한 생명도 태어날 수가 없었다. 가뭄이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듯이 위협하였고 올림피아 신들을 위해서 바칠 제물들과 희생양들도 모자라게 되었다. 사람들은 굶주리며 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드디어 제우스가 나섰다. 그는 처음에는 금빛 날개가 달린 이리스를 데메테르에게 보내 회유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데메테르가 꿈쩍도 하지 않자 모든 올림피아의 신들이 번갈아 그녀에게 와서 선물을 바치면서 다시 땅을 비옥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곡식이 없으면 인간들이 신들에게 제물도 바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데메테르는 전혀 화를 풀지 않고, 페르세포네가 자기에게 돌아올 때까지 절대로 올림포스 산에는 한 발자국도 내디디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것도 자라게 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제우스에게 페르세포네 납치에 항의하는 데메테르. Antoine-François Callet (1741–1823, Paris)

마침내 제우스가 데메테르의 청을 들어주었다. 제우스는 데메테르가 직접 그녀의 딸을 보고 화를 풀게 하기 위해서 헤르메스를 하데스에게 보내어 페르세포네를 데려오도록 명했다. 헤르메스는 지하세계로 내려가서 풀이 죽은 페르세포네가 하데스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예상과 달리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풀어 주었다. 그러나 하데스는 그들을 보내주기 전에, 우선 그녀에게 달콤한 석류씨앗을 주면서 먹도록 하였다.

마차는 재빠르게 지하세계를 빠져나와 지상의 세계로 와서 데메테르가 기다리고 있는 신전 앞에 도착하였다. 데메테르는 이 일행을 보자 두 팔을 벌리고 마중하러 뛰어나와 그녀와 똑같이 둑 팔을 벌리고 기쁨에 어쩔 줄 모르는 딸을 얼싸안았다. 그리고는 걱정스럽게 혹시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에서 무엇을 먹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만약 그녀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더라면 페르세포네는 완전히 엄마 곁으로 되돌아올 수가 있었을 터이다. 그러나 그녀가 작은 석류씨앗을 먹었다고 하자 데메테르는 비통해 했다. 결국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언제나 같이 있을 수는 없었다. 페르세포네는 일 년 중 삼분의 이는 어머니인 데메테르와 함께 보내고 그 나머지는 지하세계에서 하데스와 함께 보내야만 되었다.

어머니와 딸이 다시 재회한 후 데메테르는 출산력을 되살려 주고 땅에서 곡식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결과가 완전한 것이 아니었기에 1년의 3분지 1인 겨울철에는 수확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은 1년 내내 따뜻했다고 한다. 언제나 꽃이 피었으며, 과일과 곡물은 계속 열매를 맺었다. 하지만 페르세포네가 납치된 이후 데메테르가 일을 하지 않는 4개월 동안은 겨울이 되었다. 따라서 농민들은 페르세포네가 저승에서 돌아오는 봄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다시 농사일을 시작했다.

 

저승에서 돌아오는 페르세포네. Frederic Leighton. 1891. 

 

지상에 거주한 여신

 

데메테르는 풀과 나무, 과일과 곡물을 주관하는 여신이다. 그리스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풍요의 여신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딸 페르세포네와 함께 농민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데메테르는 올림포스 신족 가운데 최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12신 중 하나였지만, 신들의 거처인 올림포스에 살지 않고 자신이 맡은 역할 때문에 주로 시칠리아 섬에 거주했다고 한다.

데메테르는 식물을 상징하는 녹색 옷을 몸에 두르고 있었으며, 논과 밭에 씨앗을 뿌려주는 축복을 내리기 위해 세계 각지를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은 꽤나 변덕스러워서 기분이 좋으면 풍년이 들었고, 나쁘면 흉작이 들었기 때문에 그녀의 기분은 농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데메테르- 풍요의 뿔의 기원. 아브라함 얀센. 

그녀가 만든 엘레우시스 제전은 제의 의식과 전수자를 밝히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거대한 종교의식이었다. 이 의식을 통하여 사람들은 삶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또한 죽음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비밀제의는 기원전 8세기부터 서기 4세기까지 그리스 전역에 퍼져있었는데, 고대의 밀교의식으로는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의식으로 알려져 있다. 디오니소스축제가 광기에 가깝다면, 엘레우시스 제전은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라는 비교적 성스러운 체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제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비밀을 서약했기에 형식과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데메테르 여신 숭배와 전설의 중심지는 엘레우시스와 시칠리아이며 그밖에 크레타, 트라키아 및 펠로폰네소스에서도 성행하였다. 여신 숭배와 전설은 데메테르와 그녀의 딸로 후에 코레라고만 불린 페르세포네가 긴밀히 연계되어 각지에서는 단순히 이주여신으로 존경하는 경우가 많고, 대중신화는 전승된 두 모녀의 지하세계와 결합한 특이한 사건을 중심으로, 엘레우시스 비교(秘敎)의 전승은 데메테르 여신의 행적에 의한 불사의 의미를 발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데메테르가 딸을 행방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에는 지역에 따른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가미되기도 하였다. 예컨대 시큐온에서는 여신이 물레방아를 발명하여 주민에게 사용법을 알려주고 딴 곳에서는 야채 기르는 법을 일러주었으며 특히 콩과 무화과 재배법도 가르쳤다. 데메테르 여신의 신전 성역은 그리스 전역에 퍼져 있는데 옛적에 여신이 머물던 곳이나 은신처라고 전해져 온다.

또한 이 이야기 안에는 데메테르가 페르세포네를 찾고 있을 때 그녀를 사랑하여 열을 올린 포세이돈의 이야기도 가미되었다. 당시 데메테르는 포세이돈의 눈을 피해 암말로 변하였는데 포세이돈 또한 수말로 변신하여 교합하였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아레이온이라는 명마와 그 이름을 부르면 안 되는, 그저 여사(mistress)라고만 불리는 딸이 태어났다.

데메테르. 조르조네(Giorgione, 1478∼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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