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적 질문, 각성의 순간'..빌 비올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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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적 질문, 각성의 순간'..빌 비올라 전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5.03.0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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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2관 & 3관 (K2 & K3) 5일 - 5월 3일까지

 

Inverted Birth, 2014(사진=국제갤러리)

 


“…오랜 기간에 걸친 영상 작업을 통해, 나는 시간을 명백한 물질로 경험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실질적인 재료이다…”빌 비올라

국제갤러리는 세계적인 비디오 예술의 거장 빌 비올라의 신작들을 선보이는 대규모의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2003년 및2008년에 이어 국제 갤러리에서 열리는 세 번째 개인전으로서 최근 2년간 작업한 일곱 개의 주요 영상 작품과 새롭게 소개되는 이전의 주요 작품을 선별, 국제갤러리 2관 및 3관에 선보일 예정이다.

빌 비올라는 40여년에 걸친 작품활동을 통해 현대미술에 관한 정의를 지속적으로 재정립해 왔으며, 그 중 영상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확장시키고, 시간을 기반으로 한 예술, 곧 비디오 및 뉴미디어의 진화를 아우르며 영상이미지 전반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Night Vigil, 2005/2009(사진=국제갤러리)

그의 작품은 인간적 경험의 모색과 동의어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이다.

큐레이터 제롬 뇌트르는 (Jérôme Neutres)는 “빌 비올라가 지난 40년 간 다음의 세 가지 형이상학적 질문들과 힘겹게 싸워왔다고 말한다.즉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다.

비올라는 이와 같이 본질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들을 던지면서 시간의 심오한 특질들을 기록해왔으며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보고 듣는 행위를 통해 각성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K3 전시장에 설치된 대규모 영상작품 <Inverted Birth, 도치된 탄생>(2014)에서 잘 드러난다.

이 작품은 한 남성이 위에서 쏟아지는 색과 점성이 변하는 액체에 흠뻑 젖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의 탄생의 불가해한 순간을 탐색하면서, 주인공은 관객의 눈에 비친 일련의 의식의 변화들을 겪어 나간다. 무위의 영상 속 주인공은 내면의 변화를 인지하며 관람객은 이를 목도하게 된다.

자신의 영상 속에서 비올라가 구사하는 시간의 극적인 사용은 지각의 기본적 구조가 어떻게 인간적 감정을 움직이는지에 대해 강렬하게 표현한다.

자신의 인물들이 심오한 카타르시스의 장면들 속에서 극단적 압박 하에 놓이게 함으로써 비올라는 탄생, 죽음, 그리고 새로운 환생과 같은 중요한 의식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작가는 시적인 이미지 내러티브를 통해 죽음, 탄생, 환생과 같은 중요한 순간들을 직면했을 때 인간이 느끼는 의식들을 소환해낸다.

밤의 기도(사진=국제갤러리)

인간의 경험을 규정짓는 한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들 중 하나인 <Night Vigil, 밤의 기도>(2005/2009)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K2에 설치된 이 작품은 19세기의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위한 4시간 길이의 서사적 비디오 작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세계적인 현대극 연출가 피터 셀라스와의 협업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부작인 <Night Vigil>은 두 개의 나란히 놓인 스크린에 영사되는 비디오 작품으로 어둠에 의해 나뉘어져 있지만, 서로에게로 빠져드는 한 남자와 여자를 묘사하고 있으며, 이들의 길을 밝히기 위해 불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갈망에 대한 비유는 죽음 너머의 세계 안에서 그들의 개별적 자아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표현한다.

이 두 주요 작품과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는 2012년작 <Ancestors, 조상들>와 2013년작 <Inner Passage, 내면의 통로>, 그리고<Mirage, 신기루>시리즈 중 2012년작 <Delicate Threads, 가녀린 실>를 선보인다.

이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정신적 모색에 대한 메타포로서 풍경을 사용함으로써 접근할 수 없는 대상들에 대한 욕망을 환기시킨다. 비올라는 이런 긴장감을 어떻게 시각화하는지에 대해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조우(The Encounter, 2012)(사진=국제갤러리)

“당신이 보고 있는 그 무엇이 결국 카메라에 의해서만 가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신이 신기루를 그런 식으로 지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신기루에 들어가기 위해 당신은 스스로의 욕망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 외 K2 전시장 1층에 설치된 <The Encounter>(2012)와 <Water Martyr>(2014)를 비롯한 비올라의 작품들은 탁월한 구성을 통해 작가의 독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각 개별 작품에 대한 세부 설명은 아래 붙임으로 구분되어있다.

 

<Inner Passage, 내적 통로>는 영국작가인 리처드 롱에 대한 오마주이다. 화면에서는 한 남자가 캘리포니아 남부 모하비 사막에서 겪는 외로운 여정의 순간들을 기록하였다.

그는 사막의 낮의 타버릴 듯한 열기, 밤의 저릿한 추위, 눈이 멀듯한 강렬한 햇빛, 칠흑 같은 어둠, 가늠할 수 없는 거리와 고립을 이겨내야 하는 극도의 인내심에 직면하게 된다.

사막은 외로움, 고립, 압박, 불안 그리고 공포의 극치가 압도적인 아름다움, 신비, 경이로움, 황홀함과 마주하는 곳이다. 이 두 상황 사이에 서로 상반되는 현재에 대한 불확실함과 평온함이 마주한다.

사막의 저편에 서있는 한 남자의 모습은 희미한 점으로 나타나다가 점차 관람자에게 가까워진다. 그가 점점 더 가까이 카메라 쪽으로 걸어올수록 이미지는 어두워지고, 스크린은 어두워지지만 곧 강렬하고 무질서한 이미지와 소리의 파편들이 격렬해진다.

이후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 불빛 하나가 희미하게 길을 비추고 드디어 어둠 속에서 남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는 다시금 화면과 멀어지고 사막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저 먼 곳으로 모습을 감춘다.

 

Portrait of Bill Viola
Photo by Kira Perov.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빌 비올라는 1951년 뉴욕에서 태어나 시라큐스 대학교를 졸업하였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미국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1997년 미국 휘트니미술관의 «빌 비올라: 25년간의 연구», 2003년 미국 폴 게티미술관의 «욕망», 2006년 일본 모리미술관의 «첫 번째 꿈», 2008년 팔라쪼 델 에스포시치오니와 2014년 파리 그랑팔레에서의 개인전 등이 있다.

그의 활동이력은 변형이란 주제에 대해 그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두고 작품활동을 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가 변형이라는 주제에 대해 그 동안 매우 심도 있게 연구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테크놀로지, 미술, 철학을 공부한 학생으로서 작가는 데이비드 튜더와 백남준 같은 전위적인 혁신가들을 배출해낸 플럭서스 세대에 예술적 기반을 두고 있다.

비올라는 초창기 시절부터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정신적, 심리적 의식의 흐름이라는 주제들을 탐구하면서 작가 고유의 색깔을 발전시켜 온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비디오라는 현대적 예술언어를 통해 미술사적 주제를 연구하며 새로운 장르를 구축한 비올라는 현대미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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