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껴 쓰던 몽당연필처럼 정(情) 나누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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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껴 쓰던 몽당연필처럼 정(情) 나누는 세상
  • 김명재
  • 승인 2015.01.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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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재 대정읍 주민생활지원담당

김명재 대정읍 주민생활지원담당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우리 집은 3남 3녀로 나에게는 언니 한명에 오빠 3명, 그리고 여동생 이렇게 육남매 중 다섯 번째가 나였다.


언니하고는 나이차이가 많아 자라면서 언니 옷을 물려 입어 본 기억은 없지만, 동생이랑은 세살터울이라 옷을 같이 입는 경우가 많아 학창시절 어머니가 새 옷을 사주시면 누가 먼저 입느냐에 따라 그 옷의 주인이 정해지곤 했고 다음날 입고 갈 옷은 전날 동생과 사전 합의하에 미리 정해 서로 다툼을 피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나의 학창시절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 교복을 입었던 교복세대였다.
대부분 친구들이 교복을 선배들로부터 물려 입기보다는 교복을 맞춤으로 입곤 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1년만을 교복을 입을 거라 새로 사 입기에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던 찰나 다행히도 옆집 언니가 같은 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해라 교복과 체육복 전부를 물려받아 입었다.


새로 사 입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난 왠지 옆집 언니가 3년 내내 입어 반질반질 빛나던 교복을 물려받게 되어 무엇이라고 딱히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만의 뿌듯함과 자부심이 있어 싫지만은 않았다.

작은 몸뚱이의 몽당연필을 버리지 않고 흰 볼펜대에 끼워 마지막 사용할 수 있는 연필심이 남아 있을 때까지 악착같이 사용하던 그 시절의 소중한 기억 또한 그렇다.


필통 안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몽당연필을 화려하게 변신시켰던 나의 모습들은 살아가는 내내 나의 삶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또 한 번 물려받는 일이 생겼다.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니 자고 일어나보면 커가는 아이들의 옷과 책, 장난감 등을 사서 매번 입히고 사용하기에는 가계에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다.


그래서 직장 내 동료들끼리 아이들이 입었던 옷이나 장난감을 서로 서로에게 물려주면서 입히곤 했다.

옷에 뭍은 작은 얼룩은 아이가 자라면서 이유식 할 때 흘린 자국이고, 낙서된 동화책은 아이가 크레파스를 잡기 시작할 때 아무데나 그려진 낙서 등 등 각자의 아이들이 사용했던 물품 속에는 아이의 성장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아이에게 물려받은 옷을 입히고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동료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남이 아닌 가족처럼 공유되어가는 친근한 느낌으로 와 닿았었다.

그때 그 시절 옷을 물려주고 물려받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모두 다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올 한 해 우리 대정읍도 이러한 정(情)을 담아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나눔을 줄 수 있는 정(情)을 나누는 지역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지역에서 안 쓰고 버려지는 또는 묵혀있는 사용가능한 물품들을 모아 필요한 이웃을 위한 나눔과 배려실천으로 온기가 흐르는 가족 같은 공동체를 희망해 본다.

아끼는 맘도 중요하지만 이웃과 나누는 맘은 더 소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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