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왕벚나무 자생지에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이곳은 해발 600m정도 되는 곳이어서 꽃이 조금 늦게 피는 편입니다.
시내에서는 벌써 벚꽃잔치를 끝낸 시기이지요.
웅장한 나무는 버팀목의 지탱을 받아야 할 정도로 나이가 들었습니다.
나무의 밑 부분부터 연분홍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변덕이 심했던 날씨가 오늘따라 포근해졌습니다.
왕벚나무 꽃 아래 앉아 있으려니 마음까지 따사로워지네요.
그렇게 꽃 아래에서 봄을 즐기다 보면 흥겨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우웅~거리는 소리가 은연중에 들려 고개를 들어보면
꽃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잉잉~거리고 있는 호박벌이 보입니다.
그리고 작은 새들의 소리가 정겹게 들려오지요.
그 중에는 특히 왕벚꽃을 좋아하는 동박새가 많이 보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동백꽃에 매달려 있어야 할 것 같은 동박새가
엉뚱하게도 왕벚꽃에 매달려 날렵하게 생긴 부리로 꽃 속을 후비고 있는 것이지요.
꽃을 탐닉하던 새의 까만 부리에는 노란 꽃가루가 증거처럼 묻어있습니다.
눈 가장자리에 하얀 고리를 두른 동박새는 재빠르게 다른 꽃을 찾아 날아다닙니다.
앙증맞은 새가 행복해 보입니다.
이제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한동안 동박새들의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겠군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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