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은 초지와 연결된 숲가장자리를 둘러보려 합니다.
오동통한 고사리들이 한창 고개를 내밀고 있더군요.
어린 고사리의 귀여운 모습에 심취되어 있을 때
느닷없이 날렵하게 생긴 뱀이 스르르 그 앞을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으악 소리를 내지르며 뒤로 나자빠지거나 몸이 동상처럼 얼어붙기 마련입니다.
뱀은 그렇게 이유 없이 무섭게 여겨지는 불쌍한 존재입니다.
아무튼 초지를 벗어나 가시덤불과 관목이 어우러지는 공간에 막 접어드는 순간 귀한 존재를 만났습니다.
쓰러진 산딸기 줄기의 안쪽으로
마치 누군가 일부러 찔러놓은 듯 마른 잔가지들이 사이사이 놓여있고
그 잔가지들을 인동덩굴이 둘러서 얽어놓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허술해 보이는 지붕 아래쪽으로
마른 풀을 야트막하게 쌓아 만든 오목하면서도 넓은 접시모양의 둥지가 보입니다.
그 둥지위에 새알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지요.
무늬가 없으면서도 살짝 녹색 빛이 감도는 옅은 갈색의 알이 10개 정도 놓여있더군요.
바로 '꿩의 알'을 발견한 것입니다.
3~7월이 꿩의 산란시기이지요.
마른 풀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알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행여 뱀이 아직 깨어나지도 못한 생명을 노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군요.
그나저나 어미 새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알들은 곱게 부화될 수 있을까요?
과연 몇 마리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어미 새는 빨리 돌아올까요?
어린 새들이 어미 새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행복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