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서늘할 때 맞춰 오르자고 나선 산책길이지만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 탓인지 등줄기에 땀이 고입니다.
망망대해 동해 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울릉도를 찾아
이곳의 명물 봉래폭포를 찾아 삼나무 숲길을 걷다가
길섶에서 하얀 꽃을 무더기로 피워 올린 약모밀을 만났습니다.
초록색 진한 잎새 속에서
하얀 꽃싸개잎 곱게 받쳐, 쏘옥 고개 내민 꽃차례,
까만 교복에 유난히 돋보였던 여고생의 하얀 세일러복 옷깃처럼
청순하고 맑은 꽃 모양새가
어둑한 숲길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약모밀 꽃입니다.
잎이 메밀 잎과 비슷하며 약용으로 쓰인다 하여
'약모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잎과 줄기에서 고기 비린내와 같은 냄새가 나기 때문에
어성초(魚腥草)라고도 부릅니다.
약모밀 속(屬)은 전 세계적으로 약모밀 한 종만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따뜻한 남부지방과
제주도, 울릉도에서 야생으로 자라기는 하나,
원래부터 자생하는 식물이 아니라 약초로 쓰기 위해
인위적으로 들여온 식물이 야생으로 퍼진 것이라 합니다.
약모밀 꽃은 줄기 끝에서 나온 짧은 꽃줄기가
수상꽃차례를 이루며 많은 꽃이 달립니다.
이삭꽃차례를 가진 삼백초와는 달리 꽃차례가 더 짧고,
꽃차례 밑에 꽃잎처럼 보이는 네 장의 꽃싸개잎이 있어 구분됩니다.
민가에서 꽃이 피기 전의 식물체를 이뇨제와 구충제로 사용하고,
잎을 짓찧어 종기와 독충에 물렸을 때 바른다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식물체를 임질, 장염, 폐렴, 기관지염에 사용합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주둔하던 병영지 주변에는
항시 약모밀을 재배하여 항생제 대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2017. 6. 15 울릉도 봉래폭포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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