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식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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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식은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4.18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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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86m 비고:45m 둘레:1,335m 면적:139,259㎡ 형태:말굽형

 

식은이

별칭: 시근이. 웃식은이. 상씨근악(上氏近岳)

위치: 구좌읍 덕천리 1,450번지

표고: 286m  비고:45m  둘레:1,335m 면적:139,259㎡ 형태:말굽형  난이도:☆☆☆

 

 

 

오름의 맥이 식었거나 죽은 터라고 해서(死地) 붙은 명칭도 서러운데 개간과 변화로 인하여...

 

제주의 동부지역인 구좌 권역에는 유난히도 숨은 오름들이 많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를 제외하면 오름의 왕국이라 할 만큼 많은 화산체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워낙 유명한 오름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비하여 덜 알려진 곳들도 많은데 이른바 저평가 되거나 인기와 무관한 곳들도 많이 있다.

식은이(오름)만 하더라도 주변에 체오름을 시작으로 거슨새미와 안돌. 밧돌오름 등이 있어 외형이나 탐방의 맛을 비교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듯 숨은 오름으로 구분을 하는 데는 비고(高)가 낮으면서 탐방의 맛이 떨어지는 점이 큰 작용을 하는 때문이며 실제 깊은 숲에 숨어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특히나 개간이나 환경적인 변화로 인하여 입지가 많이 달라진 곳도 있는데 식은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식은이와 관련하여 유래를 살펴보면 참 운이 없는 곳으로 여겨진다. 땅의 지세나 기운 등을 알아내는 지관이 이곳을 지나다가 오름의 맥이 식었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맥이 식었거나 죽은 터라고 해서(死地) 식은이로 부르게 되었으며 시근이 또는 사근이라고도 한다. 낮은 산 체인데도 전체의 탐방을 가로막는 숲과 덤불 등은 아마도 이러한 결과에 설움을 느끼며 작은 반항이라도 하려는 모습이다.

기슭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곳은 잡목들과 가시덤불 등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자신 이외에 전망을 내주지 않으려는 몸부림 역시 식은이로서 최대한의 반항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편, 오름의 아래쪽에 종제기오름이라 부르는 화산체가 있는데 함께 견주어 웃식은이와 알식은이로 부르기도 한다.

비고(高)가 45m로서 낮은 편이며 남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이나 원형에 가까운 화구를 지니고 있으면서 오름으로서의 입지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산간 1136번 도로변의 상덕천리 삼거리에서 송당리 방향(약 2km)으로 이동 후 우측 소로를 따라가면 초입지가 나오는데 사유지를 포함하고 있다.

설움과 노여움이 베인 식은이라지만 일부는 잘 정비가 되어 볼품이 있는 모습도 만나게 된다. 화구의 대부분은 정원수를 비롯한 잡목들이 식재되었으며 군데군데 비닐하우스 등을 포함하는 묘목장이 있다. 결국 자신의 치부 역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빼앗기고 변화가 이뤄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과 입지를 반영하고 보니 더욱 식은, 식어버린 정도의 뜻이 되새겨진다.

 

 

-식은이 탐방기-

입구에 들어서고 화구 방향으로 이동을 하니 초입이 나왔는데 갈림길을 중심으로 어느 방향을 들머리로 하던지 오름의 허리와 어깨를 짚고 다시 전진 코스로 나오게 되는 상황이었다. 전반적인 환경을 고려한다면 들어간 방향에서 좌측을 선택하여 능선을 오른 후 다시 화구를 따라 나오는 것이 좋다.

남쪽에 비하여 북쪽은 탐방이 어렵기 때문에 산 체의 반 바퀴와 화구를 둘러본다고 여기는 것이 이해가 빠를 수 있다. 빽빽하게 자리를 잡은 나무 틈을 지나니 일부 삼나무와 편백나무들이 있는 곳이 나왔는데 딱히 정해진 산책로는 없었고 불과 45m의 비고(高)이지만 정상부로 향하는 진입로가 마땅하지가 않은 편이었다.

덩굴과 넝쿨 등을 비롯하여 잡초가 우거진 기슭을 지나면서 허리를 숙이고 진행을 하다 보니 등성 머리에 도착이 되었다. 탐방로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자연미가 살아 있다는 뜻도 되는데 콩짜개 덩굴은 침입자들이 적은 때문에 환경이 좋은 편이어서 유난히도 싱그럽게 보였다. 아침 이슬과 안개에 젖은 모습이 더욱 이채롭기만 했다​.

바닥 층 역시 떨어진 낙엽들이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길이 없을지라도 수북하게 쌓인 낙엽과 솔잎을 밟으면 지나는 느낌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비좁은 나무 틈을 지나면서 잠시 미끄러질 위기를 피하다 잡은 것이 가시가 있는 나무였다. 민첩하게 몸을 가누며 잡았건만 하필 밸랑귀(청미래덩굴) 줄기의 가시부분을 잡았다. 

지금 시기가 언제인데 이러고들 있느냐. 철 지난 밸랑귀(청미래 덩굴)들이 일제히 붉은색으로 변한 채 매달려 있는 것이 제법 싱싱하고 당당하게 보였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약간의 통증도 느껴야 했지만 그보다는 아깝게 흘리는 피를 지혈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한쪽에서 폭탄버섯을 만났다.

 

흔한 녀석은 아닌데 한 지역에 군락을 이뤘는지 몇 개가 동시에 보였다. 돌출 부분을 누르면 터지는 때문에 폭탄버섯이라고도 부르는데 학술적 명칭은 아니다. 한 개 정도 시험을 할까 망설이다 한동안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남쪽 정상부에 ​도착을 하고서 비로소 맞은편 등성이 보였는데 숲을 헤치고 철쭉이 우거진 곳으로 겨우 다가선 후 뒤꿈치를 들어야 그 흔적을 담을 수 있었다.

그나마 풍경 놀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고 화구의 맞은편인 북사면은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다. 이쪽보다​ 더 숲이 우거져 있고 가시덤불 등이 방해를 하는 데다 이렇다 할 전망이 없어서 대신에 화구를 둘러보는 것으로 선택을 하였다. 화구의 원형은 남아 있지만 대부분 변화가 이뤄진 상태이다. 

정원수 농장을 겸하여 환경이 달라졌고 중심에는 운반용을 겸하는 길이 뚜렷하게 나 있어 굼부리라는 인식을 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면서도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 체는 자연미가 남아 있고 개간이 안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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