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쩐 차오 개인전'구름이 멀리 날아가게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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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쩐 차오 개인전'구름이 멀리 날아가게 두세요'
  • 김태홍
  • 승인 2019.12.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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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 쩐 차오의 개인전 '구름이 멀리 날아가게 두세요'가 문화공간 양(관장 김범진)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결혼식, 장례식, 돌집 등 제주도 옛 삶의 모습과 전통문화를 담은 모자이크 작품 6점이 소개된다.

전통 자수공예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보 쩐 차오는 베트남의 역사를 주제로 텍스타일 설치 작업을 해 왔다.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후손과 인터뷰한 후 그들의 옷으로 설치작품을 만들거나, 개발로 사라지고 있는 방적 공장과 같은 근대 건축물의 사진을 중고의류를 사용해 모자이크로 표현했다. 작가는 역사를 사건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바라본다. 직접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작품에 담았다.

역사에 관심을 둔 작업은 제주도에서도 이어졌다. 차오는 문화공간 양 레지던시에 1개월 동안 머물면서 제주도와 문화공간 양이 있는 거로 마을의 역사를 연구했다. 작가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문화도 알게 되었지만, 제주도와 베트남의 문화와 현대사가 서로 유사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즉 제주도와 거로 마을을 답사하고 마을의 역사를 들으며, 마을 사람들의 삶 속에서 특수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발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거로 마을 옛 삶의 모습이 보여주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문화와 함께 그러한 문화가 지닌 보편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거로 마을 사람들이 갖고 있던 옛날 사진은 차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작가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문화인 돌집과 폭낭 사진, 삶의 보편성을 담은 결혼식과 장례식 사진, 마을에 살면서 마을의 역사를 만들어갔던 사람들의 인물 사진을 선택해서 모자이크로 표현했다.

 

따라서 거로 마을의 문화, 풍경, 의례, 사람을 모두 담아낸 이번 전시는 일종의 거로 마을 역사책이다. 작가는 작품 내용뿐만 아니라 기법에도 제주도의 전통문화를 적용했다. 베트남에는 없는 감물 염색 기법을 배워 헌 옷을 감물로 물들여 작품을 제작했다.

옛 사진은 모자이크로 처리되어 이미지가 불분명하다. 멀리서 보거나 실눈으로 보면 집, 사람 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만 가까이 가면 모든 형태는 사라진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차오가 모자이크로 표현한 이유는 역사란 이처럼 모호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았던 사람, 있었던 건물, 일어난 사건은 사진이 증명해 줄 수 있지만, 그것이 갖는 분명한 의미는 알려줄 수 없다. 역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객관적 사실로 존재하기보다 중층의 의미가 쌓인, 다양한 해석으로 열린 상태로 존재한다. 또한 작품 속 이미지를 확인하기 위해 멀리 서 있는 것처럼 역사도 세월이 지나 먼 훗날 보아야 이해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차오는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수출된 중고의류를 재료로 사용했다. 베트남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중고의류가 심지어 불법으로 수입된다. 즉 중고의류는 현대사회의 과소비와 낭비, 국가 간의 불평등 등의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다. 작가에게 헌 옷은 또 다른 의미에서도 중요성이 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입었던 옷에는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 즉 역사의 일부가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헌 옷이라는 재료에도 개인의 흔적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반영이라는 다양한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은 베트남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제주도의 역사 속에서 제주도만의 독특한 문화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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